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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호

내일신문·내일교육 공동 기획 | 교육학 이론으로 다시 보는 교육 이슈 ③

교사를 위한 교육심리학

글 임효진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

서울대 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교육상담)를 마치고 미 캘리포니아대에서 석사(교육심리)를 수료한 뒤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철학박사(교육심리) 학위를 받았다.
전북대 교육학과를 거쳐 현재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기 이론 중 그릿(Grit), 열정, 목적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교육심리학> <열정의 심리학> 등의 저서와 번역서를 출간했다.


학생의 마음에 대한 원리를 이해하면 학생의 행동을 예측하고 의도하는 방향으로 관리·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는 교육심리학의 저변을 넓히는 데 기여해왔다. 그러나 교육심리학의 성격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채 그 이론들을 교육 현장에 곧바로 적용만 하려 한다면 순수한 의도와는 달리 그릇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에 이 글에서는 교사가 교육심리학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오류들 중 두 가지를 이야기함으로써 이 학문에 대한 이해를 환기시키고자 한다.




‘모로가도 MBTI 탓?’ 심리검사 한계 이해해야

첫 번째는 교육심리학의 이론을 고정적이고 확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오류다. 교육심리학 이론들은 교육 상황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으로 검증해가면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 때 진위의 검증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척도’는 해당 이론에 근거해 마음을 가시적으로 측정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검사 도구(일종의 잣대)다. 따라서 학문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이론과 척도들은 불변하는 공리가 아니라 오히려 의심과 질문의 대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는 여러 이론과 척도를 마치 정답처럼 간주하고 현장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시도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게 된다. 이것의 위험성을 설명하기 위해 교육심리학의 여러 이론(인지, 동기, 발달 등)이나 이의 척도들을 모두 언급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해의 편의를 위해, 요즘 유행하는 성격검사인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를 예로 들어보겠다. MBTI는 서로 대척되는 네 개의 하위 척도(내향(I)과 외향(E), 직관(I)과 감각(S), 감정(F)과 사고(T), 인식(P)과 판단(J))을 조합해 성격을 전체 16개로 구분하고, 자기보고식의 설문을 통해 성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검사다. 최근 자기를 소개할 때 MBTI 유형을 함께 소개할 만큼 대중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인기는, 자신의 행위를 성격 유형에 비추어 스스로 이해하거나, 혹은 타인의 행위를 그의 성격 유형과 관련해 해석하고 대응하거나 처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MBTI는 편리성과 그 유행만큼이나 여러 가지 한계가 지적되어왔다. 내향과 외향, 직관과 감각, 감정과 사고, 인식과 판단으로 구분한 성격 유형들은 실제에 있어서는 연속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 결과를 가지고 어느 하나의 유형에 치우쳐 설명하거나(이분법적 구분의 한계) 또한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시간과 상황에서 검사를 할 경우 그 결과가 가변적인데도 불구하고(신뢰성과 일관성의 문제), 많은 경우 한두 번의 검사 결과를 그가 가진 성격의 모든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어떤 교사가 이 검사의 한계와 위험을 이해하지 못한 채 학생의 MBTI를 수업 설계나 진로 상담 등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것은 학생에 대한 오해와 고정관념을 가지고 처방을 내리거나 교육활동을 하게 되는 과실을 피하기 어렵다.


학생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금물

두 번째는 특정 이론 혹은 구인을 어떤 마음의 형성 원인으로 섣부르게 판단하는 것에서 오는 오류다. 가령 MBTI 유형에 따라 모둠 수업을 했더니 성격이 비슷한 학생들끼리는 토론도 활발히 하고 더 열심히 참여했다면, MBTI가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에 효과가 있다거나 혹은 그 원인이 된다고 곧바로 판단하기 쉽다. 그러나 토론이나 의사소통 능력의 향상에 MBTI(와 그에 따른 모둠 수업의 결과)가 유일한 원인이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교육심리학 이론들은 실험적으로 혹은 통계학적으로 ‘통제한(가능한 다른 원인들을 제거한)’ 상태에서 그 영향력을 검증하며 밝혀진 것들인데, 교실은 다른 원인들이 통제되기 상당히 어려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관점을 이해하고 있는 교사라면 제3, 제4의 원인이 있는지 성찰하고 확인하려 하겠지만, 만약 그렇지 않은 교사라면 MBTI 모둠을 좋은 수업의 원인으로 간주하고 이를 맹신하는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현장에서 인기를 끄는 특정 수업 형태에 대한 선호는 대개 이렇게 결여된, 혹은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교육심리학 이론을 현장에 적용할 때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해 성격 이론을 기초로 한 MBTI를 수업에 적용하는 것을 예로 들어 이야기해보았다. 교육심리학의 많은 이론들이 가진 쟁점과 한계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 채, 마치 일상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가져다 쓰다가 쓸모없어지면 버리는 식으로 이론이나 검사 도구를 학생들의 수업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태도는 진실로 위험한 일이다. 이러한 태도는 자칫, 교육의 대상인 학생(인간)에게 주어지는 소중한 수업이, 잘되면 좋고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식으로 흘러갈 수 있다. 오해는 마시라. 그러기에 더욱더 교육심리학 본연의 질문과 고민을 교사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얻어진 교육심리학적 안목이야말로 교사들의 열정과 노고에 진정한 나침반이 될 것이다.






1110호부터 학교 안팎에서 고민이 큰 중요한 교육 이슈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교육학자 12명의 릴레이 칼럼이 이어집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를 시작으로 강지영(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강태훈(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동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김준엽(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박소영(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박주형(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이상무(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한종(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 임효진(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 조현명(이화여대 연구교수) 황지원(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 교수) 등 1990년대에 교육학과에 재학하면서 함께 공부한 3세대 대표 교육학자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해법을 만나보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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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효진 (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
  • COLUMN (2023년 10월 25일 11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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