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957호

EDUCATION 해외통신원 | 나라별 평가 제도

비중 큰 실기 평가, 생각 키우려는 캐나다 시험

나라를 불문하고 학생이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는지를 평가하는 수단은 시험이다. 하지만 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학교마다 다를 수 있고, 시험의 종류에 따라 학생들의 공부 방법은 달라진다. 캐나다는 한국과 같이 지필 평가를 실시하지만, 실기 평가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실기 평가는 연극, 프레젠테이션과 포스터 만들기 등 학생의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된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다른 학생과의 비교보다는 자신이 얼마나 제대로 공부했는지를 평가받는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실기 평가

필기시험은 가장 기본적인 지식을 평가한다. 예를 들어 영어 시간에 <햄릿>을 읽었다면, 책의 줄거리는 기본적인 질문으로 구성된 필기시험을 통해 확인한다. 반면 실기 평가를 통해 책에서 확장된 사고력이나 창의성을 평가한다. 보통 실기 평가는 모둠별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햄릿의 욕망을 주제로 연극을 해야 한다면 학생들은 친구들과의 의논을 거쳐 주제에 가장 알맞은 장면을 선택해 대사를 외우고 함께 준비한 연극을 수업 시간에 발표한다.

연극 이외에 햄릿의 욕망이 끌어낸 결과에 관한 에세이를 쓰는 실기 평가도 실시한다. 단순히 자신의 느낌만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햄릿의 욕심을 나타내는 문장을 찾아 그 문장이 왜 욕심을 나타내는 구절인지 설명하고 그 욕심이 끌어낸 결과를 설명하는 것이다. 또 햄릿의 욕심이라는 주제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 싶은 교훈은 무엇인지 깊이 있게 분석하기도 한다.

연극과 에세이 말고도 ‘희극의 배경을 입체로 만들어오기’ 혹은 ‘주인공이 되어 편지 쓰기’와 같은 예술적이고 창의적인 요소의 실기 평가를 시행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평가 방식은 각 과목의 특성에 맞게 다양하게 적용된다. 과목마다 지필 평가와 실기 평가의 비중이 다른데, 예를 든 영어 과목의 경우 단원 평가 30%(10%씩 3번), 연극 발표 20%, 에세이 30%, 지필 평가 20%를 반영한다.


모둠별 실기 평가, 학생 모두 적극 참여

지필 시험이 학생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지식이라고 생각한다. 배운 것을 반복적으로 외우고, 서술 내용을 누가 더 잘 기억하느냐를 평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실기 평가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요구한다고 느낀다.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며 배운 내용을 응용하도록 학생을 유도한다. 이를 통해 외우지 않아도 수업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자신만의 공부로 만드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 같다.

학생들이 실기 평가를 준비하며 팀워크를 키워나가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연극 발표라면, 평가 기준은 팀워크, 발음, 연기력, 알맞은 장면 선택 여부 등 세부적으로 나뉜다.

보통 모둠 평가를 하는 경우에는 모둠 점수가 곧 개개인의 점수가 되며, 특정 학생이 총대를 메고 준비하기보다는 모든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학구열이 넘치는 공부벌레든, 운동만 하는 운동선수 학생이든, 학업에 큰 관심이 없는 학생이든 수업 과제에 있어서는 모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강점이 있는 분야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끼리 서로의 특징을 인정하며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개별 평가도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에세이 쓰기를 한다면 서론, 본론, 결론에 들어가야 할 필수 요소를 모두 포함했는지, 문법이 정확한지, 그리고 분석을 제대로 했는지 등을 전체적으로 평가한다. 캐나다의 이런 평가 방식은 수동적인 공부가 아닌, 공부를 하면서 영역을 넓혀나가는 자기 주도적인 공부를 하게 한다.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하는 절대평가

캐나다는 남과의 비교를 통한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를 실시한다. 남보다 잘해야 내가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경쟁심에서 벗어나 일정 이상의 성취도를 이루면 누구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 학업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던 이유는 무조건 정해진 답을 맞혀야 한다는 것과 남보다 뛰어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캐나다에서는 모두 같은 내용을 배우지만 각자 자신만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자신의 의견을 탄탄하게 설명하는 능력을 중요하게 평가받는다.

물론 캐나다 학생도 지필 평가를 볼 때는 실기 평가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편이다. 그러나 지필 평가에도 생각을 물어보는 문제가 자주 등장한다. 예를 들어 ‘햄릿의 욕망은 과연 그를 실패로 이끌었는가?’라는 문제가 시험에 출제됐다면 학생들은 ‘그렇다’와 ‘아니다’ 중 한 가지 의견을 골라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문구를 희극에서 찾고 그 이유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가야 한다.

선생님은 학생의 서술 내용을 ‘옳다 그르다’로 평가하지 않고, 문단 구성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거나 내용의 깊이가 부족할 경우 더 깊은 사고를 유도하는 질문을 다양하게 던져 학생들의 사고를 확장시킨다. 시험 결과에 수긍할 수 없다면 선생님과의 면담을 통해 자신의 서술 과정과 이유를 설명하고, 선생님이 이에 동의할 경우 잃었던 점수를 돌려받기도 한다.



‘주인공이 되어 수필 써보기’ 보고서의 일부다.



캐나다에서는 대회에 참가하거나 발표할 기회가 많이 주어진다. Western University가 주최하는 고등학교 경영 대회인 IVEY Business Case Competition에 참가했던 모습이다.



봉사 활동이 과제로 주어지는 경우도 있다. 동물보호센터에 갔던 모습.


캐나다 Canada


김재희 | 캐나다 통신원

학교와 학원, 집이 반복되는 지루한 삶이 싫었던 15살 때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캐나다에서 보냈고, 현재는 토론토대 2학년으로, 환경학과 인지과학을 복수 전공한다. 캐나다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하고 싶은 일과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된 것이다. 캐나다에서의 유학생활과 한국과 다른 캐나다의 학교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하고 싶다. 캐나다 유학에 대한 궁금증은 sallykim8813@gmail.com으로!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김재희 통신원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20년 06월 10일 957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