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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74호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겨울방학 공부 티격태격

취재·사진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이다지 쌤이면 역사 잘할 수 있다고?




고1 아이는 열심히 하는 것 같았는데 늘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더군요. 공부해도 성적이 안 나온다며 특히 <한국사>는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대요. <한국사> 공부하다가 매국노 되겠다며 투덜거립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책장에 꽂힌 <한국사> 교과서를 꺼내 봤어요. 공부한 책이 맞나 싶게 깨끗한 책을 보니 아이의 성적이 왜 그 모양인지 이해가 가더군요. 하교한 아이에게 공부한 거 맞냐고 물었는데 오히려 당당한 아이. 제가 더 황당했죠.

“어무이, 선생님이 교과서가 아니라 프린트물로 수업해요. 역사적 배경도 이해 못 했는데, 시험은 왜 그리 어렵게 나올까요? 전 진짜 이해가 안 돼요. 엄마도 한국사가 가장 싫었다면서요. 내가 엄마 닮았나 봐요.”

뒤통수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순간 아이의 머리를 쥐어박고 싶은 걸 간신히 참았어요.

“인강 패스는 사놓고 듣지도 않으면서 핑계만 맨날 한 보따리. 시험 탓만 하지 말고 너부터 변해라. 쫌?!”




고2 성적을 좌우할 겨울방학, 그래서 겨울방학 계획은?




“수학은 지금 학원 그냥 다니고, 국어와 영어는 대치동 학원으로 옮기고 싶어요. 친구들도 이번 방학 때 대치동 학원으로 많이 옮기더라고요. 과학도 학원에 가야 할 것 같고.”

방학 공부 계획 세웠냐며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에 아이는 무심한 듯 이야기합니다. 어휴~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어요. 학원 간다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데다 국어 수학 영어에 과학까지 숙제나 제대로 해갈까 싶은 게, 학원 때문에 갈등의 불씨가 활활~ 타들어 갈 앞날이 그려지더라고요. 점점 날카로워지는 저와 이 변명, 저 변명 쏟아낼 아이의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죠.

“모든 과목을 학원으로 가는 건 학원비도 문제지만 소화하기 어렵지 않겠어? 일단 학원에 가야 할 과목과 인강으로 해결할 과목 먼저 정리해봐. 인강은 맛보기 강좌 꼭 들어보고.”

아이는 ‘방학 때 시간도 많고, 열심히 하겠다는데 왜 믿지 못하냐’라는 불만 가득한 얼굴이었어요. 한참 후 여러 강사의 이름과 강좌를 적은 종이를 내밀더군요. 강사 선택 이유를 묻자 “1타 강사잖아요. 오르비 들어가보니 평도 좋아요. 근데 과학은 수능 중심 강의가 대부분이라 누굴 들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참 티격태격하며 방학 공부 계획을 세웠어요. 삼시세끼를 먹어도 시시때때로 간식을 찾는 고등 아들 뒷바라지도 아찔한데 긴긴 겨울방학 동안 늦잠에 빈둥거리는 모습은 또 어떻게 봐야 하나 싶어 벌써 갑갑해지네요.

“아들아, 아무튼 겨울방학 잘 부탁하마. 되도록 집에서 함께하는 시간은 많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방학 동안 네 집은 독서실, 집은 식당으로 생각해다오. 그렇지만 요리 요구는 사절이다!”







매일 비슷해한 일상 속 특별한 날이 있죠. 학생,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담는 코너입니다. 재밌거나 의미 있어 공유하고 싶은 사연 혹은 마음 터놓고 나누고 싶은 고민까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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