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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호

서울대, 2022 정시 반영 방법 변경

탐구, 변환 표준점수→표준점수로 배경과 영향은?

지난 4월 말 각 대학은 입학처 홈페이지에 2022 대입 전형 계획을 탑재했다. 학생부 교과 전형과 정시 확대가 가장 큰 이슈였지만, 서울대가 탐구 영역의 반영 방법을 변화한 것도 눈에 띄었다. 지금까지 주요 대학들은 과학탐구 8개, 사회탐구 9개 선택 과목의 난도 조정과 유불리 최소화를 위해 백분위를 활용한 자체 변환 표준점수를 반영했다. 그런데 서울대가 2022학년에 수능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를 그대로 활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서울대의 탐구 영역 성적 반영 방법 변화를 둘러싼 엇갈린 시선들, 이에 따른 대입의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이정형 교사(서울 배재고등학교)·서울대학교 입학처·이만기 소장(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조미정 대표(에듀플라자)

2021 vs 2022, 서울대 탐구 영역 반영 방법

서울대는 2021과 2022 정시에서 탐구 영역의 반영 방법을 다르게 적용한다. 2021학년은 수능 성적표에 표기된 백분위를 활용해 대학이 공지한 변환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한편, 2022학년은 현재 국어와 수학 영역처럼 수능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를 그대로 활용한다.

지금까지 서울대뿐 아니라 주요 대학은 대부분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했다.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이유는 뭘까? 탐구 영역에서는 사회탐구 9과목, 과학탐구 8과목 중 계열별 2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데, 과목마다 응시 인원이 다를 뿐 아니라 과목별 출제 난도도 다르고, 응시하는 수험생의 수준도 다르다. 실제 수능에서는 백분위가 같더라도 서로 다른 표준점수로 인해 과목별 유불리가 생긴다. 따라서 대학은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최소화하기 위해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해왔다. 그런데 서울대가 2022 대입 전형 계획을 발표하면서 변환 표준점수가 아닌 수능 성적표에 기재된 표준점수를 그대로 활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변환 표준점수부터 짚고 가자!


변환 표준점수란 백분위가 같아도 서로 다른 표준점수로 인해 과목별 유불리가 생기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같은 백분위에 해당하는 표준점수를 별도로 정한 것이다. 대학에 따라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대학도 있고, 수능 성적표에 적힌 표준점수 또는 백분위를 활용하는 대학도 있다. 2020학년 기준 가톨릭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부산대 서강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숭실대 아주대 연세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은 변환 표준점수를 반영했다.

그런데 대학별로 백분위를 평가하는 방식이 달라 백분위가 같아도 대학별로 부여하는 변환 표준점수는 차이가 있었다. ‘표’는 2020학년 과탐 영역에서 과목별 만점자와 백분위, 일부 대학의 변환 표준점수를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지구과학Ⅰ>과 <생명과학Ⅰ>의 표준점수는 7점 차이가 나지만, 변환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성균관대는 0.57, 고려대는 0.71, 서강대는 0.64 차이가 발생하기 때문에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줄어든다.






2022 선택형 수능 취지 반영 vs 선택 과목에 대한 유불리 여전

2022 서울대의 탐구 성적 반영 방식을 두고, 교육계의 반응은 엇갈렸다.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이 확대된 상황에서 난도와 표준편차를 고려해 점수가 보정된 표준점수를 놔두고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과 기존 문제점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택 과목의 유불리만 커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 주된 반응이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는 “2022 대입은 기존 수능과 달리 진로에 따른 학생의 과목 선택이 중요해졌다. 서울대는 지속적으로 학생들에게 쉬운 공부가 아닌 어렵더라도 진로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공부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수능에서 표준점수는 시험의 난도와 표준편차를 고려해 보정한 점수로, 어려운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높은 표준점수를 받는다. 선택형 수능에서 대학 자체적으로 굳이 점수를 한 번 더 보정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또한 2022 수능은 탐구뿐 아니라 국어와 수학도 선택형이기에 탐구의 점수 보정뿐 아니라 여러 변수가 많고 복잡하다.

이런 상황에서 탐구만의 변환 표준점수가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변경 이유를 밝혔다. 에듀플라자 조미정 대표는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하면서 대학별로 환산점수가 달라 유리한 대학도 달랐다. 변환 표준점수로 일부 선택 과목의 유불리는 해결됐지만 반대로 표준점수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은 오히려 격차가 줄어 불리해지기도 했다. 사실 수능의 탐구 영역은 어떤 방식으로 점수를 반영하든 선택 과목의 유불리가 생기는 구조다. 이는 서울대의 반영 방식 변경과 관련한 문제가 아닌 현재 수능 시험 자체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탐구를 수능 표준점수로 활용하면 성적표상의 표준점수 합계로 자신의 위치를 지금보다 수월하게 판단할 수 있다. 또한 과탐과 달리 사탐의 경우 수능에서 표준점수가 높은 과목은 <경제> <법과 정치>같이 난도가 높은 과목이었다.

조 대표는 “표준점수가 높다는 것은 어려운 과목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미로, 어려운 과목이라도 필요하다면 선택하라는 서울대의 메시지도 반영됐을 것 같다. 정시가 확대되면서 모집 인원이 많아졌고, 국어와 수학이 선택형으로 바뀌어 복잡해진 상황에서 탐구까지 변환 표준점수로 환산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서울 배재고 이정형 교사는 “정시는 성적대가 굉장히 촘촘해 1점 미만의 점수로도 합격과 불합격이 뒤바뀐다. 보통 서울대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만점자나 1등급 상위권인데, 이들에게 현재 표준점수의 점수 차이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물론 탐구 상대 반영 비율이 80으로 수학(120), 국어(100)에 비해 낮은 데다 국어, 수학이 선택형이라 이들 과목의 영향력이 더 크겠지만,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한 지금보다는 선택 과목에 따른 점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이만기 소장 역시 “2022 수능은 현재 수능과 다르지만, 변환 표준점수의 산출 배경이었던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는 전혀 변화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변환 표준점수 대신 표준점수를 활용하는 타당한 논리를 찾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탐구 영역 절대평가 도입 필요성 공감대 형성 계기 될까

서울대 역시 충분한 고민과 논의를 거쳐 탐구 성적 방법을 결정했을 것이다. 다만 다른 대학의 입시 정책에 영향을 주는 대학이기에 서울대의 이번 방침은 여러 논란을 낳고 있다. 한편으로는 서울대의 이번 방침이 탐구 과목 선택의 유불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토대가 되기를 바라는 시선도 많다.

2022학년 대입에서는 영어에 이어 제2외국어가 절대평가로 시행된다. 서울대가 의도했든 안 했든 전문가들은 서울대의 탐구 영역 표준점수 활용 방침은 다른 대학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이며, 선택 과목의 유불리가 큰 탐구 영역의 절대평가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이 탐구 과목 선택의 유불리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 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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