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결정은 고교생에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많은 학생들이 이 중요한 결정 앞에서 스트레스와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이 길이 올바른 선택일까’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혹시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학생들을 괴롭힌다.
하지만 진로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발전하고 변화할 수 있다. 고교 시절 결정했던 진로가 대학에서 바뀔 수도 있고, 처음에 결정하지 못했던 진로를 나중에 발견하기도 한다.
특히 대학에서의 자유로운 학습 환경은 진로 선택의 불확실성을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 많은 대학들이 정해진 학과가 아닌 계열별 통합선발이나 자유전공을 도입해 학생들에게 1년간 심도 있는 진로 고민과 원하는 일을 찾아가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 이화여대의 계열별 통합선발도 이러한 변화를 추구하는 전형 중 하나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대학 첫해에 다양한 교양과 전공 수업을 경험하며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탐색한다.
고교 시절 명확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했지만 대학 진학 후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은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1학년 이다희씨의 수험 생활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오승주 기자 sj.oh@naeil.com
사진 이의종
이다희 | 이화여대 호크마교양대학 1학년 (경기 상일고)
누가 뭐래도 ‘할 수 있다’는 확고한 마음
고1, 2 때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수업이 계속되면서 다희씨는 내신 성적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모의고사에서는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 꾸준히 1등급을 유지하는 등 내신 성적보다 훨씬 우수한 성적을 냈다. 그래서 결단했다. 정시를 준비하기로. 다희씨는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정시 준비에 ‘올인’했다.
당시 학교에선 정시로 진학하는 학생이 드물어 선배나 선생님의 조언을 얻기 어려웠다. 주변에서는 ‘정시로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확고한 믿음으로 정시 준비를 밀어붙였다.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진 않았다. 학교에서 〈수능특강〉 등 EBS 교재를 활용해 수업했기 때문에 학교 수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같은 자투리 시간에는 모의고사를 틈틈이 풀었다.
“주변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도 ‘정시로 좋은 대학에 갈 수 있겠냐’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그런 말은 아예 듣지 않았어요. 정시로도 충분히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셋을 유지했어요.”
철저한 모의고사 대비로 수능에서의 담대함 키워
수시를 준비하는 많은 고교생 사이에서 모의고사의 중요성은 종종 간과된다. 하지만 다희씨는 모의고사를 중요한 학습 기회로 삼았다. 최선을 다해 모의고사를 보고 시험 후에는 해설지를 통해 복습하며 이해가 되지 않는 문제는 선생님께 질문하거나 오답 노트를 작성하며 학습했다.
“예를 들어 3~6월 4개월간의 오답 노트를 모아 7월에 다시 한 번 복습하며 문제 유형을 익혔어요. 모의고사를 철저히 준비한 덕에 실제 수능 당일엔 전혀 긴장되지 않더라고요. 수능이 끝난 후엔 마치 모의고사를 치른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또한 〈과학동아〉와 〈독서평설〉 같은 잡지를 정기적으로 읽으며 비문학 배경지식을 넓혔다. 비문학에서 처음 보는 주제가 지문으로 나올 경우 멘탈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 배경지식을 확장하는 방법에 집중했다. 덕분에 처음 보는 지문일지라도 이미 익숙한 개념을 바탕으로 문제에 차분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수학에서는 ‘백지 풀이법’이 큰 도움이 됐다. 틀린 문제는 해설지를 참고하지 않고 빈 연습장에 문제 풀이법을 써나가며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거쳤다. 이를 통해 반복적으로 틀리는 유형의 문제를 완벽히 익힐 수 있었다.
정시+계열별 통합선발 선택으로 원하는 진로 찾아
고교 시절 진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다희씨에게 이화여대 계열별 통합선발은 ‘맞춤형’ 선택이었다. 대학 1년 동안 다양한 분야의 교양과 전공 수업을 듣고, 동기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만의 진로를 탐색하는 기회를 가졌다. 고교 때와 달리 대학에서 자유로운 학습 환경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발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다른 대학들도 자율전공과 같은 유사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만 대부분 과마다 정해진 인원이 있어 성적순으로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화여대는 수능 응시 계열, 1학년 성적, 학과별 배정 인원 등에 구애받지 않고 원한다면 어떤 학과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에요.”
최근 다희씨는 생명과학과를 최종 선택했다. 고교 시절 인문 계열 지망이었던 다희씨에게는 예상 밖의 선택이었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길을 찾았다고.
“고등학생 때도 과학에 흥미가 있었지만 수학 성적이 좋지 않아 인문 계열 전공을 염두에 두고 관련 과목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대학에서 평소 관심 있었던 생명과학 수업을 들어보니 정말 흥미롭더라고요. 이 분야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 생명과학 대학원까지 진학할 계획이에요.”
<과목별 공부법과 교재>
<국어<
〈과학동아〉 〈독서평설〉을 읽으며 비문학 배경지식을 쌓았다. 문학은 EBS 〈수능특강〉을 활용한 학교 수업 내용을 암기하며 학습했다. 모의고사는 일주일에 한 개씩 꼭 풀었고, 학원에서 제공하는 모의고사를 주로 풀었다. 정해진 시간에 실전처럼 문제를 푸는 연습이 큰 도움이 됐다
<교재> EBS 〈수능특강〉, 이감 모의고사, 사설 모의고사
<수학<
고1, 2 때는 개념 정리 중심으로 기본 학습 개념을 탄탄히 다졌다. 이후 ‘쎈’ 심화 문제집을 통해 학습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고3 때는 학교 모의고사와 사설 모의고사 위주로 문제 풀이에 집중했다. 틀린 문제는 ‘백지 풀이법’을 이용해 풀이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했다. 이는 유사한 유형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교재> EBS 〈수능특강〉, ‘쎈’ 개념 문제집, ‘쎈’ 심화 문제집, 사설 모의고사
<영어<
‘어휘끝’ 교재를 활용해 일주일에 영어 단어를 100개씩 암기했다. 문법은 ‘중학영문법 3800제’ 등 문제집 중심으로 학습했고, 모의고사를 꾸준히 풀면서 실전 감각을 익혔다. 학교에서 EBS 〈수능특강〉으로 수업을 진행해서 수업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교재> EBS 〈수능특강〉, 어휘끝, 중학영문법 3800제, 사설 모의고사
<한국지리·세계지리<
사탐 공부는 고3 때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7월까지는 메가스터디 이기상 강사의 강의를 통해 기본적인 내용과 핵심 개념을 익혔고, 7월 이후에는 목동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모의고사를 최대한 많이 풀어보며 실전 감각을 키웠고, 오답 노트를 활용해 틀린 문제를 분석했다.
<교재> EBS〈수능특강〉, 이기상 강사 교재, 학원 교재, 사설 모의고사
<나의 수험 생활>
▒ 고2 12월~고3 2월
수학 성적이 다른 과목보다 좋지 않아 개념 정리를 위주로 집중 학습했다. 국어와 영어는 문법과 같은 개념을 설명해주는 특강을 들었다.
▒ 3~6월
학원 정시 반에 들어가 문제 풀이를 반복했다. 영어는 학원 수업 횟수를 줄이는 대신 자습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습했고, 여전히 수학이 부족한 것 같아 학원 수업 횟수를 늘리면서 더욱 집중해 학습했다.
▒ 6~9월
사탐 선택 과목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문과 선택 과목은 암기 위주라서 수능과 최대한 가까운 시점에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국어와 영어는 모의고사 1등급 성적을 계속 유지해서 공부 비중을 줄였고 수학은 학습량을 늘렸다.
▒ 9월~수능
국어·영어·수학 학습 비중을 모두 줄였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는 사탐 과목 학습에 시간을 많이 들였다.
▒수능 전날
사탐 오답 노트와 개념을 정리한 필기를 정독했다. 국어 학원에서 나눠준 수능에 나올 만한 문제를 풀고 저녁 식사 후 일찍 취침해 컨디션을 조절했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