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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02호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친구를 얻는 것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얻는 것과 같다




이달의 주제
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擁有朋友,如同擁有一個世界.”
친구를 얻는 것은 새로운 세계 하나를 얻는 것과 같다.
관계에 대한 중국의 유명한 명언이다.
중국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중국의 ‘ 시(관계) 문화’.
중국에선 사업을 할 때나 어떤 일을 시작할 때도 관계가 특히 중요하다고 한다. 자주 들어왔던 이야기였지만, 중국인들과 부딪치고 생활해보니 그 의미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됐다.


유럽에서 만난 중국인 룸메이트, 예난
대학교 때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한 학기 동안 공부하면서 절강대 출신의 중국인 룸메이트 예난과 동고동락했다. 전공은 달랐지만 진로와 연애 고민도 나누면서 거의 모든 것을 공유했다.
각자의 나라로 돌아갈 때는 부둥켜안고 울면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예난과의 인연은 석 달 만에 다시 이어졌다. 코펜하겐대에서 돌아온 뒤 바로 베이징대에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예난은 자기가 다니고 있는 절강대와 중국 황산에 있는 부모님댁에 나를 초대했다. 예난의 집에 머물면서 인상 깊었던 점이 세 가지 있었다.
첫째는 내가 예난의 고향집을 처음으로 방문한 친구라는 것. 중국은 워낙 크고 지역도 다양하기 때문에 학교 친구라고해서 쉽게 자기 집에 초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 외국인 친구인 나를 열린 마음으로 초대해줬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건 중국인 가족의 극진한 손님 대접이었다. 근처에 숙소를 잡으려고 했지만 예난이 자기 집에 손님방이 있다며 극구 말리는 바람에 5일 동안 신세를 졌다. 내가 감사하다고 할 때마다 예난의 부모님은 나에게 공자의 옛말인 “멀리서 온 친구는 어떤 것보다 귀하다”라는 구절을 들려주셨다. 세 번째로 인상 깊었던 건 중국 부모님의 교육 방식과 생활 방식이었다. 실제로 중국 가정에서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글로만 배우던 공자와 논어의 가르침이 생활 곳곳에 묻어 있었다. 특히 예난의 아버지가 퇴근 후에도 집에 돌아와 요리와 청소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칭화대 수재들의 라이프스타일
칭화대에 석사 합격 소식을 듣고 기숙사를 신청했는데 외국인 유학생들이 많아 외국인 기숙사에 떨어졌다. 캠퍼스 밖에서 집을 구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학교 측에서 방을 못 구한 국제 학생들이 중국인 기숙사에서 살 수 있도록 학생들을 배치해줬다.
그렇게 시작된 중국인들과의 두 번째 동거 생활. 중국 드라마에서만 보던 중국인 네 명이 모여 사는 기숙사를 처음 접한 나는 새로운 환경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중국 최고의 명문대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생겼다.
중국은 학기 중간에 휴일이 많아서 휴일마다 룸메이트들과 어울려 학교 주변 맛집을 가거나 놀러 가곤 한다. 나는 이웨이, 수징, 리우옌 이렇게 세 명의 룸메이트와 함께 지냈다. ‘칭화대에 오는 학생들은 부모님도 공산당 간부’라는 믿지 못할 소문도 사실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이웨이는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소속의 아버지 밑에서 자라 생물학과에 들어왔다가 역사와 영상매체에 관심이 많아 신문방송학과로 전과한 친구다. 한국 역사에도 관심이 많아 드라마 <세종대왕>과 <장영실>을 보고 나와 함께 중국과 한국의 역사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수징은 중국은행 지점장인 아버지와 중국 공산당 간부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는데, 칭화대 신문방송학과 수석이다. 학부생 신분으로 출판한 논문과 책이 벌써 꽤 된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학교 수업에 갇힌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중국의 교육 시스템이 새삼 놀라웠다.
마지막으로 리우옌은 부모님이 모두 공산당원이고 본인 역시 공산당원이다. ‘공산당원’, 중국에 오기 전에는 마냥 거리가 먼 존재로만 생각했는데 막상 가까이서 함께 생활해보니 그렇게 큰 사상의 차이가 느껴지지도 않을뿐더러 대화도 정말 잘 통해 신기했다. 룸메이트를 통해 경쟁에서 벗어나 공부 이외에 새로운 문화를 배워가는 것이 무척 재미있다.


중국인과 진정한 친구가 된다는 것
예난은 물론 지도교수님과 중국에서 만난 모든 인연들은 항상 ‘연분(緣分)’을 강조한다. ‘이렇게 우리가 관계를 맺은 것도 연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는 그냥 빈말이 아니다. 그만큼 중국에서는 한 번 마음을 연 상대에게 아낌없이 베푸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에서 만난 친구들과 기업 대표님들 역시 한 번 내게 마음을 열고는 나를 다방면에서 먼저 도와주려고 한다. 인턴 자리를 소개해주면서 먼저 내부 추천을 해주기도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도 먼저 도움을 줬다.
아무리 개인주의가 두드러진다고 하지만 진정한 관계를 맺은 상대와는 계속 그 인연을 유지하려는 중국인의 모습이 참 인상 깊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룸메이트로 인연을 맺은 친구 예난(사진 오른쪽)의 고향을 방문했을 때 황산 정상에 올랐다. 황산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으로 알려져 있다.



예난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만난 예난의 부모님.
부모님이 계시는 자기 고향집에 친구를 데려간 건 처음이라고 했다. 매 끼니마다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휴일이면 칭화대 신방과 룸메이트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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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혜진 (칭화대 글로벌 비즈니스 저널리즘) hyejin942678@gmail.com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9년 04월 9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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