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제영 교수
이화여대 교육학과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2004년 동 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 44회 행정고시에 합격, 10년간 교육부에서 근무했다. 2012년 서기관 시절 공직을 그만두고 이화여대로 자리를 옮겼다.
이화여대에서 교육학과 학과장, 호크마교육대학장, 기획처장 등을 거쳐 현재 미래교육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부 서기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학제 개편 등의 업무를 맡아 교육 현장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대학에서는 학교폭력 예방,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한 인공지능(AI) 교육, 디지털 융합 인재 양성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해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교육은 때로는 사회와 기술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가 교육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외부의 충격으로 교육 시스템의 견고한 균형이 깨지고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털 혁신과 함께 저출산과 고령화의 문제, 다문화 사회로의 빠른 전환,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 코로나19 등 새로운 감염병의 확산도 교육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들이다.
2023년 대한민국 교육은 난맥상
2023년 대한민국의 교육은 많은 이슈들이 혼재되어 있다. 한마디로 난맥상이다. 학생들은 대부분의 일과를 보내는 학교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 문제는 지속적으로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고, 청소년 우울증과 마약 문제도 늘어나고 있다. 보통 한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쏟고 있지만 아이를 제대로 키우기 어렵다는 부모들이 많다.
학교에서도 많은 문제가 혼재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계속 바뀌고 있는데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갈등이 심하다. 미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정 중심의 수행평가가 강조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있고 대학 입시와 직접 연결성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기반 개인별 맞춤형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데 학교 현장의 변화 속도는 잘 느껴지지 않는 상황이다. 학력 격차는 심화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여전히 학생 간 경쟁이 치열하고 고교 내신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도입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학부모의 갑질 논란으로 사회적 이슈가 된 교권 회복 문제는 아직도 해결 과정에 있다. 학교 조직의 혁신 요구는 높지만 관료제 형태의 학교는 변화가 더디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학업성취도 격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회적 격차가 사교육을 매개로 교육 격차에 연결되는 악순환은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현상으로서 교육은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게 규정되고 그에 따라 해결 방안도 다양하게 제시된다. 각계에서 교육의 해법을 제안하고 있지만, 문제는 교육의 실제를 모르는 상황에서 본인의 경험에 기반한 섣부른 처방인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현상의 맥락과 원인을 모르고 내리는 처방은 오히려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얽혀 있는 실타래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과학적으로 분석해 해법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전국 주요 대학에 교육학과 전공이 운영되고 있는 만큼, 여러 교육과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대학의 연구는 현실 상황을 설명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현재의 문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원인을 진단하고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관점이 중요하다. 이론적 관점은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원인을 찾아내고 설명할 때 힘을 갖는다. 온몸에 열이 날 때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단을 받는 것과 유사하다. 교육 현상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교육 전문가의 역할이다.
교육 정책, 교육 전문가 역할 중요
사회 문제에 대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도출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 교육 정책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은 힘들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의사결정 이후의 집행 과정의 갈등 비용을 고려한다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올바른 교육 정책을 제안하고 설명하는 과정에도 교육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교육 현실의 어려움을 외면하기 어렵다. 대학에서 교육학을 함께 공부했던 교육학자 12명이 모여 현실 교육의 문제를 바라보는 이론적 관점을 논의하고, 이를 <이슈 중심의 교육학개론>이라는 책으로 올해 출간했다. 이들은 3세대 교육학자라고 일컫는 신진학자들이다. 내일신문·내일교육과 공동으로 12명의 교육학자들이 뜻을 모아 ‘교육학 이론으로 다시 보는 교육 이슈’ 칼럼을 시리즈로 게재하고자 한다.
아이들의 우울증, 심리적 발달,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이해는 이한종 임효진 조현명 교수가 맡았다. 학교의 교육과정, 학업성취도 평가, 수행평가, 개인별 맞춤형 교육, 학교의 역사적 변천에 대해서는 강지영·강태훈·김동호·김준엽·이상무 교수가 집필한다. 교사 문제, 교육감 선거, 학교 조직 혁신, 교육 격차 문제는 박소영·박주형·정제영·황지원 교수가 제시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관점이 중요하다. 아이의 발달에 대해 이해해야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대화하고 교육적으로 지원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교사의 입장에서도 교육 제도의 구성과 특징을 이해해야 올바른 교육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학교장은 학교 조직의 특성을 이해하고 올바른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기획 칼럼 시리즈를 통해 교육 주체들이 올바른 교육의 관점을 갖고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의 방향을 찾아 나아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1110호부터 학교 안팎에서 고민이 큰 중요한 교육 이슈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교육학자 12명의 릴레이 칼럼이 이어집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를 시작으로 강지영(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강태훈(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동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김준엽(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박소영(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박주형(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이상무(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한종(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 임효진(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 조현명(이화여대 연구교수) 황지원(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 교수) 등 1990년대에 교육학과에 재학하면서 함께 공부한 3세대 대표 교육학자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해법을 만나보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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