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위클리 뉴스

869호

부모의‘ 상식’ 내려놓고 경청하라!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

해마다 2만 명 이상의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학교를 떠납니다. 죽어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이고, 자퇴생이라고 하면 ‘문제아’를 떠올리는 부모 세대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내 자녀가 학교를 떠나고 싶다는 얘길 처음 꺼낼 때 당황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주 평범한 아이들도 자퇴를 결심하거나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입시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우선인 교육 환경에서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하다 보니 사소한 일이나 갈등이 자퇴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얘기죠.
치기 어린 사춘기로만 여기던 부모들도 자녀가 완강하게 나오면 그때서야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하지만 어디서부터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야 할지 막막하지요.
학업과 관련해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 수 있는 해법을 담아봤습니다.
취재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사진 전호성 도움말 권영민 소장(서울 발달·심리상담 센터)·김종우 교사(서울 양재고등학교)·신규진 교사(서울 경성고등학교)·안광복 교사(서울 중동고등학교)·이민선 전문상담교사(서울 경성고등학교 위클래스) 참고 <자퇴 상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자료 한국교육개발원


편집부가 독자에게..
“학교가 좋아서 집에 가기 싫대요”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서울 경동고 신규진 선생님의 메세지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학교교육 종사자들의 의무가 아닐까 싶습니다. 벗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배움터, 중등학교도 대학처럼 좋은 시설과 환경을 갖추어 놀아도 학교에서 놀고 싶게 만들면 자퇴라는 이슈는 수그러들겠지요.” 다음날 배재고 이정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선생님 학교에는 자퇴생이 얼마나 되나요?” “한 명도 없어요. 운동장에 인조잔디를 새로 깔았더니 아이들이 학교가 좋아서 집에 가기 싫대요. 하하” 우연의 일치일까요?
홍혜경 리포터





할 줄 아는 거라곤 학교에서 집까지 혼자 걸어오는 것뿐이야.

자퇴 선언을 한 A학생의 SNS 프로필 이미지에 올라온 문구다.
강압적이고 통제적인 학교 분위기,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으로 공부 의욕 상실, 친구들과의 불화, 불안 장애 등 실제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의 이유는 다양하다.

반면 자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이유는 거의 모범 답안처럼 한결같다.
“학교를 그만두면 공부를 열심히 할 거라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
“너 같은 아이들이 어디 한둘인 줄 아니?”
“그렇게 열망이 대단하니 성적을 올려봐라.
“학교 시험 성적도 올리지 못하면서 수능 점수는 어떻게 올리니?”
“학교 그만두고 성공할 정도라면 그냥 학교에서 하는 것이 낫다.”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할 시간에 차라리 책 한 줄이라도 더 들여다봐라.”

이대로라면 부모와 자녀는 영원한 평행선이 될 수밖에 없다. 이 갈등을 풀 해법은 없을까?



CHECK POINT 01 내신 3~4등급 학생의 학업 고민 가장 커

최근 3년 동안 자퇴로 인한 고등학교 학업 중단 학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전체 고등학생 수 대비 학업 중단 학생의 비율은 1%대가 넘는다(표).


고등학생 100명 가운데 1명 꼴로 매년 학교마다 5~10명의 학생들이 학교를 스스로 떠나고 있다. 물론 전체적인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자퇴로 인한 학업 중단 학생 수도 종전에 비해 줄었다. 그렇지만 자퇴가 아닌 학교 부적응으로 떠밀려서 보내지는 전학까지 포함하면 학교를 떠나려는 잠재적 학생 수는 훨씬 많다.
서울 경성고 신규진 교사는 “학교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학업과 관련해서는 내신 3~4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고민이 가장 크다. 이 성적대 학생들이 서울권과 경기권 대학 지원 경계선에 있기 때문이다. 입학할 때는 서울에 있는 상위권 대학을 목표로 했던 아이들인데 막상 서울권 대학 지원도 힘들어지니 자퇴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보통 학급별 학생 수가 30명이라면 3~4등급은 4~12등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중학교 때는 나름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학생들인데 고등학교에 진학해 성적이 떨어지면 1~2등급 학생들과 비교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 대부분 목표 의식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존재감마저 없다고 느끼기 때문. 더군다나 심리적인 불안 증세로까지 이어지면 교실에 있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기도 한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강남 지역 학생들은 해외 유학으로 학업을 중단하기도 한다. 서울 양재고 김종우 교사는 “주로 내신 4~5등급에 해당하는 학생들로, 친척들이 해외에 거주할 경우 외국 유학을 선택해 자연스럽게 자퇴로 이어진다”고 전한다.
일반적으로는 학교 부적응으로 자퇴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서울 경성고 위클래스 이민선 전문상담교사는 “학교 부적응 사유 가운데서도 학업과 관련된 내용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만큼 학생들의 삶 속에서 입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부모 세대는 자퇴하면 큰일인 줄 알지만 요즘 학생들은 다르다. 학교를 그만두고도 성공한 연예인들의 영향 탓인지 학교생활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죽어도 학교는 가야 하는 곳으로 여기고 살아온 부모 세대와는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CHECK POINT 02 결과 지향적 태도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자퇴 확률 높아

자퇴는 ‘고2병’이라 불릴 정도로 2학년 학생의 비율이 높다. 서울 중동고 안광복 교사는 “흔히 중2병이 반항하는 단계라면 고2병은 구체적인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학생 입장에서는 실제 이 시점에서 승부가 날 수 있는지, 이대로 가도 되는지, 학교를 옮겨야 하는지 등을 고민한다. 당연히 주장도 계속 세져서 ‘저러다 말겠지’ 하고 무시하는 부모라면 아주 강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이 교사 역시 “자녀의 문제 제기를 자칫 부모가 소홀히 해 방치하고 넘어간다면 결국 무단결석으로 처리돼 아이를 더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당부한다. 모두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경험적으로 봤을 때 결과 지향적 태도를 가진 부모의 자녀가 자퇴 확률도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안 교사는 “교사로서 심리적으로 공감하는 게 시험 한 번 볼 적마다 아이들의 자존감이 뚝뚝 떨어진다. 부모의 기대치에 못 미쳤을 때 아이들이 겪는 심리적인 충격은 말도 못한다. 중학교 때는 충분히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고2가 되면 학습량은 늘어나고 성적 향상 가능성은 줄어드니 아이들도 점점 힘들어진다”라고 덧붙인다. 따라서 부모는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생각이나 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것.
부모들은 명문대에 가지 못하면 입시 실패자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네가 가는 대학이 최고의 대학이다. 괜찮다”라는 격려다.
신 교사는 “자퇴를 생각해본 적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어떨 때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지 설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중 성적 제일주의의 교육 방식과 연관된 항목이 많았다. 특히 아이들은 고민이 깊어지면 음악이나 체육을 하겠다며 예체능 계열로 진로를 변경하기도 한다”고 전한다. 그만큼 학생 입장에서는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크다는 것을 부모가 이해해야 한다.
이유가 무엇이든 자퇴는 가정의 평화를 깨는 중대 사건이다. 그렇지만 자녀의 자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당장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고 인생이 몰락할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는 현실적인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얘기다.



부모들은 명문대에 가지 못하면 입시 실패자라고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아이들이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은 최선을 다했다면 결과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CHECK POINT 03 모든 아이는 한 번은 흔들린다, ‘자퇴’라는 말 속 숨은 의미를 찾아라

자녀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할 때 엄마들이 흔히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뭘까? 서울 발달·심리상담 센터 권영민 소장은 “사실 아이의 학교 가기 싫다는 말 속에는 숨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입시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우선인 교육 환경에서 어떤 아이도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학교 갈래, 말래’ 하면서 결국 아이의 자퇴를 들어주는 식으로 결정하게 되면 그것은 부모의 선택이지 아이의 선택이 아닐 수 있다”고 조언한다.
직장 생활이 힘들 때 작은 갈등이 생기면 사표를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듯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힘들고 어려운 학교생활에서 아이를 좌절하게 만든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자퇴 상담은 막힌 실타래를 풀어나가면서 자녀의 잠재력을 다시 회복하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과정이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려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만큼 아이들 각자의 욕구가 있는데 부모와 자녀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 고3 때 자퇴 얘기를 또 꺼낼 수 있다. 안 교사는 “심리적인 문제는 겪어야 할 것 다 겪고 느껴야 할 것 다 느껴야 끝난다. 한두 번의 상담을 통해 아이가 마음을 고쳐먹는 일은 거의 없다. 3~4개월 동안 아이와 갈등을 겪는 과정이 있다. 입시와 맞물려 있어 부모들의 속이 타들어가지만 어쩔 수 없다. 모든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한 번쯤은 흔들린다. 그것이 언제 오고 얼마나 심하게 앓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심하게 한 번 아픔을 겪고 나면 3학년 때 또 열심히 할 수 있다. 두 번이나 반복되진 않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떠나려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는 섣불리 아이의 손을 놓지 말아야 한다. 즉 최종적으로 자퇴까지 가더라도 아이와 대화하려는 노력을 끝까지 해야 한다는 것. 너무 쉽게 가라고 하지 말고 한 번 더 붙잡을수록 아이는 한 번 더 생각하기 마련이다. 자퇴가 정해진 수순으로 보일지라도 학교에서 계속 말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때 아이의 저항을 줄이고 진심으로 소통하려면 부모가 자신의 상식을 내려놓고 자녀의 얘기에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한다. 권 소장은 “교과서적인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아이를 믿어줘야 한다. 아이가 나름 고민을 가지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인데 뭔가 잘못된 것처럼 바라보는 것은 부모의 고정된 시각 때문이다. 아이 안에는 스스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을 찾아낼 때까지 부모는 기다려야 한다”고 전한다.
만약 학교 안에서 상담이 여의치 않으면 학교 밖 상담 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구청별로 청소년 상담 복지센터에서 학업 중단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과서적인 얘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정말 아이를 믿어줘야 한다.
아이가 나름 고민을 가지고 해결해나가는 과정인데 뭔가 잘못된 것처럼 바라보는 것은 부모의 고정된 시각 때문이다. 아이 안에는 스스로 자신을 성장시키는 힘이 있다. 그것을 찾아낼 때까지 부모는 기다려야 한다.”





유형별로 알아본 자퇴 의사 철회 가능성이 높은 경우는?

목표지향형 자퇴
자퇴 후의 학업 계획이 구체적이며 능동성 수준이 높은 경우. 유학·진로 계열 변경·홈 스쿨링·대안 교육 등의 뚜렷한 계획이 있거나, 대입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운 검정고시 희망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목표지향형 자퇴생들은 대체로 가정적 지원이 양호해 자퇴 결정은 부모와 자녀의 충분한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퇴 이후 학업에서의 성공 가능성이 제일 높다.

충동형 자퇴
교사와의 갈등이나 가정 불화 등으로 갑작스럽게 자퇴 의사를 보이는 경우. 충동형의 학생들은 자아 강도가 높고, 저항심과 비판 의식이 강한 경향이 있다. 흔히 자신보다 먼저 자퇴한 친구나 선배와 친분을 맺고 있으며, 자퇴에 대해 막연한 동경심을 품고 있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아이가 처음 자퇴 의사를 밝힐 때 매우 놀라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그러나 이 경우 아이의 의지는 눌려 있던 용수철이 튕겨 나온 것과 같아서 자퇴 의사를 철회하도록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포기형 자퇴
심신이 무기력하여 학교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가정의 정신적, 물질적 자원이 빈약해 부모가 자녀에게 무관심하거나 자녀를 돌볼 여력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아이는 만성 의욕 상실 상태에 놓여 있으며, 절도 등의 비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자살 위협을 하거나 우울증 등의 이상심리를 보이기도 한다. 이 유형의 아이들이 스스로 자퇴를 원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교마저 그만두면 더 심각하게 고립된 상태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학교에 남기를 원한다.
그러나 학생의 희망과는 달리 학교 부적응, 왕따, 게임 중독 등으로 장기 무단결석을 하다가 종국에는 학교로부터 자퇴 권고를 받는 경우가 많다. 가정 파탄으로 부모가 아이를 자퇴시키는 경우도 있다.


세 유형 가운데 자퇴 의사 철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경우는 충동형 자퇴이다. 가정 내 갈등이 해소(예: 부부싸움 중지)되거나, 부모와의 협상을 통해 얻어지는 이익(예: 공부 압박 감소, 체벌 중지 등)이 있는 경우에 생각을 바꾼다. 그러나 교사와의 갈등이나 학교 규칙에 대한 불만(예: 두발 규제) 등의 원인으로 자퇴를 원하는 경우는 자퇴 의사를 철회한 경우라도 재발 가능성이 높다.
출처 <자퇴 상담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홍혜경 리포터 hkhong@naeil.com
  • WEEKLY THEME (2018년 07월 25일 869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