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 때까지만 해도 교과 성적이 1등급 중반일 정도로 좋았다. 2학년이 되어 얼마 안 돼 찾아온 슬럼프는 오래갔다.
성적이 계속 떨어지면서 이대로는 수시로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3학년이 되면서 일찌감치 수시는 접기로 했다. 지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수능 공부에 올인했다. 하지만 수능 성적도 생각만큼 나와주지 않았다.
정시에서 추가 합격한 곳이 있었지만, 재수를 결심했다. 3학년 내내 혼자 공부하며 한계를 느꼈기에 기숙형 재수학원에 등록하고 수험 생활을 다시 시작했다. 고3 때 겪은 시행착오를 되짚어보니 무엇보다 공부법이 문제였다.
나만의 공부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었다. 여러 시도 끝, 어느 순간부터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한국외대 LT학부에 합격한 권소정씨의 수험 생활을 돌아봤다.
취재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사진 이의종
권소정 한국외대 LT학부 (한국삼육고 졸업)
선택형 수능으로 바뀌는 시점, 그럼에도 결정한 재수
소정씨가 재수를 결심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은 수능 체제의 변화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수능이 선택형으로 변경되면서 고3 때와는 다른 수능을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고3 때 치른 첫 수능에서 발목을 잡은 과목은 국어와 사회탐구였어요. 수학과 영어는 1등급을 받았지만, 국어와 사회탐구 과목이 3~4등급이었기 때문에 제가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는 어려웠거든요. 수학이 안정적이어서 변화된 수능도 적응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 재수를 결정했어요.”
먼저 국어 선택 과목을 정해야 했다. 문제를 푸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화법과 작문>이 아닌, 개념만 확실히 알면 문제 푸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했다. 수학은 고민 없이 <확률과 통계>를 선택했다.
소정씨는 국어에서 비문학 문제를 푸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었다. 학원 수업을 들으며 접근법부터 잘못됐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바로 문제부터 읽기 시작해 풀다 보니 감을 전혀 못 잡았더라고요. 글을 읽는 방법부터 터득하는 게 우선이었던 거죠. 평가원 모의고사를 반복해 풀면서 주요 대목에 밑줄을 긋거나, 키워드 중심으로 동그라미를 치는 등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법을 주로 연습했어요. 점점 문제도 쉽게 파악하게 되고, 풀이 시간도 줄어들더라고요.”
믿었던 수학 1등급, 3월 모의고사에서 만난 벽
소정씨가 찾은 또 하나의 학습법은 ‘개념 이해 먼저’였다. 누구나 이야기하지만 실천이 관건인 방법이다. 재수를 시작하고 처음 치른 3월 모의고사에서 이 문제는 여실히 드러났다.
“처음 치른 수능에서 수학 1등급을 받았잖아요. 제가 수학을 잘한다고 생각했죠. 한데 3월 교육청 모의고사에서 60점을 받은 거예요.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처음 겪은 시험이라고 해도 이대로라면 좋은 성적을 받긴 어렵겠더라고요. 다시 개념으로 돌아가기로 했어요. 킬러 문항보다 중난도 문제 위주로 공부하면서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데 주력했죠. 킬러 문항을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중난도 문항에서는 절대 실수하지 말자고 마음먹었고요. 이 방법이 주효했는지, <확률과 통계> 선택자가 수능에서 불리하다며 교차지원 문제가 이슈가 됐지만 2등급을 받으며 잘 마무리했어요.”
고3 때 어려움을 겪은 사회탐구도 공부법 자체를 바꾸며 다시 접근했다. 선택 과목은 <사회·문화>와 <생활과 윤리>로 동일했지만, 이해 없이 무작정 암기하는 방식의 공부법이 문제였음을 깨달았다.
“<생활과 윤리>를 공부하면서 철학가의 사상이 나오면 무작정 암기하느라 바빴어요. 어려운 문제 앞에선 당연히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철학가의 사상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이해하면서 공부하려고 노력했어요. 헷갈려서 틀리는 선지는 따로 노트를 만들어 일일이 분석하고 정리했어요. <사회·문화>의 경우 개념은 어렵지 않지만, 변별을 위해 까다롭게 출제되는 문제 유형이 장벽이었어요. 고3 때 도표 문제는 감을 못 잡아서 아예 손도 못 댔거든요. 알고 보니 도표 문제마다 푸는 방법이 정해져 있더라고요. 최대한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감을 익히는 데 주력했어요. 그 결과 3~4등급이었던 사탐 성적이 두 과목 모두 1등급으로 올랐죠.”
정시 올인하더라도 학과 선택은 신중하길
재수 생활을 거치며 소정씨가 내린 결론은 결국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점이었다. 학교 공부와는 다른, 수능에 맞는 공부법이 따로 있다는 것도 느꼈다.
“학교에서도 모의고사 문제를 해설해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긴 했지만, 수능은 확실히 그에 맞는 공부법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정시를 결정한 것이 고3 초반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늦었다고 볼 순 없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는 EBS 교재 외에 사설 모의고사나 교재 등에 대한 정보는 아예 없었고, 내게 맞는 방법을 찾아나가기보다 무작정 문제 푸는 데 매달렸던 것 같아요. 제 경우 혼자 공부하는 데 어려움을 느껴 기숙학원을 선택한 것도 잘 맞았어요. 여러 학생들이 같은 목표를 가지고 공부하다 보니 자극이 되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누구에게나 전문적인 재수학원이 잘 맞다고 볼 수는 없어요. 실제 성적이 오히려 떨어진 친구들도 있었으니까요. 결국 어떤 방식이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가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소정씨는 그런 면에서 정시에서도 대학 못지않게 학과에 대해 고민해보길 바란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지만 해외에서 일하는 직업을 동경했기에 소정씨는 정시에 처음 지원할 때도 국제통상 관련 학과에 주로 원서를 썼다. 재수를 거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외대 LT학부는 무역 당사국 간의 FTA 협상은 물론 다자간 교역 협정에 이르는 수많은 통상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전문 지식을 배우는 곳이에요. 최소 4년 동안 공부해야 하는 전공인데, 점수에만 맞춰 결정한다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선택일 수 있잖아요. 성균관대 사회과학 계열에도 합격했지만, 제가 원하는 전공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최종적으로 한국외대 LT학부를 결정했어요. 경제학원론과 국제통상법, 제2외국어로 스페인어를 선택해 배우면서 제게 맞는 분야가 뭔지 찾아나가는 중이에요. 저처럼 상황에 따라 수시를 접고 정시에 올인해야 하는 친구들이 있을 거예요. 공부하는 과정만큼은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되,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좀 더 깊이 고민하길 바랍니다.”
<공부법과 교재>
<생활과 윤리>는 암기에 앞서 철학가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나만의 정리 노트를 만들어 오른쪽에는 기본 내용을 정리하고, 왼쪽에는 헷갈리는 선지들을 따로 포스트잇에 정리해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차례 보며 암기했다.
<정시 지원 현황>
가군: 한국외국어대 Language&Trade학부(최초 합격)
나군: 성균관대 사회과학 계열(추가 합격)
다군: 중앙대 경영학과(불합격)
<과목별 공부법과 교재>
<국어>
문법은 개념을 숙지한 뒤 문제를 반복해서 풀며 확실하게 암기했다. 문학은 문제를 풀기 전에 ‘보기’를 참고해 작품의 중심 내용을 파악하고 작품에 몰입해 읽으려고 노력했다. 고전시가는 고전시어의 의미를 알아두고 어느 상황에 자주 쓰이는지를 중점적으로 봤다. 또 EBS 연계 교재 작품을 반복해 읽었다. 비문학은 평가원 기출문제를 반복해 풀며 글의 구조를 파악하고 답의 근거를 지문에서 찾는 법을 연습했다.
<교재> 평가원·교육청 기출문제, 수능특강, 수능완성, 마더텅 문법, 학원 자료, 사설 모의고사
<수학>
어려운 3점 문제, 쉬운 4점 문제, 준킬러, 킬러 순으로 난도를 높여가며 문제를 풀었다. 오답 문제는 최소 5회 이상 반복하며 헷갈리는 개념을 확실하게 알아뒀다. 풀다가 막히는 문제는 최대한 고민을 해보고 해설지를 참고했는데, 해설지 풀이법 외에도 다른 풀이법은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종종 학원 친구들과 풀이법을 공유하고 서로 설명해주기도 했는데, 이 공부법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교재> 자이스토리(수학1, 수학2, 확률과 통계), 수능특강, 수능완성, 평가원 기출문제집, 사설 문제집, 사설 모의고사
<생활과 윤리>
<생활과 윤리>는 암기도 중요하지만, 철학가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암기만 하면 킬러 선지를 맞히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철학가의 사상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정리 노트를 만들어 오른쪽에는 기본 내용을 정리하고 왼쪽에는 헷갈리는 선지들을 따로 포스트잇에 정리해 시간이 날 때마다 여러 차례 보며 암기했다.
<교재> 마더텅 생활과 윤리, 수능특강, 수능완성, 학원 교재, 사설 모의고사
<사회·문화>
<사회·문화>는 개념이 어려운 편은 아니지만 문제 유형이 까다로워 우선 개념을 정확하게 암기한 뒤 까다로운 문제 유형을 반복해 풀며 손에 익히려고 했다. 킬러 유형인 도표 문제는 각 문제 유형마다의 패턴을 익히기 위해 반복해서 풀어보고 응용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뒀다.
<교재> 마더텅 사회·문화, 학원 교재, 수능특강, 수능완성, 사설 모의고사
<나의 수험 생활>
▒ 12월_ 고3 12월을 돌아보면 ‘아직 시간이 많으니까 다음 달부터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정시 준비를 안일하게 했던 것 같다. 한 번 미루면 계속 미루고 싶어지니 정시 준비를 하기로 마음먹은 동시에 조금이라도 공부를 시작하길 권한다.
▒ 1월~6월_ 1월에 기숙학원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가장 취약했던 과목인 국어는 기본 개념과 비문학 지문을 읽는 방법 등 기초부터 배워나갔다. 수학은 고3 때 1등급을 받았기에 초반부터 킬러 문제 위주로 공부했다. 하지만 3월 모의고사에서 수학 60점대를 맞고 그간의 공부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뒤로 모든 과목을 개념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다짐했고 내 공부법의 문제가 뭐였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결국 공부량에 대한 집착이 문제였다. ‘양보다는 질’이라는 마인드로 한 문제를 풀더라도 정확하게 풀어야겠다고 다짐했다.
▒ 6월~9월_ 공부법을 바꾼 뒤 성적이 많이 올랐고, 7월 교육청 모의고사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처음 받아보는 성적에 기분이 들떠 평소만큼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또 국어 점수가 안정적이지 않았는데도 1등급이 내 실력이라 착각, 국어 공부에 소홀해졌다. 그 결과,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4등급을 받았고, 대부분 과목의 성적이 하락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평가원 기출문제 위주로 공부하며 원래의 페이스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 수능 전까지_ 수능이 다가온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으로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시기다. 이런 마음들을 떨쳐내기 위해 수능 일주일 전부터는 실제 모의고사를 풀기보단 EBS 연계 작품을 보거나 수학 오답 문제를 풀고 사탐의 헷갈리는 선지를 보는 등 그동안 실수했던 것을 되짚어보았다. 수능 당일, 11월 마지막 모의고사를 보러 가는 마음으로 긴장하지 말고 그동안 쌓은 내 실력을 발휘하고 오자 다짐하고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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