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날 새벽, 엄마는 밥 한 숟갈에도 모든 응원을 담습니다. 평소보다 더 정성스레 지은 밥과 꼼꼼히 챙긴 반찬 하나하나는 아이에 대한 무한한 지지이자 사랑의 표현이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응원의 한 끼, 수능 도시락 메뉴를 소개합니니다.
글·사진 박선영 리포터 hena20@naeil.com
한식파 아이를 위한
불고기+볶음 김치+된장 봄동 무침
우리 아들은 한식파예요. 아침마다 빵 대신 밥을 꼭 챙겨 먹으니 수능 도시락도 뭘 싸줄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고기를 좋아하니까 소갈비찜을 할까 싶었는데 아이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엄마, 그냥 불고기랑 볶음 김치면 돼요” 하더군요. 수능 날이라 뭔가 특별한 걸 준비하려 했는데 결국 아이가 바라는 건 익숙한 한 끼였나 봐요. 덕분에 가벼운 마음으로 멸치 육수 넣어 볶음 김치를 만들고, 봄동을 살짝 데치고 된장에 무쳐 준비했어요. 아이가 든든히 먹고 시험을 잘 버텨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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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당일에는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세요. 식이섬유가 많은 채소와 과일도 과도하게 섭취하면 소화에 부담이 되거나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니 주의해야 해요.
아이가 즐겨 찾던
팥단호박죽+연근 조림+메추리알 조림
“엄마, 거한 건 말고, 단호박죽 싸주면 안 돼?” 순간 떠오른 생각은 ‘죽 먹으면 죽 쑨다’는 속설! 문득 생각해보니 어릴 때부터 우리 딸은 단호박죽을 유독 좋아했어요. 아플 때도 한 그릇 뚝딱하고 잔병을 이겨내곤 했던 기억에 단호박죽이 수능도 무사히 넘기게 해줄 거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죠. 수능 날 새벽, 압력 밥솥에 팥을 찌고 찹쌀을 갈아 팥단호박죽을 만들었어요. 연근 조림과 메추리알 조림을 곁들이고 허기질까 봐 에너지 바도 하나 챙겼죠. 시험장에서 도시락을 먹고 있을 딸의 모습이 그려져 마음이 울컥했지만, 이번에도 씩씩하게 이겨내주길 기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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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죽, 전복죽, 참치 야채죽 등 다양한 죽도 추천해요. 혹시 국물이 없어 허전하다면 미리 동치미를 만들어 숙성시켜 담아내도 아주 좋아요.
든든한 한 끼
김치볶음밥+한우 소고기 뭇국
‘수능? 뭐 별거 아냐!’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현실은 아이보다 제가 더 긴장하고 있더군요. 도시락 메뉴도 한 달 넘게 고민했으니 말 다 했죠 뭐.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 의견을 묻지 않을 수 없겠더라고요. 먹고 싶은 메뉴를 물었더니 아들은 안성재 셰프처럼 “‘이븐(even)한’ 김치볶음밥! 그리고 뜨끈한 국물?”이라고 말하더군요. 매콤한 맛이 기분도 풀어주고 스트레스도 날려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에 저도 수긍이 됐어요. 너무 맵지 않게 김치볶음밥을 만들고 소고기뭇국을 끓인 후, 보온 도시락에 정성껏 담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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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요리로는 콩나물 북엇국, 맑은 순두부국, 배추 된장국, 소고기 미역국 등을 추천해요. 따뜻한 차도 보온병에 담으면 좋아요. 바로 마실 수 있도록 한 김 식혀 넣어주세요.
두뇌 회전을 도와줄 달달한 수능 간식
저희 아이는 평소 간식 마니아라 야간자율학습 때도 종류별로 간식을 꼭 챙겨 먹어요. 수능을 앞두고 아이가 직접 몇 가지 간식을 골라 부탁하더군요. 즐겨 먹던 한입 크기 미니 초콜릿 바, 망고 젤리, 상쾌한 민트 캔디, 목을 보호하는 마누카 프로폴리스 캔디 그리고 견과류였어요. 이렇게 야무지게 간식을 준비하는 우리 아이. 수능도 야무지게 치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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