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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71호

EDUCATION 해외통신원 | 이 나라가 학교를 바라보는 눈

작지만 강한 나라 만든 효율적인 학교 교육

싱가포르는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작은 땅덩어리의 싱가포르가 빠른 경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효율적인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 덕분이었다. 일찍부터 공부할 소수의 엘리트 그룹과 전문적인 직업 교육을 받을 학생을 구분하고, 자신의 실력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길을 찾도록 국가가 앞장선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 진학을 위해 인문계 고교를 선택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싱가포르는 중학교 성적을 토대로 실용 학문을 배울 학생과 대학에 진학할 학생을 구분한다. 따라서 학교 그룹에 따라 학생, 부모가 바라보는 학교, 그리고 학교가 바라는 학생의 모습은 다를 수밖에 없다.


학교에 따라 원하는 교육 달라

싱가포르의 교육과정은 6-4-2-4제로 알려져 있다. 초등 6년, 중등 4년, 고등 2년, 대학 4년 과정을 의미한다. 초등 6년간 매년 시험을 치러 학생의 실력에 따라 반을 나누고, 초등 졸업 시험을 기준으로 중학교를 구분한다. 학생의 생각보다는 객관적인 시험 결과에 따라 학교의 유형이 정해지는 셈이다.

보통 싱가포르의 고등학교 교육은 주니어 칼리지(Junior College)와 폴리테크닉(Polytechnic)으로 나뉜다. 주니어 칼리지는 중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은 학생만 입학할 수 있으며, 2년간 Pre-University 과정을 배우면서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학업에 매진한다.
따라서 주니어 칼리지에 진학한 학생들은 고교 교육과정을 통해 학업 역량을 높여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을 받기 원하며, 학교 역시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한다.

이와 달리 성적이 조금 뒤처지는 학생이나 실용 학문에 관심이 많은 학생은 직업 전문학교인 폴리테크닉에 입학한다. 직업학교나 폴리테크닉에 진학한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분야의 기술을 배워 직업을 찾기를 바란다. 학교 역시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마련하고 고교 졸업 후 사회 진출이 가능하도록 맞춤 직업 교육에 최선을 다한다.


효율 중시해 교육열 높지만 N수생 드물어

싱가포르는 초등부터 대학까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오직 소수의 학생만 대학 과정으로 진학한다. 싱가포르의 교육 체계는 보통 엘리트 교육, 능력주의, 실용주의에 기반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70%에 육박하지만, 싱가포르는 오직 30%의 학생만이 대학에 진학한다. 더불어 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70%가량의 학생들은 전문 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교육 정책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일반화된 재수나 삼수는 싱가포르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싱가포르는 학생과 학부모 모두 효율성을 기반으로 현재 수준을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진로를 찾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싱가포르의 부모들도 자녀의 학업에 큰 노력을 기울인다. 자녀의 성적이 허락한다면 대학에 진학해 의사와 같은 전문직에 종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들은 자녀가 직업 전문학교로 진학하게 되더라도 부정적으로 보거나 또는 삶이 뒤처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모두가 자녀의 위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가정의 경우, 자녀가 중도에 학업 경쟁에서 뒤처져 주니어 칼리지 과정에 진입하지 못한다면 해외로 유학을 보내거나 싱가포르에 있는 국제학교에 입학시켜 대학에 진학하도록 하는 경우도 많다.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 발빠르게 대처하는 대학

싱가포르의 대학은 순수 학문보다는 실용 학문을 중시한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과별로 대학에 진학하며, 사회의 수요가 많은 학과일수록 정부와 학생들의 관심이 많다. 비교적 많은 수입을 보장하고 사회적 명성도 챙길 수 있는 의대와 법대 등 전문직과 직업과 관련된 학과는 언제나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기술 혁신으로 컴퓨터공학 전공자의 수요가 많아지자 자연스럽게 컴퓨터공학과의 경쟁률도 치열해졌다.

제조업 분야가 강세를 이뤘던 1970년대 싱가포르는 정부 차원에서 대학의 이공 계열을 증설했고, 노동력 부족 현상이 발생하자 폴리테크닉을 추가로 설립해 사회 변화에 발맞춘 인재 양성을 주도했다. 이렇게 싱가포르는 사회 수요에 맞게 대학 교육의 흐름을 끊임없이 변화시켰다.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가 되어감에 따라 2000년에는 미국의 와튼 스쿨을 벤치마킹해 싱가포르경영대학을 설립했고, 기술과 디자인 혁신을 위해 2009년에는 MIT와 함께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을 설립했다. Yale-NUS College는 미국 예일대의 교양 과목 커리큘럼을 싱가포르에 보급하기 위해 2011년에 설립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처럼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교육 분야에 끊임없이 투자하고 변화를 추구한다.

싱가포르는 효율 위주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일찍 찾게 해 경제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데 교육의 목표를 둔다. 그리고 이는 작은 도시 국가이면서 인적 자원이 최대 강점인 싱가포르가 바라보는 학교의 모습과도 일치한다.


1 선호도가 높은 싱가포르 공립고등학교인 Raffles Institute.
2 학생들은 직업 전문학교에서 체계적인 직업 교육을 받는다.
3 2009년에 설립된 싱가포르기술디자인대학.


싱가포르 Singapore

이한규 싱가포르 통신원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과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꿈꾸며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 특유의 여유로운 개인주의 사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친화력과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추진력을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대가 싱가포르국립대와 공동으로 설립한 Yale-NUS College에 진학해 현재는 경제학과 3학년이다. 싱가포르만의 교육 방식, 문화, 생활 등 교육과 유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싶다. 싱가포르 유학에 대한 궁금증은 hankyu lee95@u.yale-nus.edu.sg로!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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