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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2호

정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04 | 김영곤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서울 세화고)

명확하게 다진 과학탐구 개념, 흥미·점수 UP

중학교 때까지 신나게 놀았고, 중학교 때까지는 좀 놀아야 한다고 생각해 전혀 후회가 없었다. 고교 진학 후 열심히 공부했지만, 자신의 학교 성적으로는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2학년 여름방학부터 정시를 준비했다. 수능 공부를 통해 그간 헷갈렸던 개념이 명확해지면서 공부가 더 재밌어지는 경험을 했다. 전공으로 선택한 시스템생명공학에 흥미를 느껴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좀 더 해보고 싶다는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 김영곤씨의 정시 준비 과정과 소회를 들어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김영곤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서울 세화고)





“게임을 좋아해 중학교 때 PC방을 많이 다녔어요. 학원은 수학 학원 한 군데만 다녔고 놀기 바빴죠. 진학한 고등학교는 자사고라서 그런지 대부분의 친구들이 수업을 열심히 듣고, 하교 후에도 학원을 다니거나 독서실에 가는 등 공부에 대한 의지가 컸어요.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수업을 열심히 들었고 학교 성적을 잘 받기 위해 학원도 많이 다녔죠. 고교 입학 전에는 막연히 경쟁적인 분위기일 거라 짐작했는데 친구들끼리 학원 정보도 공유하는 등 도와주기도 해서 좋았어요.”

집, 학원, 독서실을 반복하는 지루한 일상이었지만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들과 서로 의지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던 중 2학년 1학기가 끝날 무렵 담임 선생님과의 상담에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

“정시 진학을 결심한 후 다니던 내신 학원을 모두 그만뒀어요. 여름방학에는 수능을 위한 대면 강의를 들었고, 2학년 2학기에는 고3을 위한 인터넷 강의를 들었습니다. 2학년 2학기부터는 학교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학급 30명 중 10명이 채 되지 않았죠. 수업하시는 선생님께는 정말 죄송했지만 ‘누구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진 않는다’는 생각으로 제게 필요한 공부를 했어요. 수행평가 역시 어느 정도 정성만 보이고 시간을 많이 쏟진 않았습니다.”


유명 강사의 개념 수업, 큰 도움 돼

정훈구 강사의 <화학Ⅰ> 수업을 들으면서 화학이 재밌어졌다. 개념을 명확하게 잡아주는 강의를 일찍 접했다면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수업 첫날, 기본적인 개념들을 명확하게 알려주셨어요. 수능을 가르치는 유명 강사는 확실히 학생들이 무엇을 헷갈려하는지 잘 알고 있더라고요. 고1, 2에 학교에서 <통합과학>과 <화학Ⅰ>을 배울 땐 이해되지 않았던 기초 개념이 대치동에서 <화학Ⅰ> 수업을 들은 첫날, 바로 이해가 됐습니다. 원자와 분자 개념이 헷갈렸고 시작부터 막히니 공부하는 내내 답답함이 있었는데, 분자는 원자가 전자를 서로 공유하고 있는 공유 결합 형태라고 알려주셨어요. ‘아하’ 하는 깨달음을 얻었죠. 원자가 물질의 기본 단위이고, 원자가 모여 분자가 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또 이온 결합, 공유 결합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요. 한데 제각각 따로 알고 있던 개념들이 머릿속에서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후 확실한 개념 정리를 통해 즐겁게 과학탐구를 공부했고 <화학Ⅰ><생명과학Ⅰ>은 수능에서도 좋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절제가 어려웠던 스마트폰은 집에 두고 독서실로

고3 초반까지 하루 스크린타임이 평균 6시간일 정도로, 스마트폰으로 웹툰과 유튜브를 즐겨 봤다. 독서실에서 자습을 할 때도 스마트폰 때문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스마트폰을 보느라 늦게 자니 다음날이면 하루 종일 피곤했다.

“악순환이 반복됐죠.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먹방 유튜브도 즐겼고, 노래를 좋아해 <쇼 미 더 머니>나 노래 영상도 많이 봤어요. 부모님은 ‘공부는 때가 되면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계셔서 학업에 대한 부담을 주진 않으셨어요. 두 분의 노후 준비에 열중하셨죠. 하하. 어머니는 제가 요청하면 조언을 해주시는 정도였어요. 스마트폰을 절제하지 못하는 제 자신이 답답해 말씀드렸더니, ‘의지만으로 어렵다면 독서실에 갈 때는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가는 게 어떻겠니’라고 제안하셨어요. 다행히 제게는 성공적인 방법이었어요. 집에 두고 다니니 스마트폰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줄었고 점차 머릿속에서 스마트폰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눈앞에서 안 보이니 마음속에서도 사용 욕구가 사라졌다고나 할까요.”


어려운 시험 마주할 때의 마음가짐도 준비해야

국어는 가장 자신 없는 과목이었다. <문학>은 작품을 숙지하는 것이 문제 풀이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수능특강>에 나온 작품들을 꼼꼼히 학습했다. 비문학은 내용이 어렵고 지문도 길어 읽은 내용이 정리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지문을 관통하는 큰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 데 집중했다. 고3 내내 국어 과목도 꾸준히 성적이 올랐다. 하지만 2022학년 수능에서 국어가 매우 어렵게 출제됐고, 시험을 볼 때마다 우상향하던 국어 성적은 수능에서 곤두박질쳤다.

“국어 시험을 볼 때 문학, 화법과 작문, 비문학 순서로 풀었어요. 비문학 독해를 푸는 데 너무 어려워 크게 당황했어요. 헤겔의 변증법 관련 지문을 풀다가 해결하지 못한 채 경제 지문으로 넘어갔죠. 평정심을 잃은 탓인지 지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창문 옆 자리에서 시험을 보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볼 정도로 당황했어요. 6월과 9월 국어 모의고사가 쉬웠기 때문에 수능은 그보다 어려울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높은 난도에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습니다.”

국어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까. 수능 시험을 치기 전에는 왜 친구들이 굳이 법학 적성 시험인 LEET에 나오는 어려운 지문을 연습할까 의문도 있었지만 시험을 본 후 그런 공부도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매우 어려운 지문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접근해가는 나만의 절차를 만드는 연습이 필요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랬다면 아무리 시험이 어렵다고 해도 멍하니 5분 이상을 흘려보내는 실수를 하진 않았을지도 모르죠.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에 몰입할 수 있는 연습, 시험에 임하는 나만의 루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1교시 국어 시험을 완전히 망쳤지만 2교시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과목을 잘 봐서 어떻게든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국어 시험 도중 흔들렸던 마음을 재정비해 다행히 2교시 수학 시간엔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영역 시험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 정말 다행이었어요.”


전공에 대한 흥미로 입시 재도전 생각 접어

입학 전에는 한 학기 정도 다닌 후 다시 수능 시험을 볼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대학생활이 마음에 들었고 생각보다 전공 공부가 재밌어서 반수 생각을 접었다.

“해부 실험을 통해 동물의 구조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 있었어요. 이제 전공 공부에 첫발을 내디뎠을 뿐이지만 제가 미처 몰랐던 적성을 발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군대를 다녀온 후 앞으로의 계획을 구체화해야겠지만, 일단 대학원에 진학해 공부를 더 할 생각입니다.”


<공부법과 교재>


수학에서 틀린 문제를 취합해 오답 노트를 작성했다.
문제 풀이 순서와 문제 유형을 적어놓고 틈틈이 복습하면서 유형에 익숙해지고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길렀다.


<정시 지원 현황>

가군: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불합격)
나군: 중앙대 인문대학(불합격)
다군: 건국대 시스템생명공학과(추가 합격)


<과목별 공부법과 교재>


<문학>

<문학>은 알고 있는 작품이냐 아니냐에 따라 문제 풀이 시간이 차이가 많이 났다. <수능특강>에 나온 작품들을 꼼꼼히 학습해 익혀둔 것이 확실히 도움이 됐다. 비문학은 내용도 어렵고 지문도 길어 지문을 읽는 도중에 길을 잃기 쉬웠다. 중간중간 지문을 관통하는 큰 주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읽는 데 집중했다.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매3비, 마더텅, 김동욱 일취월장


<수학>

중1 때부터 한 학원을 꾸준히 다니며 기초를 쌓은 덕분에 수학은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었다. 킬러 문제들은 개념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 유형 파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기출 모의고사나 사설 모의고사 등을 통해 유형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자이스토리, 마플교과서, 배성민 드리블


<영어>

문장에 모르는 단어가 많아 독해가 어렵다고 생각해 단어를 꾸준히 암기했다. 한 단어에 여러 뜻이 있고 그 뜻은 문맥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문맥을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마더텅, 이명학 일리


<화학Ⅰ>

개념 공부가 완전히 되어 있다면 2, 3등급을 받기는 쉬운 과목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고2 겨울방학 내내 개념을 열심히 공부했고 개념을 완벽하게 다진 후 관련 문제를 틀리지 않게 되었을 때 킬러 문제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OWL N제, 정훈구 정답화학


<생명과학Ⅰ>

고2 겨울방학 동안 모르고 놓친 개념이 없도록 개념 학습에 열중했다. 개념 문제를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한 이후 킬러 문제를 풀기 위한 스킬을 익히는 데 집중했다. 개념을 완벽하게 다졌기 때문에 헷갈려 머뭇거리거나 검토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었고, 시간을 절약한 덕분에 킬러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을 더 사용할 수 있었다.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윤도영 ALL ABOUT



<나의 수험 생활>

▒ 고2 12월~고3 2월 수학 상·하, 수1·2를 거의 잊은 상태였다. 다시 중점적으로 공부했다. 또한 <화학Ⅰ>과 <생명과학Ⅰ> 개념을 확실하게 익히기 위해 <수능특강>에 있는 날개 문제까지 꼼꼼하게 공부했다.

▒ 3월~6월 3월 모의고사는 부족한 부분을 찾기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해서, 3월 모평을 수능처럼 집중해서 봤다. 국어 공통 영역이 부족하다고 느꼈고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국어 공부 시간을 늘렸다.

▒ 6월~9월 3월 모의고사 때처럼 부족한 부분을 찾기 위해 집중해서 시험을 쳤다. 6월 모의고사는 N수생도 함께 치르는 시험이기에 떨렸다. 처음 청심환을 복용해봤다. 영어 시험을 치르면서 졸음이 쏟아지는 이유가 청심환을 복용한 탓이라고 생각해 수능 때는 청심환을 먹으면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

▒ 9월~수능 남은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9월 모의고사 결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때부터 하루에 주로 한 과목만 공부하는 패턴을 바꿔, 수능 당일을 염두에 두고 모든 과목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규칙적인 생활을 하려고 노력했다.

▒ 수능 전날 미리 정리해둔 자료들을 보면서 최종 점검을 마치고 저녁부터는 공부하는 대신 컨디션 조절에 신경 썼다. 처음에는 잠이 잘 오지 않았지만 잠자는 시간을 일정하게 하려고 노력해온 덕분인지 어느새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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