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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83호

EDUCATION 해외통신원 | 한국과 다른 문화 충격

공익이 최우선! 규제 천국 싱가포르

이미 언어에 대한 부담이나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 등은 미국에서 고교를 보내며 충분히 경험했기에 싱가포르에서는 문화 충격과 관련한 걱정이 없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일단 밤에도 계속되는 찌는 듯한 더위는 싱가포르에서 느낀 가장 큰 충격이었다.


싱글리시를 처음 만난 날

싱가포르에 유학을 오기 전에는 싱가포르가 동남아시아에 있는 굉장히 부유한 도시국가이며 영어가 널리 쓰인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싱가포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거라 착각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친구를 만났을 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처음엔 그들이 중국어나 말레이어를 하는 줄 알았다.

한국에서 구수한 영어 발음을 콩글리시라고 하듯이, 싱가포르의 싱글리시도 미국식 영어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싱글리시에서는 문장 끝에 ‘~라’ 혹은 ‘~레’ 등 접미사들이 종종 쓰이는데, 특히 강조체의 문장에서 자주 쓰인다. 게다가 문법적으로도 영미식과는 다른 중국어 와 비슷한 문장을 많이 쓴다.

여러 가지 말레이어 단어도 섞어 쓰는 경우가 많아 싱가포르에서의 첫 학기 동안 싱글리시에 익숙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다행히 싱글리시 적응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은 해외에서 여행하다가 싱글리시가 들리면 오히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 정도로 싱글리시에 익숙해졌다.


껌을 사기 어려운 유일한 나라?

싱가포르는 껌을 팔지 않는 나라로 유명하다. 한때는 껌을 소지하기만 해도 벌금이 부과됐다. 싱가포르 정부가 1992년부터 껌의 수입 및 판매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껌 금지법이 제정된 이유는 도시의 청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깨끗하고 청결하기로 유명한 나라다. 그런데 사람들이 껌을 씹다가 아무 곳에나 뱉으면서 도시가 지저분해졌고, 제거하는 데도 비용이 많이 들었다. 간혹 지하철 자동문 센서 등에 껌을 붙여서 센서가 고장 나는 등 여러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하면서 내려진 조치였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과 맺은 FTA 협정 으로 의료용 목적의 껌 판매가 허용됐다. 약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껌을 판매하는 상인은 최고 2년의 징역형에 처해지거나 1천 싱가포르 달러의 벌금을 내야 한다. 거리에서 껌을 씹다가 걸리면 한화로 약 80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껌을 씹는 습관이 없어 큰 불편은 없지만, 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싱가포르에서 지내는 것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싱가포르 여행을 계획한다면 껌은 입국 시 금지 품목 중 하나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다 적발되면 100만 원이 넘는 벌금을 내야 한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다. 대중교통 이용 시 음식물 휴대 또한 불법이다. 버스뿐만 아니라 지하철을 이용할 때 음식을 먹는 행위도 법으로 규제한다. 휴대하고 탑승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음식도 있다.
대표적으로 냄새가 심한 과일인 두리안은 먹지 않아도 소지하고 탑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늦은 밤, 마트에서 주류 판매 금지

싱가포르는 밤 10시 30분부터 오전 7시까지 마트나 편의점에서 술을 살 수 없다. 주류 판매 금지 시간 동안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도 금지한다. 물론 술집이나 클럽에서는 오후 10시 30분 이후에도 술을 판매하지만, 친구들과의 모임을 위해 술을 준비하려면 10시 30분 이전에 충분히 사 둬야 한다.

처음엔 술 판매 시간을 규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문화에 익숙해지니 모임 전에 어느 정도 술을 마실지 계획하고 그 이상 마시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건전한 음주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됐다.

술과 관련된 다른 문화 충격 중 하나는 싱가포르에서 판매되는 소주의 가격이다. 한국에서는 편의점 소주 한 병 가격이 1천800원 정도인데, 싱가포르 마트에서는 병당 8싱가포르 달러, 한국 돈으로 6천500원 정도이다. 또한, 싱가포르의 한국 식당에서 소주를 주문할 경우 병당 18~20싱가포르 달러 내야 하는데, 한화로 따지면 소주 한 병에 1만5천 원정도다. 한국의 음식점에서 한 병에 5천 원 정로 판매하는 것과 비교하면 3배 정도 비싼 가격이다.

소주 외에도 싱가포르의 전반적인 술 가격은 한국보다 훨씬 비싸다. 따라서 싱가포르 대학생들은 일과 후 음식점이나 술집에서 술을 마시기보다는 주로 마트에서 맥주나 와인을 사거나, 해외 여행 시 이용하는 면세점에서 도수 높은 술을 사 집이나 기숙사에서 마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한국, 미국보다 많은 부분에서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현실을 답답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제정된 법이라고 생각해 반기는 이들도 있다. 이런 문화적 차이가 처음엔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어느새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지내는 나를 보면 신기하다.

한국, 미국을 거쳐 싱가포르에서 사는 지금, 나라의 분위기와 환경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1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싱가포르의 생활 속 범칙금. 규제에 해당하는 행위도 많고, 범칙금도 한국보다 매우 높다.
2 싱가포르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싱글리시. 단순히 발음만 영어와 다른 게 아니다.
3 공공장소에서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기재된 안내문. 규제 행동과 범칙금이 같이 표기돼 있다.


싱가포르 Singapore


이한규
싱가포르 통신원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과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꿈꾸며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 특유의 여유로운 개인주의 사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친화력과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추진력을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대가 싱가포르국립대와 공동으로 설립한 Yale-NUS College에 진학해 현재는 경제학과 3학년이다. 싱가포르만의 교육 방식, 문화, 생활 등 교육과 유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싶다. 싱가포르 유학에 대한 궁금증은 hankyu lee95@u.yale-nus.edu.sg로!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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