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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0호

준비 기간보다 ‘적합성’ 따져라

중1·2, 과고 GO or STOP?

과학을 좋아하고 수학을 잘하는 아이를 둔 엄마는 한 번쯤 아이의 과고 진학을 생각해본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기쁜 마음으로 수학·과학 공부를 하지만 막상 중학교에 들어가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확신이 안 선다. 학습량이 벅차 피로가 누적되고 난도도 높아 벽에 부딪힌다. 가던 길로 계속 나아가기도, 뒤로 물러서기도 애매한 상황에 있는 아이와 이를 지켜보는 엄마들의 마음은 답답하다. 과고를 준비하는 중1·2의 사례를 모아 전문가들의 조언을 들어봤다.
취재 김지연 리포터 nichts29@naeil.com 도움말 박종찬 입학홍보부장(세종과학고등학교)·김경태 소장(세정학원입시연구소)·신혜인 소장(신혜인교육연구소)





CASE 01 “고교 과학 선행 필수인가요?”
중1 아이는 과학을 유달리 좋아해 일찌감치 과고를 준비했다. 하지만 고교 과학을 공부하면서 아이가 당황하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은 올림피아드도 준비하는데, <물리Ⅰ>도 이해하지 못한다. 갈수록 난도가 높아질 텐데, 헤매는 아이를 보면 과고는 길이 아닌가 싶다. <물리Ⅱ>까지 선행해둬야 과고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는데 사실인지 알고 싶다.

Advice “진도만 나간 소모적 선행은 무의미”
학업 역량이 아니라 정해진 학원의 계획표에 맞춰 진도를 나가면 아이만 혼란스럽다. 자신의 학업 수준과 배우는 내용의 간극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고1 때 과학 Ⅱ과목을 배우는 과고의 교육과정상 선행학습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과고 진학 이후를 고려하면 공부에 대한 흥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세정학원입시연구소 김경태 소장은 “학생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도적으로 과학을 탐구할 에너지가 있어야 과고의 수학·과학에 집중된 강도 높은 학업을 따라갈 수 있다. 중학생 단계에선 본인이 궁금해서 더 깊은 지식을 찾는 선행은 의미 있지만 ‘선행을 위한 선행’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한다.


CASE 02 “실패할까 두려워요”
아이가 성취욕과 승부욕이 강하다. 어려서부터 내내 전교1등만 했다. 자연 계열 성향이 강해 과고를 준비 중인데, 과고 입시에서 떨어지거나 합격 뒤 뛰어난 아이들 틈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좌절할까 걱정이다. 공부에 있어서 실패한 경험이 없는 아이라 자존감을 다치고, 방황할까 두렵다.

Advice “특수한 환경 미리 알아야 적응 도울 수 있어”
과고 진학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적성에 맞고 진학에 대한 열의가 있어야 한다. 또한 진학 희망 학교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신혜인입시연구소 신혜인 소장은 “과고의 교과 수업이나 교과 연계 활동을 따라갈 준비가 돼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학교 알리미에서 과목과 진도를 미리 살펴보길 권한다. 또 과제 연구나 탐구 대회가 많은 과고에 적응하려면 중학생 때 유사한 경험을 많이 해둬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교에 진학하려면 아이가 자립심이 강한지, 자기 주도적 생활이 습관화돼 있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고 당부한다.


CASE 03 “내성적인 아이, 모둠 활동 잘할까요?”
중2 아이는 몰입도와 과제 집착력이 뛰어나다. 수학과 과학의 학업 능력이 탁월해 과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아이의 내성적인 성격이다. 입시에서 학생과 대면하는 면담·면접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졌다는데, 아이는 제대로 대답을 못할까봐 벌써부터 걱정한다. 합격해도 걱정이다. 요즘 과고는 모둠 수업, 토론과 발표가 많다는데, 적응이 우려된다.

Advice “성격과 학업 역량은 별개”
내성적인 아이가 발표나 토론을 꺼리는 것은 활동 중심, 과정 중심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일반고에서도 마찬가지다. 면접에서도 성실하게 답변하는 태도를 갖추고 알찬 내용을 준비한다면 내성적인 성격은 문제되지 않는다. 세종과고 박종찬 교사는 “과고에서는 조별 수업이나 발표수업이 많다. 내성적인 학생들도 본인이 실험·연구한 내용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은 잘해낸다. 간혹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으면 다른 학생이 도와주는 문화가 있다. 학생의 성격에 따라 수업 참여도가 다르기도 하지만, 수업 진행이나 학업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CASE 04 “수·과학 편식, 이대로 괜찮을까요?”
중2 아이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과고를 목표로 열심히 공부했다. 수학과 과학을 잘하기는 하지만 너무 편향된 공부를 하는 것 같다. 방학이면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내내 수학 학원과 과학 학원만 다닌다. 영어 학원은 초등5학년 때 이후 다닌 적이 없고 독서할 틈도 없다. 과고에 탈락해 일반고에 진학한다면 어려움을 겪지 않을까 걱정된다.

Advice “과고 이후 고려해 틈틈이 보완해야”
과고 진학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학생이 토로하는 문제점이다. 수·과학에 편중해 학업 역량을 키우다 보니 다른 과목과의 균형이 무너진다. 실제 과고에서는 학생들의 취약한 영어 실력을 보완하기 위해 영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 소장은 “과고의 교육과정은 국어·영어 교과 비중이 낮아 학업에는 큰 문제가 없다. 다만, 과고 진학에 실패한 경우나 대학 진학 이후의 전공 공부를 고려하면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또 대입에서 경쟁할 영재학교의 경우 해외 대학에 나가서 논문을 발표하거나 영어 인증 점수로 내신을 대체하고 있어 지원자들의 영어 역량이 우수한 편이라는 점을 기억해둬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학과 과학의 선행 정도보다 학생 스스로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고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도적으로 과학을 탐구할 에너지가 있어야 과고의 수학·과학에 집중된, 강도 높은 학업을 따라갈 수 있다.
중학생 단계에선 본인이 궁금해서 더 깊은 지식을 찾는 선행은 의미 있지만, ‘선행을 위한 선행’은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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