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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1호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평화의 나라 코소보에서 온 내 친구 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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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를 소개합니다



미네르바스쿨은 미국을 기반으로 한 대학이지만 미국인 학생은 전체의 약 5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 외국인 학생이 80%를 차지할 정도로 국적이 다양하다. 나 역시 이곳에서 수많은 외국인 친구를 사귀었는데, 오늘은 한국인에게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나라 코소보에서 온 친구 알마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와 닮은 코소보의 생활문화
코소보는 유럽 발칸 반도에 있는 나라로 오랜 기간의 영토 분쟁 끝에 2008년에 독립을 선언했다. 이슬람 국가지만 ‘카눈’이라고 부르는 문화가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았는데, 우선 웃어른에 대한 공경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식사 예절도 우리와 비슷해서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먹기 시작한다. 높임말이 발달한 것도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알마는 삼촌과 이모가 한 동네에 살고있어 방학이 되면 거의 두 달을 친척 집에서 보낸다. 이웃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는 문화 또한 우리나라와 매우 비슷한 것 같다. 가부장적 사회 분위기도 우리와 비슷한데, 다만 몇 년 전부터 여성인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금은 여성 공직자 의무 할당제를 도입해 공직의 40%를 여성이 맡고 있단다. 첫 여성 대통령이 선출됐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여성의 권위가 많이 성장했다고 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코소보인
코소보는 독립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을 받아 전쟁 이후 독립 승인까지 10년간 미국의 영향 아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미국의 문화가 코소보의 문화에 녹아들어 현재는 전형적인 서구권문화의 형태를 띠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코소보의 의식주에는 여전히 전통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데, 알마가 소개한 전통 음식은 ‘삐야’라는 팬케이크다. 외국인에게는 느끼할 정도로 기름진 이 팬케이크는 태양을 상징하는 전통 음식이다. 기회가 된다면 알마에게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꼭 먹어보고 싶다.
알마와 서로 좋아하는 음악에 대해서도 종종 얘기하는데,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우리나라의 걸그룹 블랙핑크와 신곡 <키스엔메이크업(Kiss And Make Up>을 발표한 듀아 리파가 코소보 출신이라는 점이었다. 듀아 리파는 데뷔 앨범 발매 10개월 만에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많은 앨범 판매고를 올린 여성 아티스트다. 그렇게 유명한 여가수가 내 친구 알마와 같은 나라 사람이라니 신기하고 놀라웠다.
코소보는 음악뿐 아니라 스포츠계에도 유명인이 많다. 스위스 독일 알바니아 등 유수의 유럽 축구팀에서 코소보 출신 이민자들이 활약하고 있다.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유도 선수 마일린다 켈멘디가 한판승을 거두며 조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 화제를 모았다.


교육 기반 시설 열악하지만 이론 수업은 세계 최고
코소보는 초·중을 묶은 9년과 고등 3년의 12학년이 끝나면 우리나라의 수능처럼 국가 차원에서 대입 시험을 치른다.
이 시험은 대학 지원을 위한 게 아니라 대학 교육과정 이수 여부를 가늠하는 시험이다. 합격한 뒤엔 대학에서 주최하는 본고사를 치러야 비로소 대학생이 될 수 있다.
알마에게 물어보니 코소보도 대학 서열이 존재한단다. 각 대학마다 순위가 정해지는 식은 아니지만, 주로 국·공립대가 사립대보다 입학과 졸업이 어렵다고 한다. 코소보는 교육에 대한 열망은 뜨겁지만, 아직 신생국가인 탓에 전반적으로 교육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학실조차 코소보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알마는 이런 이유 때문에 국제 표준 시험에서도 다른 나라 학생들보다 점수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마는 높은 수준의 학교 이론 수업에 자부심이 있다.
알마는 자연과학 집중 고등학교에 다녔는데도 각종 언어와 사회과학, 예체능 과목을 포함해 매 학기 17개 과목을 이수했단다. 특히 코소보에는 국제적인 평화 단체가 많기 때문에 봉사와 인턴 활동 기회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사교육을 받는 건 아니지만 다른 형태의 대안 교육으로 공교육을 보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컴퓨터공학자 꿈꾸는 당찬 내 친구
알마는 미국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미국대학 진학 동아리에 들어갔다가 미네르바스쿨을 알게 됐다고 한다. 동아리에서는 SAT와 토플 등 인증시험 비용을 전액 지원하고 알마의 경우 미국으로 오는 여비까지 모두 지원받았다. 이 동아리에서 하버드와 브라운 등 유수의 아이비리그 합격자도 배출된다니 우수한 엘리트 동아리인 모양이다.
알마는 컴퓨터공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싶다는데, 특히 가장 좋아하는 수학 과목에서는 지난 학기에 평균 3.5(우리 학교에서 평균 3.3 이상이면 상위권에 속한다)의 학점을 받았을 정도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이 당찬 코소보친구가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지켜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코소보에서 열린 유니세프 주관 행사에서 연설하는 알마.



이슬람 문화권이지만 다른 종교에도 관대하다. 교회와 모스크가 공존하는 독특한 풍경이다.



지난해 9월 있었던 알마의 생일파티.
많은 친구가 모여 축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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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준영 (미네르바스쿨 자유전공) junyoung@minerva.kgi.edu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9년 04월 03일 9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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