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는 종합전형에서 두 개의 전형을 운영한다. 이 때문에 오승주씨는 고민이 컸다. 당시 다빈치형인재와 탐구형인재 중 주변에서는 후자로 지원하길 권했다. 전형의 특성상 자사고 출신이라 상대적으로 약한 교과 성적을 만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승주씨의 생각은 달랐다. 지망 학과를 변경했기에, 한 분야를 파고든 지원자가 많은 전형에서 자신의 차별성을 부각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교과 수업은 물론 창체 활동까지 성실히 참여했다. 오히려 취약했던 수학, 특히 통계 역량을 다른 교과에 적용하며 이중으로 깊이를 더했다. 결국 두 전형에 모두 지원, 주변의 예상을 깨고 다빈치형인재로 합격을 거머쥐었다. 승주씨의 합격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배지은
오승주 |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대전 대신고)
사회적 기업가 꿈꾸며 전공·과목 선택
승주씨는 어릴 때부터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다양한 뉴스를 접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경제’에 눈길이 갔고, 자연스레 경영학 전공을 염두에 뒀다.
“당시 ‘창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았어요. 대학생이나 대기업 퇴사자의 성공 사례가 잇따라 소개됐고, 학교에서도 ‘기업가 정신’ 등 관련 교육·활동이 늘었죠. 저도 흐름을 좇다 ‘사회적 기업’을 알게 된 후, 다른 사람을 돕는 ‘사회적 기업가’를 목표로 삼게 됐죠.”
진로를 어느 정도 설계하니, 과목 선택에 대한 고민이 줄었다. <경제> <사회·문화> <법과 정치>를 중심으로 파고들며, <확률과 통계> <경제수학>을 선택했다.
“인문 계열 전공은 고교 과목과의 연계가 강하진 않아요. 그래서 오히려 전공에 대한 이해와 개인의 특성이 다채롭게 드러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기업가나 마케팅 분야에 대한 흥미보다 사회 문제의 해법으로 사회적 기업을 주목했어요. 때문에 사회 체제와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과목을 골랐죠. <확률과 통계>는 최근 사회과학 전반에서 중요도가 높아지는 분야라 선택했고요. 사회·경제 분야에 대한 통찰력과 수학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조합이라 생각했어요.”
‘정면 승부’ 덕에 약점에서 강점이 된 수학
목표가 있었기에 흔들리지 않고 공부해나갈 수 있었다. <경제>는 원점수 99점을 받고도, 수강 인원이 적어 3등급을 받았다. 중위권이었던 수학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주요 개념을 실생활과 연계한 다양한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특히 통계교육원의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며 익힌 통계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했다.
정적분으로 특정 기간 한국의 지니 계수(빈부 격차와 계층 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수급률 데이터를 분석해 ‘코로나 시대 사회 양극화 실태와 해법’을 모색했다. 학기말에는 코로나19 전후 우리나라의 무역 수출액과 국민 가처분 소득 규모를 R프로그램으로 도식화해 내수 경기 침체 실태를 분석했다.
이때 함수식을 도출해 수출액이 1억 달러 증가할 때마다 2인 가구당 가처분 소득이 707.2원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파악, 경사하강법으로 정확도를 보완해 최우수 탐구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확률과 통계>에서는 선형회귀분석, T-test 등의 통계 기법으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국가의 채권현재액과 채무현황 사이의 상관관계를 확인해 국가 채무 관리 및 공적 자금 조성 방향에 대한 개선책을 제시했다.
“나름 ‘피하지 말자’는 원칙이 있었어요. 모교는 <수학> <수학Ⅰ·Ⅱ>는 대부분이 수강하고 <확률과 통계>를 듣는 자연 계열 지망생도 많아 인문 성향 학생들의 수학 등급이 높지 않은 편이었죠. 전 특히 다른 과목과 수학의 등급 차가 컸는데, 어차피 상경 계열 진학 후에도 수학 공부를 계속해야 하니 손을 놓을 수 없었어요. 종합전형에서 성적 외의 요소도 봐줄 거라 믿고, 수학 개념·이론을 활용해 역량을 드러내려고 했죠. 통계 프로그램을 도구로 삼아 사회 문제와 수학을 엮어 탐구해보니 수학은 물론, 까다로운 경제·사회·과학 용어와 현상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고요.”
그 결과, 다른 과목에서도 수학을 접목한 탐구 활동을 진행했다. 고3 <심화영어>에서 국민연금 고갈 이슈에 주목, 각국의 사례를 조사하고 국내 공공 데이터를 활용해 부과 방식과 적립 방식의 적절한 비율을 제시했다. 이는 <경제수학> 연금 단원 학습 후, 해당 방식을 시행했을 때의 연금 조성액과 수급자의 1년 적립액·수급액을 계산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관심 분야를 깊이 파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때그때 주요 뉴스와 관련된 공공 데이터를 찾아 엮어보고, 해석할 함수를 찾으면서 탐구 활동의 주제나 방법을 찾는 법도 익히게 됐죠. 내신과 수행평가를 고루 대비하면서 시간도 절약하는 나름의 고육지책이기도 했고요. 참, 이때 통계 프로그램을 활용하면서 다른 툴도 눈여겨봤어요. 경제적이면서 창의적인 문제 해결법을 찾을 수 있었거든요. 선도부 활동에선 3D 모델링을 사용해 건물의 배치를 바꿔 비행 방지 대책을 제시하기도 했죠. 이런 툴을 활용하면 보다 효과적이고 깊은 탐구가 가능해요.”
학생부에서 내게 맞는 전공·전형 발견
고3 1학기 초, 승주씨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했다. 지망 학과 변경을 권유받은 것. 지난 2년의 학생부를 살펴본 진로 선생님, 대학생 선배들은 행정 계열에 더 적합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꼼꼼히 되짚어보니 이유를 발견했다. ‘사회적 기업가’라는 꿈의 이면에 부의 ‘축적’보다 ‘분배’ 즉, 공익이 목표였다. 학생부 곳곳에 사회적 약자, 빈부 격차 등의 키워드가 있었다.
“처음엔 당황했는데, 들여다볼수록 수긍이 가더라고요.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 안전망 구축은 행정과 법, 정치와 관련있는 분야죠. 주요 대학의 행정 관련 학과를 찾았는데, 중앙대 공공인재학부는 행정과 정책, 법률을 아우르더라고요. 부를 직접 분배하는 행정, 그 절차적 당위성을 다루는 법을 모두 접할 수 있어 끌렸어요.”
한데 또 다른 난관을 맞이했다. 전형 선택이 문제였다. 중앙대는 당시 종합전형에서 2024학년에 CAU융합형인재와 CAU탐구형인재로 이름을 바꾼 다빈치형인재와 탐구형인재를 운영했다. 주변에선 탐구형인재만 지원하길 권했다. 관심 영역·계열을 깊게 파고든 학생을 선발하는 전형의 특성 때문이었다. 대전 지역 자사고인 모교의 내신 등급이 높지 않다 보니, 교과 성적이 우수한 일반고 출신 지원자가 몰리는 다빈치형인재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조언이었다. 승주씨의 생각은 달랐다. 대학이 발간한 <학생부종합전형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업 외에도 다양한 방면에서 역량을 드러낸 학생을 선호하며, 전 영역에서의 고른 우수성을 중시’하기에 다빈치형인재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결국 수시 원서 6장 중 2장을 중앙대의 두 종합전형에 사용했다.
“탐구형인재는 행정이나 정책 분야에 꾸준히 몰입한 지원자가 많아 진로를 바꾼 저에게까지 기회가 오진 않을 것 같았어요. 제 고교 생활을 돌아봤을 때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다방면에 역량을 갖췄는지를 보는 다빈치형인재가 맞겠더라고요. 실제 수학 외에 국어 영어 사회 교과에서는 심화 과목까지 고르게 이수해 대체로 2등급 이내의 상위권을 유지했고, 고3 때도 창·체나 공동체 활동에 최선을 다했거든요. 무엇보다 서류 100% 전형인 탐구형과 달리 면접이 있었어요. 진로 변경 이유, 즉 성적으로 인한 차선책이 아닌 진로에 대한 고민에 바탕을 둔 최선의 학과 선택임을 설명하고 싶었어요. 다른 대학도 자기소개서와 면접이 있는 전형 위주로 도전했죠.”
승주씨의 판단은 옳았다. 탐구형인재에선 고배를 마셨지만, 다빈치형인재로 최초 합격을 거머쥐었다. 수시 전체에서도 서류 100% 전형인 대학 한 곳을 제외하고 경희대 건국대 인하대 등은 합격했다.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자, 쉽게 포기하지 않길 당부했다.
“수치적 지표에 매몰되지 않길 바라요. 당장의 등급이 기대와 달라도, 효율성이 떨어져 보여도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길 추천해요. 실력을 쌓는 동시에 자신에 대해 알게 되고, 의외로 입시에서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어요. 저도 그렇게 진로를 돌아봤고요. 또 변화를 너무 두려워 마세요. 희망 진로나 전공을 바꾼다고, 자신이 했던 선택과 활동이 무의미해지진 않아요. 오히려 자신의 특성을 보여줄 수 있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2학년>
<수학Ⅰ> 수학 원리를 실생활 문제 및 탐구에 깊게 활용.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련해 식탁의 넓이에 따른 최적의 좌석 배열을 수열을 활용해 계산 <수학Ⅱ> <미적분의 쓸모>를 읽고 한계 효용에 흥미를 느껴, 투자에 대입해 순간변화율과 평균변화율의 특징을 비교해 장기 투자를 제안 <영어Ⅰ> 수학의 데이터 리터러시 활동과 연계해 ‘우리나라 수출금액 감소액에 따른 가구당 가처분 소득 감소와 이로 인한 내수경제 침체 해결 방안’을 주제로 영어 발표를 진행
<3학년>
<확률과 통계> 선형회귀분석, 정규선 T-test, T-test 통계 기법을 습득해 R프로그램을 활용해 탐구, 국가 채권 규모와 사람들의 인식 변화에 대한 탐구 진행, 국가통계포털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학우들을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데이터를 분석 <비교문화> <이주노동자를 묻는 십대에게>를 읽고, 외국인 노동자 권익 문제의 원인를 찾아보고, ‘외국인 근로부’ 창설이나 ‘외국인 근로자 권익보호 우수단체 인증제’ 등 제도적 해결 방안을 구상해 발표 <경제> 시장 실패 단원 학습 후 <시작의 속성>을 토대로 레몬카 이론에서 소개된 경제학적 이론을 확률분포표로 재구성해 중고차 시장 실태를 분석 <개인별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확률과 통계>에서의 국가 채권 탐구 활동 과정에서 학생 탐구 결과를 공유할 매체가 없다는 문제를 인식. ‘SDGs 문제 해결 프로젝트’를 기획, 탐구 결과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웹사이트를 구상, html 언어를 학습해 홈페이지를 제작·공유
<선택 과목>
▒ <경제> <법과 정치> <사회·문화> <비교문화> 진로와 관련있는 주요 교과라 선택했다. 특히 <비교문화>는 다른 교과의 탐구 활동을 할 때도 유용했고, 대학 입학 후 전공 공부와 연계도가 높아 잘 이수했다고 생각한다.
▒ <수학Ⅰ·Ⅱ> <확률과 통계> <경제수학> 어려웠고, 등급에 대한 부담도 컸지만, 희망 전공 학습에 필요한 과목이라 선택했다. 상경 계열을 포함한 사회과학 전반에 통계 역량이 강조되고, 전공 필수 과목으로 편입되는 사례를 확인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 <심화영어> 영어에 대한 흥미가 높고, 기초 교과에서 고르게 실력을 쌓고 있음을 드러내고 싶어 선택했다. 자료 조사에 바탕한 말하기 중심 수업이었는데, 대학에 와보니 영어 전용 강좌가 많고, 수업 방식도 흡사해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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