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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호

생명과학 연구 중심 대학 유럽식 교육과정의 겐트대

인천글로벌캠퍼스(IGC)에 있는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국내에서 유럽 대학을 다닐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유럽 대학의 교육과정을 그대로 갖고 온 연구 중심의 대학으로 이공계 인력을 양성한다. STEM 교육에 기반을 둔 기초 과목을 1, 2학년에 배우고, 강의 50%와 실습 50%로 구성한 점, 국내 대학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학점, 높은 대학원 진학률 등은 연구 중심의 대학이기에 나타나는 특징이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오전은 강의, 오후는 실습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공부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졸업 때까지 이수해야 하는 학점이 240학점으로 학기마다 30학점씩 들어야 한다. 4년제 대학의 일반 학과들이 대부분 130~140학점인 데 비하면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의 240학점은 두 배 가까이 더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의대 본과가 학기마다 30학점가량 들으니, 수업 시간과 공부량은 의대 본과에 가깝다.

대학에서 공부량이 대폭 늘어나는 유럽식 교육을 그대로 가져와 대학에 와서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오전은 강의, 오후는 실습으로 구성되며 아침 8시 30분에 수업을 시작해서 저녁 7시까지 매일 수업이 이어진다(표 1). 실습은 실험·세미나·현장 탐방·외부 행사·문제 풀이·코칭 등 다양하다.


1학년은 1년 반 동안 적응기 거쳐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의 모든 수업은 영어로 이뤄진다. 입학하자마자 정보학·수학·물리학·생물학·화학 등의 전공 과목을 영어로 듣고 시험을 보고 과제를 제출해야 하니 시작할 때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유럽 대학은 9월에 새 학년을 시작하지만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3월에 1학년을 시작, 1년 반 동안 1학년을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유지영 교학팀장은 “3월에 입학해 예비 학기(Preparatory Term)를 보낸 학생들은 학업 성취도가 매우 높다. 졸업이 한 학기 늦춰지지만 결과적으로 학습 효율이 높으며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공부량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1학년 때 배우는 수학·생물학·화학·물리학 과목은 고등학교 때 배운 내용에서 확장된 것이다. 수학·과학 과목을 잘 공부해두는 것과 영어 전공 수업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험은 절대평가로 각 학년에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을 통과해야 윗학년으로 진급할 수 있다. 1학년 때는 전 과목을 한 번에 통과하는 학생이 많지 않지만 2학년이 되면 유럽식 교육에 적응하고 학업 역량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학생이 통과한다.

유 교학팀장은 “유럽 대학은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교육 정신을 갖고 있어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입학의 문이 열려 있다. 그러나 졸업은 쉽지 않다. 각오를 하고 입학해도 학업 부담이 매우 클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의 태도다. 열심히 하는 학생이라면 1학년의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와 의지가 있고 겐트대를 통한 미래와 진로에 확신이 있다면 힘든 공부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또한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지원한다”라고 밝혔다.


1, 2학년은 기초 교육, 3학년부터 전공 확정
1, 2학년은 학과 구분 없이 과학·기술·공학·수학을 합친 STEM(Science·Technology·Engineering·Mathematics)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어, 생명과학과 화학뿐만 아니라 수학과 물리학의 비중도 높다(표 2).

3학년에 올라갈 때 환경공학과·식품공학과·분자생명공학과 중 전공을 선택할 수 있어 고민할 시간은 충분하다. 디지스트·유니스트·지스트·카이스트·포스텍 등 국내의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에 무전공으로 입학해 인원 제한 없이 원하는 학과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4학년 1학기는 벨기에에 있는 겐트대 홈캠퍼스에서 보낸다. 2021년 9월에 겐트대 홈캠퍼스로 간 학생들은 2022년 2월까지 유럽의 한복판에 있는 벨기에 겐트에서 학업을 이수한다.


생명과학으로 전통 깊은 유럽의 명문 대학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는 생명과학이 강한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김범수 행정처장은 “유럽은 농업과 낙농업을 기반 산업으로 삼았으니 200년 역사의 겐트대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역량을 축적해왔다. 생명과학은 생명체의 신진대사와 생화학성의 이해에서 시작하므로 생물학은 물론 화학도 많이 요구된다. 생명공학, 환경공학, 식품공학은 인간의 건강한 삶을 위한 필수적인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이대부여고 박권우 교사는 “생명공학-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연구원이 되고 싶은 학생, 난치병 치료법 연구를 희망하는 학생, 식량난 해결 방법을 탐구하고 싶은 학생, 환경 문제의 올바른 대안을 찾고 싶은 학생 등 생명과학 분야에 몰입하고 싶은 학생들이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진로선택 과목에서 <생명과학Ⅱ> <화학Ⅱ> 등을 선택한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졸업생의 절반 이상이 대학원 진학

겐트대는 3학년에 올라갈 때 인원 제한 없이 자신이 원하는 전공을 택할 수 있는데, 현재 가장 많은 학생이 택한 전공은 분자생명공학과다. 겐트대 글로벌캠퍼스가 있는 인천 송도에 자리한 삼성바이오로직스·셀트리온·얀센백신 등은 우리나라 바이오 수출의 약 58%, 투자의 30%를 담당한다.

졸업 후 학생들은 취업보다 연구를 더 많이 선택하고 있다. 졸업생의 96%가 졸업과 동시에 진로를 결정하는데 취업을 선택한 학생이 38%, 대학원에 진학한 학생이 58%다. 국내 과학기술 특성화대 졸업생들의 대학원 진학 비율이 60% 안팎인 것과 비교해보면 비슷한 수치다.

박 교사는 “대부분 유럽의 전통 깊은 대학원으로 진학하며, 서울대·연세대 등 국내 대학원으로도 간다. 전공은 의학·약학·유전공학·생명정보학·면역학 등 미래 사회에 필수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이 진학한 유럽 대학원들은 벨기에 겐트대·스위스 취리히 공대·스위스 로잔 공대·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등이다.

김 행정처장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를 졸업하고 겐트대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은 매우 수월하다. 겐트대가 유럽에서 차지하는 지명도 덕분에 유럽 내 대학원 진학 또한 어렵지 않다. 4년 내내 영어로 수업했으니 미국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STEM과 전공 심화 교육을 성공적으로 이수하고 겐트대 졸업장을 취득한 학생들은 졸업 후 어느 분야에서든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학부에서 힘든 공부를 이겨낼 가치가 충분히 있다. 고등학교에서 상대평가 때문에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날개를 달고 공부하는 전환점을 대학에서 찾게 될 것”이라고 김 행정처장은 강조했다.







mini interview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을
거쳐 서울 아산병원 연구원이 되기까지

강윤수
서울 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소 연구원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분자생명공학과 졸업
영국 맨체스터대 생명정보학 석사


Q.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서울 아산병원 소속 아산생명과학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2016년 9월에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입학해 분자생명공학을 전공했으며,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생명정보학 석사를 마쳤다. 내가 입학했을 때는 졸업생도 없었고, 외국 생활 경험이 전혀 없어 영어 전공 수업을 잘 따라갈 수 있을지 확신도 부족했으며,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큰 도전이었지만 동시에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Q.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서의 공부는 어떠했는지?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학교임은 꼭 알고 지원했으면 한다. 국내 대학을 2년 다니다가 군 복무 후 겐트대 글로벌캠퍼스로 다시 입학한 경험에 비춰볼 때, 겐트대의 교육과정은 남다르다. 1, 2학년 때 정보학·화학·물리학·생물학 등을 다양하게 배우며 3, 4학년 때 전공으로 깊이 들어가고, 실습과 실험 시간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점이 그러하다. 전공을 영어로 공부했기 때문에 영국에서 대학원을 마치는 데 언어가 걸림돌이 되진 않았다.

Q. 벨기에 홈캠퍼스에서 4학년 1학기를 보내는 겐트 학기는 어땠는지?

수업 시작 3주 전쯤 일찍 가서 같이 간 친구들이랑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을 여행했다. 학기 중에는 주말에 바로 옆 독일에 갔다 오고 바로 옆 프랑스에 갔다 오곤 했다. 영국에 가서 토트넘 구장에서 손홍민 선수가 출전한 경기를 직관하기도 했다. 손홍민 선수가 득점했을 때 영국인들과 어깨동무하고 소리를 질렀던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Q.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에 대한 인지도는 내가 입학했을 때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 잘 알지 못하는 분도 내가 이수한 과목들을 보고 “이런 내용들까지 배웠냐”고 놀라워하셨다. 노력한 것만큼 성취하고 열매를 거두는 경험을 대학에서 하면서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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