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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호

코딩 아닌 활용 배운 ‘AI·빅데이터 교실’

“앱으로 쉽게 해본 데이터마이닝, 진로·학업 전환점 됐어요”

AI와 빅데이터는 모든 분야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교육에서도 AI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에서 관련 수업을 접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정보> 수업을 개설한 학교가 많지 않아 전문가 특강이나 외부 강사를 초빙한 코딩·아두이노 교육에서 프로그래밍 기초를 접하는 정도다. 문제는 이 경우 별다른 인상을 받지 못하거나 AI를 어렵게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데 학교 수업에서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로 지역 내 기후위기를 고민해본 학생들이 있다. 직접 학교로 찾아온 전문가들이 쉽게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알려주며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공용 데이터로 학생들이 직접 주제를 풀어내도록 도왔다. 그 결과 학생들은 데이터과학에 대한 흥미는 물론 진로로도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경북 지역 15개 고교에서 진행된 ‘AI·빅데이터 교실’, 포항제철고 1학년 김여진·김채환·정명진 학생을 통해 들여다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도움말 원종필 교사(경북 포항제철고등학교)




전문가들의 코딩 아닌 실전 수업

포항제철고는 지난 2020년부터 AI 융합 교육과정 중점고로 선정돼 다양한 AI 수업과 활동을 하고 있다. ‘AI·빅데이터 교실’ 수업도 그중 하나였다. <내일교육>이 기획하고 경북도와 포항테크노파크가 제공한 융합 프로그램으로, 방과 후 자율 활동 시간을 활용해 3일간 하루 3시간씩 총 9시간 동안 진행됐다.

수업은 AI 전문가인 고려대 남호성 교수와 지역 내 AI 전문 강사들이 진행했다. 학생들은 첫날 간단한 개념 수업을 시작으로 데이터마이닝 프로그램 소개와 활용법, AI를 활용한 영상 만들기 실습을 끝낸 후 2~3일 차에는 거주지 내 환경·인구·경제 등의 분야에서 관심 주제를 발굴해 직접 관련 데이터를 찾아보고, 의미도 찾아냈다.

특히 이론이나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치우치지 않고 오픈소스 데이터마이닝 프로그램인 ‘오렌지’를 활용해 코딩 경험이 없는 학생들도 손과 눈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호응이 높았다.

포항제철고 원종필 교사는 “컴퓨터 기술이 활용되는 IT 분야는 매우 폭넓고, 개별 분야마다 매우 전문화돼있다. <정보> <프로그래밍> 등의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좀 더 시야를 넓혔으면 하는 마음에서 외부 전문가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직접 데이터를 수집·정제·가공하고 시각화했다. 손쉬운 프로그램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하면서 AI와 데이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진로 면에서도 영향을 받은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말하는 나의 ‘AI·빅데이터 교실’

포항제철고 1학년 김여진·김채환·정명진 학생은 ‘AI·빅데이터 교실’에 참가해,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위해 경북도의 탄소중립 정책이 나아가야 할 길’을 탐구했다. 관련 탐구 보고서를 제출하고 발표한 ‘학교별 우수팀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산림 면적 및 신재생 에너지 생산에 더 체계적이고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라는 결론은 단순했지만, 이에 도달하는 과정이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다. 국내뿐 아니라 Our World in Data·The World Bank에서 해외 데이터를 수집하는 적극성을 보였고, 다양한 정량·정성적 지표들을 창의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조장을 맡은 정명진 학생은 “오렌지의 위젯이 자동으로 데이터를 시각화해줘 어렵지는 않았다. 신뢰할 데이터를 수집하고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줄 논리 구조를 설정하는 게 관건이었다”고 말했다. 김여진 학생은 “조원들과 토론을 통해 다양한 온실가스 중 비중이 높은 Co2, 메테인, 아산화질소 중심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경제 수준이 다른 10개국의 배출량을 살펴보기로 결정했고, 유발 요인 등을 추정해 관련 데이터를 찾았다. 도내 정책을 제언해야 하니 국내외 정책도 조사해 국가 단위에서 비교했다”고 덧붙였다.

김채환 학생은 “아이디어를 내고 인과관계를 분석하면서 AI·빅데이터에 대해 많이 배웠고 흥미를 느꼈다. 조원 모두 진로 면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수업에서 실습과 과제에 몰입하면서 쌓은 데이터마이닝 실력이 향후 과제탐구나 수행평가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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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이라는 길, 새롭게 찾았어요




“다양한 체험을 해보고 싶어 신청했어요. 숫자의 나열에 불과한 데이터에서 의미를 찾아내려면 창의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해요. 까다롭지만 재미도 있어서 더 좋은 데이터를 찾아 해외 사이트를 뒤지고, 지도에 데이터의 수치를 색의 농도를 달리해 시각화하고 싶어 유튜브의 영어 강의를 찾아 듣고 보고서도 작성했죠.
자연스레 ‘공학’에 대한 관심이 커져 진로로 고민 중입니다. 선택 과목 중 하나를 <인공지능수학>으로 바꿨고요. 학교에서 새로운 분야의 실습·활용 중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면 도전해보면 좋겠어요. 시야도 넓어지고, 몰랐던 적성을 찾을 수도 있으니까요.”
_ 정명진(포항제철고 1학년)



AI에 대한 관심, 더 깊어졌어요




“컴퓨터 쪽 진로를 고민 중이라 수업을 신청했어요. 첫날 AI의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 원리로 숫자 0과 1, 픽셀 등 컴퓨터 언어와 머신러닝의 기본 개념을 쉽게 익힐 수 있었어요. 무엇보다 직접 프로그램을 다뤄 좋았어요. 오렌지는 C언어에 비해 직관적이라 다른 주제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발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을 발휘할 수 있는 데이터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요. 이런 활동은 관련 교과 수업이나 동아리, 학교 홈페이지 등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관련 교과 선생님께 관심사를 공유하거나 학교 공지를 꼼꼼히 살피면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_ 김채환(포항제철고 1학년)



실습과 협업의 즐거움, 도전의식 커졌어요




“다른 특강과 달리 실습이 많아 인상적이었습니다. 데이터마이닝 앱을 직접 다뤄보며 다양한 데이터를 포털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거나 가설을 검증하는 등 효용성을 높이는 ‘데이터과학’ 분야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수업 후 전공·진로로도 고민하게 됐어요.
저는 정책 부분을 맡아 조사했는데, 두 친구가 모아온 데이터와 접목해 함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재밌었거든요. 낯선 친구들과의 협업도 즐겁고, 질의응답에 나서는 등 평소보다 적극적인 제 자신을 발견하면서 적성에 맞겠다 싶었습니다. IT에 대한 막연한 관심을 구체화하는 계기도 됐고요.”
_ 김여진(포항제철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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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고등 (2022년 01월 19일 10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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