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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7호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미네르바 in 서울 모국에서 만나는 또 다른 유학

이달의 주제 유학의 빛과 그림자

미네르바 in 서울 모국에서 만나는 또 다른 유학


내적 성장과 다양한 문화 이해

내가 느낀 유학의 장점은 자신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세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깨닫게 해준다는 점이다.

나는 한국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국내 명문대가 아니라 미국 신생 대학에 진학하는 모험을 택했다. 작게는 식사와 빨래 등의 기본 생활을 해결하는 것부터, 크게는 낯선 환경에서 내게 주어지는 수많은 과업을 수행하는 것까지, 어렵긴 하지만 이 안에서 배우는 게 참 많다. 한국의 대학에 다니는 상황이었다면 상상조차 못했을 일들이다.

유학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다. 한국에서만 18년을 살아온 나에게 ‘문화의 샐러드’로 불리는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의 1년은 그야말로 신선한 충격이었다. 책에서도 보지 못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사회와 문화를 배우고 나의 성장 배경과 어쩌면 대척점에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경험은 앞으로 내가 전문 분야에서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할 때, 그들의 근무 환경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데 큰 자양분이 될 거라 확신한다.


부모님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 생겨

지난 두 학기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생활했는데, 미국의 경우 학생비자인 F1 비자로는 교내 근로 외에는 유학생의 근로가 불법이다. 그래서 학비뿐 아니라 생활비까지 모든 비용을 부모님께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미네르바는 기숙사만 있고 구내식당이 없기 때문에 식사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대부분의 식사를 직접 요리해 먹었고, 시간이 없다 보니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이 허다했다. 속된 말로 ‘집 나가면 개고생’ 이라는 말이 피부로 와닿았다. 그동안 나를 보살펴주신 부모님의 헌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계기가 됐다.

유학 초반에 적응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영어가 숙달돼 있었는데도, 초반에는 우리말로 말할 내용을 먼저 떠올린 뒤 머릿속에서 영어로 번역을 해 말을 하다 보니 의사소통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친구들과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도 이 정도였으니 100%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하는 미네르바의 수업 시간에는 더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갈수록 익숙해지면서 이런 문제는 해소됐고, 오히려 극복하고 나니 강점으로 승화됐다. 지금은 때때 로 영어가 더 편한 상황이 있기도 할 정도다.


서울에서 시작하는 친구들의 유학생활

미국에서의 두 학기를 마치고 맞이하는 서울에서의 학기는 본격적인 ‘글로벌 로테이션’의 시작이다. 이제부터 미네르바 학생들은 학기당 한 번씩 도시를 옮겨 다니며 3년간 총 6개국 6개의 도시에서 공부를 한다. 그 두 번째 도시가 바로 대한민국의 서울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온 많은 학생들에게 샌프란시스코는 사실 본래 살던 곳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인데, 서울은 북미나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고 한다.

친구들의 말을 빌려 서울 유학생활의 고충과 즐거움을 정리하면, 우선 서울 생활에서 가장 좋은 점은 편리한 대중교통이다. 지난 학기에 생활했던 샌프란시스코에 비하면 서울은 꽤 넓은 도시지만 그만큼 대중교통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어 차가 없어도 서울 곳곳을 다닐 수 있어 좋다고들 한다.

특히 서울 안에서도 정이 많기로 소문난 해방촌에 기숙사가 있어서인지, 친구들이 말하길 서울 사람들은 정말 친절하단다.


문화 이질성 극복하고 잘 적응하길

이들의 어려운 점을 꼽자면 영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 많다는 것이다.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필요한 물건을 사는 일은 어렵지 않지만 택시를 이용할 때 목적지를 알려주기 어렵단 얘길 자주 한다. 또 몇몇 웹사이트는 결제 플랫폼이 한국 카드만 가능한 경우가 있어 외국 카드를 이용하는 친구들은 비자나 마스터카드라도 결제가 안 돼 내가 대신 결제해주곤 한다. 아직까지 금융거래와 관련된 부분은 규제 사항이 많아 외국인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것 같다.

내가 그랬듯, 친구들도 서울에서 새로운 유학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일상생활을 하며 겪는 의사소통의 문제는 나를 비롯한 한국인 친구들이 도와주다 보니 생활의 노하우가 쌓여 점차 편해지고 있다고 한다.

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는 것 역시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하나둘 맞춰나가는 과정을 통해 배우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라 확신한다. 낯선 땅, 서울에서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들이 남은 유학생활 동안 더 큰 추억을 많이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샌프란시스코는 물가가 비싸기도 하고 학교에 구내식당이 없어 직접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치킨이 먹고 싶을 땐 이렇게 주방에서 치킨을 직접 튀겨 먹었다.


지난 추석 연휴에 친구들과 함께 종묘에 갔다. 이번 학기부터 서울에서 미네르바스쿨의 본격적인 ‘글로벌 로테이션’이 시작됐다.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친구들은 서울의 편리한 대중교통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왼쪽부터 나, 멕시코에서 온 파블로, 중국에서 온 잭, 미국에서 온 사라와 아스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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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영 (미네르바스쿨 자유전공) junyoung@minerva.kgi.edu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9년 10월 23일 9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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