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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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93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인, 정신력과 근성은 최고



가까운 나라지만 한국과는 많이 다른 일본. 어릴 적부터 강한 정신력과 근성에 대한 교육을 중시하는 일본은 사람과의 소통에서도 우리와는 다른 정서를 지닌다. 가끔은 문화 차이를 경험하는데, 이 역시 유학 생활의 묘미라는 생각이 든다.


정신력, 근성을 중시하는 일본 문화
일본 유학 시절인 중·고등 때 농구부 활동을 했다. ‘부카츠’라고 부르는 일본의 동아리 활동은 일주일에 한두 번 모여 한두 시간 활동하는 한국의 동아리와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일본에서는 ‘인터 하이’라는 고교 종합 체육대회가 매년 열리는데 한국으로 치면 전국체전 규모다. 일본 전역의 학생들이 지역 예선을 거쳐 전국 제패를 노린다. 중·고교에서 스포츠를 전공하는 학생만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축제처럼 일본의 대다수 중·고등학생이 참가하는 대회인 데다 실제 결승전에 진출한 선수 중에는 평범한 일반고 학생들이 많다는 사실이 놀랍다.
나의 경험도 다르지 않다. 계절에 관계없이 매일 아침 7시에 등교해 운동장에서 농구 연습을 했고, 수업이 끝난 후에는 3시간씩 연습을 이어갔다. 방학 중에는 매일 4시간씩 강도 높은 연습이 진행돼 운동장에서 토하거나 우는 이들을 자주 접할 정도였다. 일본 학생들은 이런 노력과 열정으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거나 패배의 슬픔을 경험하며 체력과 근성, 동료애와 팀워크 등을 배워나간다. 나 역시 농구부 활동을 통해 배웠던 근성과 팀워크는 평생의 자산이 되고 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일본 문화
일본 친구들을 사귀며 가장 어려웠던 것 중 하나는 말하는 문화였다. 일본에는 ‘혼네’와 ‘다테마에’라는 단어가 있다. ‘혼네’는 속마음을 말하며, 다‘ 테마에’는 사전적 의미로 ‘원칙적으로 세워놓은 방침, 표면적인 생각’ 이란 뜻이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때 혼네와 다테마에를 능숙하게 나눠 사용한다. 처음에는 일본 사람들의 속내가 뭘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면도 많았지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다른 이를 기만하고 속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문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일본 사람들은 어떤 모임이나 장소에 초대받았을 때 ‘갈 수 있다면 갈게(行けたら行く)’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가고싶지 않은 이유를 대지 않고도 거절할 수 있는 일본스러운 발언 중 하나이다. 만약 ‘行けたら行く’라는 말을 듣고 잔뜩 기대하며 놀러 나갈 채비를 했다면 혼자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돌아올 확률이 굉장히 높다. 따라서 학과 행사 등 참가 인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는 경우는 구글 설문지 등을 이용해 참가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참석 표시를 했다면 일본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책임감 있게 참석한다.
일본의 다테마에 문화 때문에 사실 그들의 속내를 정확히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 연구기관에 프로젝트 기획안을 제출했는데 ‘매우 귀중한 프로젝트 아이디어에 감사드립니다. 현재 검토 진행 중인 안이 매우 많은 관계로 다른 연구기관에 연락해보길 추천드립니다’라고 답장을 받았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답장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 연구기관에 ‘답장 감사드립니다. 해당 연구기관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기에, 현재 검토 중인 프로젝트가 정리될 때까지 기꺼이 기다리겠습니다’라는 얼핏 일본스러운 답장을 보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연구기관으로부터 ‘당신의 프로젝트는 저희 기관이 원하는 기준에 미치지 않습니다’ 라는 불편한 이야기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


절친과 후지산에서의 일출
일본 친구들을 만나며 개인의 가치관 차이보다 일본 문화의 차이에서 다름을 많이 느낀다. 특히 일본 문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들어준 친구 가와 모토 유우마가 있다. 여러 친구들이 모여 가족 얘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친구는 얘기하길 꺼려했다. 처음에는 가족에 관해 공유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줄 알았는데 함께 있는 누군가는 가족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을 것 같아 화제를 바꾸려고 한 행동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는 일본의 공통체 의식, 화 정신에 근거한 문화였다.
이 친구와 지난여름 2박 3일 후지산을 등정했다. 저녁 8시쯤 정상 부근 오두막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새벽 1시에 후지산 정상으로 출발해 일출을 봤다. 예정으로는 오두막집에서 3~4시간 정도 잠을 청할 예정이었는데, 심한 산소 부족으로 누워 있을 수가 없어 얘기를 나누다 밤을 지새웠다. 그때 구름 위에서 나누었던 마음속 이야기를 통해 그 친구뿐 아니라 일본 문화를 더 이해할 수 있었다. 피로와 산소 부족을 이겨내고 일본의 가장 높은 곳에서 본 일출은 잊지 못할 만큼 아름다웠다.






1. 고교 하계 운동회에서 주자로 달렸다. 너무 열심히 달리느라 표정이 하나같이 일품이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바로 나.
2. 오사카대학에서 같은 전공을 배우는 친구들. 좌측부터 다쿠, 유우마, 고우타, 쓰바사와 함께.
3. 가장 친한 친구 유우마와 후지산에서 찍은 사진.
8월 중순의 매우 더운 날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산 위는 정말 추웠다.
4. 추위를 견뎌내고 건진 새벽 5시의 일출 사진.
구름 위에서 보는 일출은 사진으로 담아낼 수 없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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