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883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가나 교환학생 경험, 남을 위해 무언가를 했다는 감사함



외국어 능력,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해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선호한다. 한국에서는 원하는 나라의 교환학생으로 선발되려면 교내 성적이나 공인 영어 점수가 높아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교환학생 프로그램의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 지원하면 대부분 가능하다. 대다수 학생들은 공부와 여행을 함께할 수 있는 유럽을 선호한다. 그러나 나는 그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독일 대학과 함께 가나의 병원 프로젝트 참여
6개월에서 1년간의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있지만 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있다. 이는 보통 교수의 인맥과 경험으로 만들어진다. 내가 지원한 프로그램도 건축학과 교수가 개설했다. 독일 출신으로, 자하 하디드라는 유명한 여성 건축가와 함께 일했는데, 그 계기로 독일 대학과 여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내가 참여한 프로그램은 독일 현지 학생들과 건축 디자인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가나에 병원을 설계, 시공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동시에 먼 땅인 아프리카의 가나에서 우리보다 어려운 삶을 사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지원했다.
13주간의 교환학생 기간 중 3주는 독일에서 보냈다. 독일 뒤셀도르프에 도착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이들을 만나기 위해 독일 대학으로 향했다. 현지 교수님과 학생들은 건축학과답게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벽돌로 하나하나 쌓아올려 만든 화로 앞에서 함께 맥주를 마시며 자신이 생각하는 디자인을 거리낌없이 말했다. 이는 미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참고로 미국은 대학 안에서 술을 마시면 안 된다. 서로의 접근 방식 또한 달랐는데, 우리 교수님은 몸이 닿거나 눈으로 보았을 때의 느낌을 우선시한다면, 독일 교수님은 어떻게 보여주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해 패턴이나 재료를 고를 때도 차이가 있었다.
최종 설계도가 완성되고 가나로 떠나는 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아닌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왔기에 새로웠다. 단순히 먹고 즐기는 목적이 아닌 독일인들과 소통하고, 밀착해서 그들의 삶을 체험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에 감사했다.


생각보다 활기찼던 가나의 첫인상
아프리카 가나로 향하는 길은 시작부터 험난했다. 직항은 없고 경유와 경유를 통해 겨우 도착한 가나의 수도, 아크라. 약 40시간의 이동으로 지친 몸을 이끌고 베이스캠프인 호텔로 향했다. 사실 아프리카에 대한 나의 인식은 유니세프 같은 국제기관에서 보여주는 동영상이 전부였다. 못살고 아픈 아이들과 슬픔이 가득한 곳일 거라는 내 생각과 달리 활기차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를 보며 배신감과 안도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바라본 아크라의 풍경은 마치 한국의 1970년대와 비슷했다.
길 위를 지나다니면서 느낀 것은 흙으로 된 길이 많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흙길 위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는 모습을 접할 때면 어색하고 낯설었다. 구석기시대에 철기시대의 문물이 들어온 모습이랄까. 그만큼 사회적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가나에서 휴대폰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들에게 필요한 의료 시설을 만들며
프로젝트 장소는 볼타 지역의 하베라는 마을이었다. 해외나 현지에서 NGO의 지원을 많이 받아 다른 마을에 비해 환경이 좋은 편이었다. 이주 온 사람들이 많아 더 큰 병원과 학교가 필요했다. 우리가 병원을 짓기 위해 왔듯, 학교를 짓기 위해 또는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온 외국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하베에 도착한 다음날 공사에 들어갔다. 독일에서 완성해온 설계와 전문가들이 함께했고, 건설자재 공급도 원활했기에 공사 속도는 빨랐다. 기초공사가 끝나고 병원 건물의 윤곽이 드러날 때마다 마을 사람들은 변화하는 모습에 감탄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전했다. 병원은 두 개의 빌딩으로 설계됐는데 기초 공사를 제외하면 10주 만에 건물 한 채가 완성됐다. 나를 포함한 미국팀은 선발대여서 나머지 건물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추후 독일 친구들이 보내준 완성된 병원 사진을 보니 신기하고 뿌듯했다.
특히 대다수 학생들이 선택하는 유럽이 아닌 생소한 곳에서의 경험이라 기억에 오래 남는다. 가나에서의 시간은 내 인생에서 큰 의미가 있었으며 미국과 한국에서 쉽게 누렸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게 했다. 가나에서 돌아와서는 의무적으로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아야 했다. 그들의 건강을 위해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감사함과 뿌듯함 그리고 그들의 평안을 기원하는 나를 발견하는 값진 시간이었다






1. 우리는 병원의 한 부분만 완성하는 것을 보고 돌아왔다. 떠나기 전에 함께 모여 축하하는 모습이다.
2. 건물의 기초 공사 모습. 이 작업은 3일 정도 걸렸는데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작업을 도왔다.
3. 프로젝트의 건축적 핵심인 대나무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 위에 나무판자를 올려 그늘을 만들고 내부 온도를 낮추도록 설계했다. 가나같이 햇빛이 강렬한 곳에 효과적이다.
4. 가나에서 떠나기 전 교수님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박승제(토목공학) spark670@gatech.edu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11월 14일 883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