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와 선수들을 훤히 꿰고 있다고 해서 축구 마니아인 줄 알았더니, 전진표씨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진표씨는 경영이라는 넓은 틀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축구를 결합했다. 원석을 보석으로 바꾸는 능력을 기르는 학문으로 경영학을 선택, 선수의 가치를 높이고 구단을 건실하게 운영하며 스포츠 산업을 부흥시켜 축구에 이바지하는 것이 진표씨의 큰 그림이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이의종
전진표(한국조지메이슨대 경영학과·서울 휘문고 졸업)
축구 마니아에서 축구 구단 경영자로 꿈 키워
진표씨는 축구를 하는 것도, 분석하는 것도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 내내 축구부였고 유럽 축구 산업 탐구 동아리를 만들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축구 소식을 정리하고 분석했다.
20세 미만의 축구 선수들이 참가하는 U-20 월드컵이 끝난 뒤 7, 8월 해외 축구 이적 시장에서 일어날 일을 예상, 실제로 웨인 루니 선수가 어느 구단으로 이적할 것인지를 맞혔다. 선수의 이적은 구단의 승점을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광고·상품판매·관중 등 마케팅과 직결된다.
“좋아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산업 분석에서 즐거움을 찾았어요. 선수는 특기를 살려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구단은 인기 선수를 미디어에 전략적으로 노출해 수익을 키우고, 스폰서 기업들은 유망한 구단에 투자해 브랜드를 알리는 등 유럽 축구는 그 자체가 거대한 비즈니스예요. 축구는 그 어떤 종목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산업화에 성공했죠. 저는 재무와 재정 등 경영학을 제대로 배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축구에 이바지하고 싶어요. 제 열정이 실린 곳에서 희망 직업을 찾았으니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도 있으리라 믿어요.”
스포츠 데이터를 읽는 혜안 경영학에서 얻고자
영화 <머니볼>에서 최약체 구단을 살린 이는 경제학을 전공한 통계 전문가였다. 경기를 분석한 데이터가 선수를 평가하고 영입하는 근거가 되는 것을 보며 진표씨는 데이터를 보는 혜안을 경영학에서 배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경영학을 먼저 공부한 후 대학원에서 스포츠경영을 전공하려 해요. 꿈을 이루기 위해 포괄적으로 공부하면 장래에 더 큰 것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거든요. 스포츠는 인간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에 스포츠 산업은 꾸준히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거예요.”
진표씨는 코로나19로 거의 모든 스포츠가 중지됐을 때에도 e스포츠는 부쩍 성장했음을 주목했다. 관중 없이 스포츠가 가치를 창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중을 공간의 제약 없이 끌어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해결하는 것이 스포츠 경영을 공부하려는 자신의 과제가 됐다.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영어는 필수
진표씨가 경영학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중학교 때 해외 박람회에 가본 경험도 한몫했다.
“해외 박람회에서 여러 부스를 돌다 보면 마케팅의 힘을 느끼게 돼요. 제품은 참 잘 만들었는데 홍보를 못하는 곳, 제품은 별로인데 홍보를 영리하게 잘하는 곳 등을 구분하게 되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어 제대로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업하는 재미를 느꼈다고 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영어를 못하면 안 된다는 것을 절감했어요. 글로벌 무대에서 뛰고 있는 사업가들을 직접 보니 영어 구사 능력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영어를 잘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했고, 그러면서 해외 유학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진표씨에게 한국조지메이슨대 지원을 권유한 사람은 담임 선생님이었다. 학생 개개인의 특성과 발전 가능성을 평가하는 관점이 국내 대학과 다르다는 이유였다.
“한국조지메이슨대의 평가 시스템은 열심히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며 쏟아온 실력과 제 성실함을 있는 그대로 다 봐줬어요. 해외 대학은 매년 입시가 바뀌는 일도 없고요. 부모님은 기왕 외국 대학에서 공부하려면 유학이 어떠냐고 하셨는데요. 저는 그전까지 해외에서 거주한 경험이 없어서 바로 유학을 가는 것은 망설여졌고 무엇보다 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 있고 싶었어요. 지금은 부모님이 더 좋아하세요. 미국 현지와 똑같은 교육을 받는데 집에서 같이 살 수 있다고요.”
인천글로벌캠퍼스의 대학들에 대해서는 고1 때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다. 한국에서 3년간 미국과 똑같은 교육과정을 영어로 공부하고, 미국 홈캠퍼스에서 1년간 공부하는 학제가 진표씨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한국조지메이슨대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그만큼 저에게 기회가 많아지니 최선을 다해 잘 활용하려 해요. 학업 역량이 우수한 친구들이 많은 고등학교에서 해왔던 것처럼, 대학에서도 과제든 시험이든 미리 계획을 세워 꼼꼼히 준비할 자신이 있어요.”
미국 대학 수준의 영어 실력을 완성하는 프로그램
진표씨는 고등학교 졸업 전 한국조지메이슨대의 봄학기에 지원하느라 공인어학성적을 준비할 시간이 없어 조건부 입학인 MK Way로 허가받았다. MK Way는 원어민이 아닌 학생들을 위한 한국조지메이슨대의 어학 프로그램으로 미국 대학에서 수업받는 데 필요한 역량을 한 학기 동안 기른다.
“교수님께 정중한 표현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법, 미국식으로 학술적인 글을 작성하는 원칙, 좋은 학점을 받으려면 갖춰야 하는 요건 등 대학 수준의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를 원어민 교수님들로부터 배웠어요. 조건부 입학이었지만 1학년 학점이 매우 좋아서 MK Way에서 다지고 오기를 잘했구나 싶어요.”
MK Way에서 일정 이상의 학점을 받으면 PPP 프로그램으로 1학년을 시작한다. PPP 프로그램은 1학년 때 영어 과목을 교양 수업으로 들으며, 에세이 작성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들인다.
“이런 상황에선 이런 영어 표현으로 말하면 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있으니 교수님과의 대화가 어렵진 않아요. 중·고등학교 때 영어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면서 영어가 과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게 늘었어요. 미국 홈캠퍼스에서 쓰는 전공 서적을 읽으며 에세이다운 에세이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이 정말 뿌듯해요. 전공 수업도 미국 대학은 접근법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수업에서 이론을 배운 후 어떻게 활용하고 응용할 수 있는지 케이스 스터디가 중심이에요. 평가에서도 응용과 활용에 무게를 두고요, 정보화 시대에 이론과 원리는 검색하면 다 나오니 개개인의 활용 역량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인 것 같아요.”
대학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는 달라
진표씨는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있는 조지메이슨대 홈캠퍼스에서 졸업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졸업하면 1년간 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취업 비자가 나오는데, 이를 활용하려 한다.
“1년이라도 미국 현지에서 일해보고 싶어요. 또 다른 기회가 열릴 수도 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귀한 경험으로 남을 테니까요. 고등학교 친구들 중 재수하는 친구들이 정말 많은데요. 재수하는 친구들은 문제가 안 풀리는 수능 문제로 고민하는데, 저는 세부 전공으로 금융을 할까 마케팅을 할까 고민 중이에요. 대학에서 저의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으니 그만큼 출발선에서 앞선 거잖아요. 대학을 경험하고 나니 고등학교 때 세상을 바라보던 눈과는 사뭇 달라졌어요. 이제는 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발전 가능성 있는 고등학생을 뽑기 원하듯 회사도 비전 있는 대학생을 뽑고 싶어 하겠죠.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길을 현명하게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학생부
1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축구부로 활동함. EPL탐구부라는 이름으로 유럽 프리미어 리그 탐구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선수의 이적을 예상하는 보고서를 작성, 실제로 이적 결과를 맞히고 경제적 파급력을 분석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국어> <자전거 도둑>의 등장인물에 대한 모의재판에서 검사 역할로 참여함. <수학> 함수의 대응 관계와 함수의 합성을 조건으로 함수를 추론할 수 있는 문제를 자율 과제로 제출함.
2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대의원회 부의장으로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교내 상벌점표를 개정하기 위한 회의를 개최함. EPL탐구부를 유럽축구산업탐구부로 이름을 바꾸고 축구의 산업 효과에 대해 탐구함.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영어독해와 작문> 스포츠 산업에 관한 책을 읽고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발표함. <한국지리> 축구 경기에서 나쁜 잔디 상태로 인해 실수를 범하는 것을 보고 여러 나라의 잔디를 조사하고 발표함.
3학년
▒ 창의적 체험 활동 스포츠분석연구반에서 유럽 축구의 아시아 마케팅과 유럽 축구에 진출하는 중국 자본에 대해 분석·발표함. 빅데이터스포츠경영전략탐구부에서 구단 운영에 데이터 분석이 매우 중요함을 깨달음.
▒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화법과 작문> 소설 <남한산성>과 동명의 영화를 비교하는 수업에서 최명길과 김상헌의 주장을 프로 스포츠 구단의 운영을 예로 들어 설명함. <미적분> 영국 토트넘의 구장 설계도를 바탕으로 경기장의 규모와 수익의 상관관계를 설명함.
선택 과목
▒ <사회·문화> 고2 1년 동안 배우면서 내신을 꼼꼼하게 준비하니 수능까지 함께 준비가 가능했다. 고2 2학년 중간고사는 도표 문제가 집중적으로 나와서 세대 간 이동처럼 난도 높은 문제를 빠르게 풀 수 있게 됐다.
▒ <화법과 작문> 문학 작품 하나를 놓고 등장인물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하고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 만약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등을 토론했다. 많은 작품들을 사회적 문제와 결합해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 <한국지리> 유명한 산과 강, 바다 등 한국의 자연 경관 사진을 많이 보면서 교과서를 배웠다. 암기 과목이라고 하지만 자연 활동을 이해해야 하니 <지구과학>과도 연관되는 과목이다.
▒ <세계지리> <한국지리>에 비해 지엽적인 내용보다 포괄적인 내용을 묻는 문제가 많다. 대륙이나 국가를 중심으로 기후 인종 종교 환경 등 사람들의 생활을 다루는 내용이 많아 흥미로웠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다뤄 해양 쓰레기 등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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