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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8호

일상톡톡 | 토크

여름방학 한 장면

한쪽에선 장대비가 쏟아지는데, 다른 쪽에선 폭염이 기승을 부린다죠? 두 얼굴의 여름 날씨처럼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는 각 가정의 여름방학 풍경을 담아봤습니다.

취재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돌아온 ‘돌밥’ 시즌




여름방학의 시작과 함께 눈뜨면 밥 달라, 돌아서면 간식 달라, 덩치가 산만 한 두 아들의 아우성이 시작됐어요. 무더운 여름철에는 입맛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돌멩이도 씹어 먹을 나이답게 먹성이 엄청나네요. 곰솥에 끓인 미역국이 하루면 동나니 삼복 더위에 마트 가는 일도 고달픕니다. 잘 먹는 메뉴 위주로 돌려 막기도 힘들어서 요샌 반찬 가게 사장님과 ‘베프’가 됐어요. 간간히 배달 찬스도 쓰고요. 몸은 좀 편해졌는데 후덜덜한 식비를 생각하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프네요. 방학 특강비만큼 무서워요.



무계획이 상팔자?!




짧은 여름방학엔 어영부영하다 보면 아무것도 못하고 지나갈 것 같아서 중학생인 딸아이에게 남은 여름방학을 어떻게 보낼 거냐고 물었어요. 내심 수학 선행학습이랑 부족한 과학 다지기를 기대했는데 ‘계획이 없는 게 계획’이라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어요. 어차피 지키지도 못할 계획인데 세워서 뭐하냐고요. 그래놓곤 당당하게 주말에 친구랑 영화를 보러 가시겠답니다. 아직 중2긴 하지만 긴장감이 없어도 너무 없는 것 아닌가요? 지켜보는 제 속만 타들어가네요.



텐 투 텐(10 to 10)을 아시나요?


중학교 입학할 때만 해도 과학고나 영재학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중1 아이가 갑자기 영재학교 준비 학원을 보내달래요. 부랴부랴 알아보니 수학에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네 과목을 듣는 데 200만 원이 훌쩍 넘더군요. 열심히 하겠다고 매달리기에 카드를 긁긴 했는데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생각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큽니다. 넉넉한 살림도 아닌데 잘한 결정인지 모르겠어요. 올여름은 휴가도 못 가고 집에만 있게 생겼네요.



스마트폰과 혼연일체




아이는 기말고사 기간에도 휴대폰만 보더니 방학이 되니 새벽 3시까지 게임을 하고 아침 11시에 겨우 일어나 밥만 먹고 방으로 쏙 들어가네요. 내년이면 고3인데 어쩔 생각이냐고 잔소리 좀 했더니 입을 꾹 닫고 침묵 시위를 합니다. 근처 독서실이나 스터디 카페라도 가면 좋으련만 좀처럼 집 밖을 나가지 않으니 답답해 죽겠어요. 말을 섞으면 또 싸우게 될까 봐 일단 지켜보고 있는데 그래도 제가 먼저 말을 걸어야겠죠? 갱년기라 내 감정 추스르기도 힘든데 엄마의 자리가 뭔지, 딸과 화해할 방법을 찾게 되네요. 여름방학이 끝나고 얼른 집안에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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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 CHAT | 일상톡톡 (2024년 07월 31일 1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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