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예인
고려대 신소재공학과 1학년
(검정고시 합격)
진예인씨는 독특한 이력으로 고려대 신소재공학과에 입학했다. 3학기 만에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자격을 얻어 수능으로 직행했다. 첫 수능에서는 탐구 영역에 발목이 잡혀 재도전했다. 한 번 마음먹은 일은 반드시 해내고야 마는 끈기와 뚝심이 있는 예인씨도 자퇴 후 ‘혼공’은 외로움과 싸우는 어려운 길이라고 말한다.
취재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
Q. 정시에 주력하기 위해 자퇴했다던데?
서울 동덕여고를 다녔는데 1학년 때 학생회 부회장을 역임하고 1점대 내신 성적을 받을 만큼 학교생활을 열심히 했어요. 당초 인문 계열을 지망했기에 사탐 위주로 선택 과목을 정하고 겨울방학을 맞았는데 자연 계열에 진학하고 싶어졌어요.
2학년이 돼 부랴부랴 과탐으로 바꿨는데 준비가 덜 된 탓인지 1학기 내신이 2등급 중후반대로 주저앉더라고요. 수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원하는 곳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내신 성적을 더 올릴 자신도 없었어요. 게다가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내야 하는 내신 시험이 성향에 안 맞더라고요. 모의고사형 수능 공부를 혼자 하려 해도 수행평가나 발표 등으로 학생부를 관리해야 해서 시간을 내기 어려웠죠.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과감하게 자퇴를 결정했습니다.
주변의 반응은 좋지 않았습니다. 한데 부모님은 오히려 크게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계획표를 보여드리고 결연한 각오를 말씀드려 허락을 받았죠. 자퇴 시기 때문에 당해 연도 검정고시는 치를 수 없었고 이듬해 4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 그해에 첫 수능을 치렀습니다. 친구들과 같은 수능을 본 셈인데 2학년 2학기부터 학교를 다니지 않고 혼자 수험 생활을 시작했던 거죠.
Q. 첫 수능은 어떻게 ‘혼공’으로 준비했나?
자퇴 직후에 동네 독서실을 다니면서 혼자 공부를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책과 원서를 많이 읽었던 덕에 국어와 영어는 내신에서도 자신 있는 과목이었고 수능 준비도 수월했습니다. 대신 취약 과목인 수학에 최대한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1월부터 독학 재수 학원을 다니면서 인강과 독학을 주로 했어요. 모의고사로 수능을 연습했는데 수학은 점수 기복이 매우 심했죠. 수능이 가까웠던 때조차도 점수는 여전히 널을 뛰었지만 크게 동요하지는 않았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왔다는 믿음과 실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평균점과 최저점이 오르고 있기도 했고요.
첫 수능에서 국어 수학 영어는 모두 1등급을 받았는데 <화학I> <지구과학I>은 각각 5등급과 3등급을 받았어요. 과탐 때문에 목표한 상위권 대학은 어려웠고, 아쉬움이 크게 남아 바로 재도전을 결정했어요.
Q. 두 번째 수능은 어떻게 대비했나?
<화학I>은 좋아하는 과목이라 계속 응시하면서 실력을 올리고자 현장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재수 땐 첫해와 다른 독학 재수 학원을 다녔고, 탐구 외엔 인강과 ‘혼공’을 주로 했어요.
특별한 공부법이 있다기보다 매일 모든 과목을 꾸준히 공부했어요. 1년 치 공부를 재시작하기에 앞서 월별로 과목별 목표와 계획을 세운 후, 다시 매주, 매일, 매시간 단위로 나눠 계획표를 짰습니다. 공부가 계획대로 되지 않고 밀리는 일이 잦아지면 계획 자체를 무시하게 돼요. 일단 계획한 공부량을 채우지 못했더라도 시간이 되면 다음 일정으로 넘어갔고, 미처 못한 공부는 자기 전에 따로 시간을 내 가능한 한 그날 끝냈습니다. 계획적인 공부는 ‘혼공’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수능 3~4주 전부터 단권화 노트를 만들기 시작했고요. 매일매일 습관처럼 모의고사를 풀면서 취약점, 실수가 잦은 부분, 신경 쓸 부분 등을 세세히 적어놓고 계속 익혔습니다. 두 번째 수능은 <화학I>은 2등급, 다른 영역은 모두 1등급으로 마무리했습니다.
Q. 후배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내신과 수능 성적의 차이가 심한 경우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으로 알아요. 경험자로서 조언하자면 남이 가지 않는 길을 소신껏 선택하는 것은 생각보다 외롭고 힘들어요. 나름 성공한 입장에서도 쉽게 권하기 어렵네요.
혼자 외로움을 견디면서도 본인의 계획에 따라 끈기있게 공부하겠다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하고, 그렇다 하더라도 막상 맞닥뜨리면 순간순간 생각보다 버겁더라고요. 숱한 고민 끝에 각오를 다졌던 저도 수시 반수를 하는 친구들의 여유와 안정감이 부러울 때도 있었고, 좋은 수능 점수로도 정시에서 학생부 평가가 있는 서울대를 지원할 수 없었을 때는 솔직히 후회하기도 했어요. 수능에 몰입하기 위해 자퇴를 하려면 감당하고 책임져야 하는 부담을 예상해보고 신중히 결정하길 바라요.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