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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73호

EDUCATION 해외통신원 | 외국학교를 다니는장단점

남의 시선보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처음에는 적응되지 않았던 일들도 현재 돌이켜보면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며 영어 실력이 좋아진 것도 있지만 그보다 다양하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남보다 나 자신을 위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단순히 학교 안에서의 입시 공부를 떠나 다양한 도전을 해봤던 경험,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갈 수 있었던 시간 등은 외국학교를 다니면서 누릴 수 있는 큰 혜택이었다.


다양한 사고,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교육을 경험하다

처음 캐나다에 와서 당황스러웠던 것은 교육 방식, 사고력의 차이였다. 캐나다 학교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기본 태도, 상식도 배우지만 무엇보다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데 집중한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공부를 하는 대신 학생이 직접 문제를 이해하고 사고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도록 유도하고 가르친다. 이러한 학교 환경 내에서 학생들은 모두 같은 책을 읽어도 각자 다른 생각을 풀어내고 교사는 학생들이 여러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과 활동으로 이끌어준다.

대학 내에서 주어지는 과제의 형식 또한 고교 때와 비슷하다. 예를 들면 교수님이 제시한 연구 논문을 읽고 연구원이 왜 이런 방식을 사용했는지,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잘못된 점은 무엇인지, 연구 결과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무엇인지를 직접 사고하고 찾아가며 과제를 완성하는 형태다.


매 순간 의사 결정의 주인공은 ‘나!’

개근상은 결석이나 조퇴가 없는, 성실한 학생에게 주는 상으로, 학생의 성실성을 보여준다. 달리 생각하면 결석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기 위해 아프거나 불가피한 상황을 참고 견디며 인내하고 희생해야 한다.

캐나다 학교에서는 개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부모 역시 개근보다는 자녀의 컨디션을 우선으로 생각한다. 학교에 가서 최선을 다해 공부할 만한 상태가 아니라면 집에서 휴식을 취하게 하고,학생들은 충분한 휴식을 통해 힘차게 나아갈 에너지를 충전한다. 비단 등교 문제뿐 아니라 캐나다에서는 어떤 결정이든 학생들 중심으로 결정하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그런 환경 속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낸 학생들은 자신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옳은 선택을 위해 노력한다.

학교 내 교과 과정 중 본인이 해낼 수 없는 과제 혹은 시험이 있다면 학교는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설 공포증이 있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견디기 힘들다면 애써 그 공포를 참지 않아도 된다. 실제 발표에 어려움을 느꼈던 친구는 교사에게 그 사실을 알렸고, 교사는 친구의 의사를 존중하고 다독여주며 PPT 발표 대신 다른 방식의 과제를 제시했다. 캐나다 학교는 학생이 부담이나 압박을 느끼고 힘들어한다면 다른 길을 제시해 학생들을 격려한다.

직장생활에서도 반차 혹은 월차를 내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긴다면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어떤 결정을 내리든 자신을 가장 우선시하며, 자신의 진심을 파악해 행동한다.

서양의 문화가 개인주의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교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이유가 어찌됐든 남을 우선시하여 본인이 상처받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분명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자살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자신에 대한 솔직한 감정 표현, 높은 자존감 때문 아닐까 싶다.


적응 어렵지만, 제대로 나를 사랑하는 법 배워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을 때 영어를 능통하게 구사할 수 없었을뿐더러 낯선 수업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선생님이 아무리 또박또박 천천히 말을 해줘도 이해하기 어려웠고, 창의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수업 방식은 학교 가기가 싫을 만큼 부담스러웠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생각한 답은 식상하고 기본적인 답 한 가지인데 무엇을 더 생각해내라는 건지 학교가 야속할 때도 많았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영어가 편해지면서 그런 두려움이나 스트레스가 사라졌고, 수업 방식에도 어느 순간 적응하게 됐다. 언제부터 괜찮아졌다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재는 대학이 원하는 사고를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이곳에 적응했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닐 때도 나는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걱정은 늘 있었다. ‘이런 옷을 입으면 사람들이 쳐다볼까?’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걸 알면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등 나를 보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따라 내 선택이 결정될 때도 많았다.

캐나다에 온 후로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물론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상처를 주는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나의 취향과 결정을 바꿀 만큼 영향을 주지도 않았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소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다. 어느 순간 나는 자신을 사랑하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돼 있었다.


1 외국학교를 다니며 학교 안 공부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큰 장점이다. 토론토 내 케이팝 대회에 출전해 공연하는 모습이 신문에 실린 적이 있다.
2 고교 때 심리 수업에서 광고를 보고 메시지를 해석했던 과제. 강아지의 치아를 위한 간식 광고를 보고, 강아지의 치아를 내 치아처럼 생각하고 가꾸라는 메시지라고 분석했으며, 시각적 효과가 주는 소비율을 함께 언급했다.
3 현재 토론토대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신입생을 위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캐나다 Canada


김재희 캐나다 통신원

학교와 학원, 집이 반복되는 지루한 삶이 싫었던 15살 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보냈고, 현재는 토론토대 2학년으로, 환경학과 인지과학을 복수 전공한다. 캐나다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유학생활과 한국과 다른 캐나다의 학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캐나다 유학에 대한 궁금증은 sallykim8813@gmail.com으로!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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