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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6호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낯선 수업과 환경. 이중고를 극복하기까지



유학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행복을 얻고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경험도 쌓지만,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극복해야 하는 힘든 일도 많다.
특히 핀란드 문화는 한국과 다른 부분이 많아 적응이 필요하다. 핀란드 유학 중 가장 힘들었던 일, 적응하느라 고생했던 경험을 풀어본다.


토론 수업에 에세이 과제, 사고 확장 수업
1년 동안의 핀란드 대학원 생활을 돌아보면, 새로운 교육 체계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진학한 핀란드 대학원은 대학 수업과 달리 매 수업에 그룹 토의 시간이 있다. 3시간 수업이라면 1시간은 교수님 강의, 2시간은 그룹 토의였다. 숙제로 늘 에세이 쓰기가 주어졌다. 생각을 한국어로 담아내기도 힘든데, 이곳에서 에세이를 써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5장의 에세이를 쓰려면 여러 날이 걸렸다. 한 수업만이 아니라 여러 수업의 과제로 에세이를 써야 하기에 부담이 컸다. 한 장의 에세이를 쓰고 나면 그다음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막막했다. 어떤 영어 단어를 선택해야 할지, 내 글이 잘 읽히는 게 맞는지 등 확신이 없었다.
때론 시험에서도 당일 주어진 주제 중 한 가지를 정해 그룹 활동을 통해 에세이를 작성했다. 낯선 수업과 시험 형태다. 대학원에서 ‘논리적인 에세이 쓰는 법’ ‘전문적인 에세이에 맞는 영단어’ 등 에세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학문을 처음부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기초적인 에세이 쓰는 법을 배워나갔다.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유튜브에서 온라인 강의를 찾아 듣기도 한다. 투자한 시간에 비해 에세이 실력이 눈에 띄게 늘지는 않았지만 논문을 쓰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며 기초 학습에 집중하는 중이다.
현재도 10장의 에세이를 쓰는 건 쉽지 않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지만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해를 보기 힘들어 생기는 우울증
한국에서는 사계절 내내 해를 볼 수 있기에 해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다. 하지만 북유럽 핀란드는 달랐다. 9월부터 3월까지 7개월 동안 일어나자마자 ‘오늘 해가 있을까?’를 확인한다.
핀란드의 여름은 강한 햇빛과 백야 현상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밖에 있는 걸 즐기는 시기다. 하지만 핀란드의 가을부터 봄 사이에는 구름 낀 날, 비 오는 날, 눈오는 날이 많기에 해가 잘 보이지 않는다. 가을이 되면 핀란드 사람들은 비타민 D가 들어간 영양제를 챙겨 먹고, 심지어 집에 인공 햇빛을 들여놓기도 한다.
햇빛을 쐴 수 없는 날이 지속될수록 몸이 처지며 무기력해진다. 이를 날씨 우울증이라고 한다. 이를 견디기 위해 핀란드 사람들은 야외 스포츠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다. 지난 겨울에 나 역시 핀란드 날씨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크로스컨트리 스키, 아이스 스케이팅, 숲 트레킹, 아이스하키, 다운힐 스키 등의 운동을 시작했다. 비타민 D도 열심히 챙겨 먹는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취미활동을 시작하면서 핀란드 날씨에도 차차 적응하고 있다. 스포츠 활동뿐만 아니라, 개인 유튜브 채널도 만들어 핀란드 생활을 공유한다. 때론 파티에 참여해 먹고 노는 즐거움으로 핀란드 날씨로 인한 우울증을 극복한다.


그리운 사람에게 엽서를, 먹고 싶은 한국 음식
휴대폰만 있어도 먼 나라에 있는 가족, 친구와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다.
하지만 특별한 기념일이나 문득 보고 싶은 날에 그들과 평범한 일상을 함께할 수 없어 속상하다.
전자 기기로 아무리 연락을 자주 해도,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서로의 감정을 느끼고 싶다. 그럴 때 나는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겨내기 위해 우표를 붙여 엽서를 보낸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직접 쓴 손글씨로 나의 마음을 전하고 일상을 공유한다. 그럴 때면 그들과 함께 즐겨 먹었던 한식이 더 그리워진다.
평소에 자주 먹던 김치와 치킨, 곱창 등은 핀란드에서는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다. 특히 내가 사는 곳에는 한식당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해 먹지 않는 이상 한식을 맛볼 기회가 흔치 않다. 그래서 최대한 한식의 그리움을 덜어내기 위해 핀란드와 아시안 식재료로 직접 한식을 만들어 먹는다.
여기서 만난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한식 문화를 소개하며 한식을 즐기는 것도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 중 하나다.






1. 추운 핀란드 날씨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겨울 스포츠에 도전했다. 나에게 딱 맞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찾았다.
2. 핀란드 캐릭터 ‘무민’을 보러 여행을 떠났다.
3. 여름에 햇빛을 보며 백야를 즐겼다.
4. 다양한 한식 재료를 구입해 친구들과 한국 음식을 즐겼다. 김밥과 불고기, 전 등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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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8년 09월 19일 8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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