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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호

교수·교사가 본 ‘FTA, 학교로 가다 4.0’ ② | 경기 경민고 신재철 교사

"학생이 직접 파고드는 FTA 수업 꾸준한 탐구·진로 탐색으로 이어져”

농업과 교육은 의외의 공통점이 있다. 두 분야 모두 좀처럼 학생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농업은 식생활뿐 아니라 나라 경제의 근간이지만, 이를 제대로 알고 농업을 배우고 싶어 하는 학생은 손에 꼽는다. 교육의 중심은 학생이 되어야 하지만 실제 학교에선 조는 학생을 깨우는 일이 일상다반사다.
내일신문과 내일교육은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 바로 2022년부터 진행한 ‘FTA, 학교로 가다’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학생은 FTA와 농업, 통계를 배운 다음, 직접 주제를 정해 FTA 관련 보고서를 작성·발표한다. 올해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화제가 된 미국의 관세 정책도 다룬다. 학교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후 농업과 FTA에 마음을 열게 된 학생이 적지 않은 데다, 학교 수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경기 경민고 신재철 교사에게 ‘FTA, 학교로 가다 4.0’ 프로그램의 의의를 들었다.

취재 송지연 기자 nano37@naeil.com
사진 이의종







Q. FTA 데이터 교실에 참여하며 가장 기억에 남은 수업이나 학생은?

맨 처음 참여했던 수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에는 학생들이 여러 시간에 걸친 탐구형·참여형 수업을 낯설어했다. 그럼에도 일주일 가까이 밤을 새우며 노력한 끝에 우수 탐구 보고서 발표 대회 3위라는 결과를 이뤄낼 수 있었다. 생명과학 계열에 관심을 둔 학생이 많아 ‘FTA와 GMO(유전자 변형 생물체)의 관계’를 주제로 삼았는데, 고등학생다운 창의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려운 자료나 이론을 파고들기보다는 당면한 문제에 집중한 모습을 좋게 본 것 같다.

학생들은 활동을 진행하며 이론 지식, 탐구 능력뿐 아니라 의사소통 능력을 크게 성장시켰다. 조원과 협업하고 심사위원을 상대로 연구 내용을 발표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공적 의사소통에 익숙해지면서 나중에 대입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은 학생도 여럿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선 학업 역량뿐 아니라 종합적 사고와 협력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FTA 데이터 교실은 학생에게 필요한 역량을 기를 좋은 기회다.


Q. 수업을 통해 FTA 또는 농업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있는지?

총 3회의 수업을 거치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를 깊게 파고드는 법을 배운다. 수업이 끝난 후에는 자연스레 자신의 원래 관심사와 FTA, 농업을 연결 지어 추가 탐구를 이어나간다. 경영·경제 분야를 희망하던 한 학생은 국제 무역과 세계 빈곤을 다룬 교내 활동에 추가로 참여한 후, FTA로 인해 국내 소규모 농가가 입는 피해를 파고들기도 했다.

관련 진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앞서 언급한 학생은 농업이 경제의 중심임을 알고 농명생명과학대학에도 지원서를 냈다. 생명과학에 대한 흥미와 FTA 데이터 교실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마트팜 분야에 관심을 보인 학생도 있다. 일반적으로 농업 관련 전공은 학생의 선호도가 낮다. 농업에 어떤 가치가 있는지, 대학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감을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FTA 데이터 교실은 학생들이 농업을 보는 시야를 넓혀준다. 특히 올해 추가된 미국의 관세 변화 관련 내용은 학생이 최근 실제 삶에서 접한 문제인 만큼, 전보다 학습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


Q. 학생들은 수업에서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나?

학생들은 아무래도 통계 분석과 수학적 사고를 가장 어려워한다. 어려움을 겪는 학생은 교내 수학 선생님이 따로 지도해주시고, 학생 스스로 3학년 때 <확률과 통계>를 수강하며 부족한 점을 보강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힘들어하는 건 발표를 준비하는 협업 과정이다. 친구에게 피드백을 줘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다. 이런 경우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주는 게 중요하다. 2회 차 수업에서 교수님이 주시는 조언이 큰 역할을 한다. 그 외에도 교사들이 탐구 결과를 어떻게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할지 학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특히 우수 탐구 보고서 발표 대회에 진출한 팀은 교사와 몇 날 며칠을 함께 준비한다.


Q. 경민고는 교사가 직접 1일 차 데이터 활용 수업을 진행한다. 그 효과는?

경민고에서는 수학 교과 교사가 1일 차에 엑셀을 활용한 데이터 분석 수업을 담당한다. 기초적인 프로그램 활용과 통계 개념을 다루기에 수업 진행은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익숙한 사람이 진행하다 보니 학생들이 학습 내용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효과가 있었다.


Q. FTA 데이터 교실이 교사에게 미친 영향은?

전에는 참여형·탐구 활동 중심 수업을 추구하면서도 확신이 없었다. 수업 준비가 힘들다 보니 다른 교사의 동조를 끌어내기도 어려웠다. 한데 내일교육의 도움으로 FTA 데이터 교실을 진행하면서, 결국 이런 수업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바뀌었다. 진로 수업에서 학생들이 협업해 새로운 전공을 만드는 융합 전공 설계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교사 공동체 안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늘었다.

이런 변화는 무엇보다 학생에게 좋은 일이다. 교실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정해진 답이 없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길러지고, 협업 과정에서 학업 역량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학생들도 서로 도우며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단순 강의식 수업보다 무기력한 학생이 훨씬 줄어든다. 이게 바로 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닐까.


Q. 앞으로 FTA 데이터 교실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앞으로는 학교가 책임 의식을 가지고 프로그램의 운영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 수업을 직접 만들었다는 인식이 이후 다른 수업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현재는 한 학기에 교사 두 명만 참여하고 있는데, 여러 팀으로 운영하며 더 많은 교사가 FTA 데이터 교실을 경험해보면 좋겠다.

내일교육이 운영하는 참여형 수업이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도 크다. FTA 데이터 교실뿐 아니라 다양한 교과의 수업을 제공하는데, 아직은 소수의 학교만 알고 있다. 교육청과 연계한다면 더 많은 학교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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