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와 과학고에서 주로 이공 계열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지도해왔던 전태환 교사가 대전외고에 온 것은 2021년이다. 2학년 학생들을 처음 가르치며 느낀 것은 수학을 억지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입시 때문에, 학교 시험 때문에 공부할 뿐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수학을 전혀 몰라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외고 학생들이 주로 진학하는 어문 계열이나 인문학에도 수학이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당시 학생들과 처음 시도한 활동은 벤포드 법칙(실생활 데이터에서 각 숫자의 첫 자리가 특정 분포를 따른다는 통계적 현상, 데이터의 비정상성을 감지하는 데 사용)으로 신문을 활용한 문서 위조 파악하기였다.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서도 수학이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자 학생들의 질문이 바뀌기 시작했다. 수학을 배울 때마다 이 내용이 어디에 활용되느냐고 묻기 시작한 것이다.
3학년 학생들이 모두 이수하는 <수학과제탐구>를 도맡으며 지난해 수업에서 진행한 공통 탐구 활동의 키워드는 당시 광풍을 일으켰던 챗GPT였다. 챗GPT 활용 방법을 찾아보며 이어간 자유 주제 탐구에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중국어 학습 인공지능 도우미, 문학작품의 감정 분석 방법, 언어학에 쓰이는 수학 등 학생들은 인공지능이 자신들의 희망 진로에도 다양하게 접목될 수 있음을 깨달아갔다. 올해 수업에서 연금과 재무 설계를 주제로 탐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성취평가제가 열어준 수업 변화의 가능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취재 정애선 소장(내일교육 부설 교육정책연구소 헤리티지내일) as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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