11월 19일. 수능이 다가올수록 집안의 시선은 한 사람에게 쏠립니다. 바로 고3이죠. 무심결에 “이제 얼마 안 남았네”라는 말을 건넸다간 “안 그래도 불안한데 그런 말 좀 하지 말아줘”라는 날 선 반응이 돌아오곤 합니다. 그러다가도 “엄마, 이제 진짜 D-70이야!” 하고 말을 꺼내요. 참 알 수 없는 고3입니다.
글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지금 우리 학교는
3학년 2학기가 되니, 학교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합니다. 다른 학교에 다니는 딸의 친구는 4교시만 마치고 일찍 하교하거나 수업을 단축해 끝낸다며 부럽다고 하고요. 아이 학교에선 적잖은 학생이 미술이나 체육 실기 학원에 간다며 결석하고 있대요. 수업도 학생들의 요구에 못 이겨 대부분 자습으로 진행되고, 원리 원칙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를 불만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해요. 학교에서 자습하느니 학원이나 스터디카페에 가는 게 낫지 않냐고도 하고요. 아이도 얼마 전에 아프지도 않으면서 조퇴하겠다고 하길래 “안 된다”라고 말렸다가 크게 부딪혔죠. 말로만 듣던 ‘무너진 고3 2학기 교실’의 현주소를 실감했습니다.
한데 아이나 학교를 탓하기엔 입시 구조 자체가 가진 문제점이 명확합니다. 현행 입시 제도는 9월 수시 접수, 11월 수능, 12월 정시 모집으로 나뉘다 보니, 수시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교실이 동요할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수능이 끝난 뒤 수시와 정시를 함께 치르는 ‘선(先) 교육과정 이수, 후(後) 대입 선발’ 체제로의 전환을 꾸준히 제안하고 있습니다. 입시 일정을 수능 이후로 모아, 고3 학생들이 2학기 수업까지 제대로 마친 뒤 대입에 나설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이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대안이 대입 반영 학기를 늘리는 것입니다. 현재 수시 모집은 대부분 3학년 1학기까지만 평가하다 보니, 3학년 2학기 학교생활에 대한 긴장감은 급락할 수밖에 없어요. 수시·정시 모두 3학년 2학기의 출결과 내신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면 상황이 바뀌지 않을까요? 고3 2학기가 ‘입시를 기다리며 무의미하게 흘려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고교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한 학기로 남을 수 있도록 제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어요.
독이 되는 유튜브,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딸아이는 요즘 부쩍 수능 수험표 뒤 가채점표 작성법, 합격 성공 사례 등의 유튜브 영상을 즐겨 봅니다. 한데 불안감을 눈덩이처럼 키우는 영상도 수두룩하더라고요. ‘올해 재수하면 망한다’ 같은 자극적인 썸네일도 흔하게 보이고요. ‘고3 2학기 학교 안 가는 법’ ‘질병 결석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 ‘체험 학습으로 등교일 줄이기’ 등 ‘이제 학교생활은 의미 없다’라는 식의 유튜브 콘텐츠도 눈에 띄게 많아졌어요. 입시가 막바지에 접어든 만큼 하루라도 공부 시간을 더 확보하고 싶은 수험생에게는 솔깃하게 들릴 수 있어요. 한데 질병 결석과 체험 학습은 본래 취지와 학교 규정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 제도입니다. 3학년 2학기 역시 엄연한 고교 교육과정의 일부이고요. 무엇보다 2028학년 대입부터는 출결을 정성 평가하는 대학과 전형이 크게 늘 전망입니다. ‘꼬꼬무’ 알고리즘의 굴레에 빠져 쓸데없이 마음을 졸이기보다는, 남은 기간이라도 유튜브와 적당히 거리를 두고 자기 페이스대로 조용히 걸어가주길 바랄 뿐입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엄마들 사이에서는 장원급제를 무려 아홉 번이나 달성해 ‘구도장원공’이라는 별칭을 얻은 율곡 이이의 기운을 팍팍 전하기 위해 아이 가방에 빳빳한 5천 원권 지폐를 넣어주기도 합니다. 전설적인 ‘합격의 신’ 이이 선생님의 시험 운이 아이에게 착 붙기를 바라는, 일종의 ‘합격 부적’인 셈이죠. 첫째 때 해보니 별 효과는 없더군요. ^^;;; 대신 외출 후 귀갓길 서점에 들러 엄마의 응원을 담은 네잎클로버 키링을 샀어요. 이니셜까지 새겼으니 창피해서 안 달고 다닌다고 해도 그냥 방긋 웃고 넘기지 싶었는데, 뜻밖에도 딸아이가 무척 좋아하더군요. 하루에 한 번 밝은 얼굴로 말해보려 합니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아무 걱정 하지 마!”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