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원씨는 누구보다 모빌리티에 진심이다. 그가 고등학교 동아리에서 파이프 자동차, 햄스터봇 그리고 메타버스 공간을 직접 만들고 드론 쇼를 했던 이야기를 들으니 역시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완성해 시대의 중심에 서고 싶다는 재원씨에게 자동차공학의 창창한 미래가 엿보였다.
취재 황혜민 기자 hyemin@naeil.com
사진 이의종
이재원 |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경기 동탄고)
세상을 바꿀 자율주행 자동차에 매력 느껴
재원씨는 자신을 ‘필요성을 느껴야 움직이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열심히 공부했지만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다양한 과목과 수업이 막연하게 느껴졌다. 대학 진학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자 운 좋게 좋은 학교에 진학한들 기초 학력이 없다면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보다 많이 늦었지만 그때부터 내신 성적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우선 수학에서는 <미적분> <기하> <확률과 통계>를 모두 선택했다.
“공학 계열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공부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수업을 들어보니 <미적분>은 어려웠고 숫자보다는 도형을 좋아했기에 <기하>가 조금 더 수월했어요. 진로선택 과목이라 부담도 덜했고 이해도 빨라 재미있었죠.”
2학년 때는 <물리Ⅰ> <화학Ⅰ> <지구과학Ⅰ>을, 3학년 때는 그중 더 흥미로웠던 <물리Ⅱ> <지구과학Ⅱ>를 선택했다. 특히 물리의 돌림힘은 모빌리티의 중요한 원리이기 때문에 관심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모빌리티 분야 중에서 재원씨를 홀린 건 자율주행 자동차다.
“일단 신기하고요. (웃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기 때문에 도전 욕구가 샘솟아요. 자율주행 자동차가 생기면 인간의 시간을 더 값진 곳에 쓸 수 있잖아요. 지금보다 완성도 높은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 수 있다면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변화가 생길 테고 그 중심에 제가 있을 수 있다면 정말 영광일 것 같아요. 가해자 없는 사고 처리 문제, 해킹 등 많은 윤리 이슈가 산재해 있지만 사용자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것도 자동차공학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주도적 모빌리티 탐구의 시작은 동아리
열정적인 모빌리티 탐구의 기초 체력은 공학 동아리 ‘N지니어스’ 활동으로 쌓았다. 마음에 맞는 친구 10명 정도가 똘똘 뭉쳐 드론, 3D 모델링 및 프린팅, 프로그래밍 등 융합 공학을 탐구했는데 워낙 팀워크가 좋아 아직도 끈끈한 사이라고. 특히 재원씨의 아이디어로 학교 복도에 설치했던 반사경은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냈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통찰력도 얻었다.
“공학 탐구뿐만 아니라 우리가 배운 내용을 사회에 기여하는 데까지 나아가보고 싶어서 주변을 돌아봤죠. 마침 학교에 기역 자로 꺾여 학생끼리 자주 부딪히는 위험한 복도가 있어서 코너에 반사경을 설치하기로 했어요. 도로에 나가서 어떤 각도로 설치해야 할지 실험도 하고 볼록거울의 반사 공식도 공부했죠. 고심 끝에 설치한 반사경 덕분에 사고가 줄어든 걸 보면서 정말 뿌듯했어요. 처음엔 사고를 줄이기 위해 시작한 탐구 활동인데 공부할수록 건축공학과도 연관이 깊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설계할 때부터 이런 점을 염두에 두어야 보행자의 사고를 막을 수 있겠더라고요.”
학교에서 마련해준 드론으로 동아리 친구들과 작게나마 드론 쇼도 했다. 교육용 드론이라 사양이 뛰어나지 않아 섬세한 쇼를 기획하기는 어려웠지만 드론 쇼가 이뤄지는 방식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다. 코딩을 공부해 동아리 친구들과 햄스터봇을 만들어 부원 중 한 명의 모교인 중학교를 찾아가 강의했던 일도 빼놓을 수 없다. 모두 공학에 대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또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비 공학자로 창의성 발휘했던 <한국사> <공학일반>
예비 공학도의 열정은 진로선택 과목인 <공학일반> 수업에도 이어졌다. 관심 분야를 기반으로 창의성을 발휘해 자유롭게 결과물을 만들었던 수업이라 만족도가 높았다고.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드론도 제작해보고 ‘하절기 놀이공원의 관심도 동향’을 주제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보고서도 작성했어요. 공학자로 한걸음 다가설 수 있어서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어요.”
<한국사> 수업에서는 모델링과 3D 프린터를 이용해 한옥의 전통문화를 해석했다. 재원씨는 3D 프린터로 한옥을 설계·제작했고, 드론에 자신 있었던 친구 두 명은 드론으로 영상을 촬영했으며, 미디어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친구는 한옥 마을을 방문한 외국인을 인터뷰한 다음 기사로 남겼다. 열과 성을 다한 만큼 결과물은 여러 친구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는 고3 여름방학 직전, 선생님이 진로를 고민하던 재원씨에게 추천했는데 평소 비교과 활동에 집중했던 그에게 맞춤이었다. 다양한 실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학교 홍보 문구에 마음이 움직여 학생부종합전형과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했다.
“한창 대학 진학을 고민할 때 한라대 홈페이지에서 ‘1인 1모빌리티’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라는 홍보 문구를 봤어요. 실제로 와보니 실습 기회가 많고 다양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어요. 저도 올해 외부 대회에 나가 상을 7개나 받았고 교내 대회에서는 3번이나 입상했어요. 모빌리티 분야의 필수 자동차 설계 프로그램인 카티아(CATIA) 자격증도 땄고요.”
그렇게 오고 싶었던 대학이기에 면접에서 엄청 긴장했을 텐데 어떻게 압박감을 이겨냈냐고 묻자 재원씨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하게 보여줬다”라고 했다. 자존감이 낮을 때는 나를 어떻게든 포장하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발표할 차례가 되면 머리가 하얘졌다고. 솔직하게 나를 보여주자고 결심하면서 더 이상 긴장하지 않게 됐다.
“저는 모빌리티공학을 정말 좋아했고 저에게 맞는 학교를 찾은 후 부족한 내신 성적을 만회하려고 면접에서 어떻게 이 학과를 선택하게 됐는지 열심히 어필했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그런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나’를 잃으면 타인의 말만 듣게 돼요. 그러니 나에게 솔직하세요!”
나를 보여준 학생부 & 선택 과목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
/1학년/
<국어> 스티븐 호킹의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를 읽고 ‘타임머신을 실현시키는 과정에서 3D 프린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논술함 <영어> AI의 등장으로 인한 직업의 변화에 관한 영어 지문을 읽고 상세하게 조사해 교내 게시판에 전시함
/2학년/
<수학Ⅱ> <미적분 다이어리>를 읽고 놀이기구의 낙하 속도와 위치 등에 관해 독서 일지를 작성함 <확률과 통계> 5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동화 기술이 인간의 창의적 사고와 융합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함 <물리학Ⅰ> 환경 문제와 희토류 소비량을 분석함. 희토류를 사용하지 않는 자기 저항 모터를 통해 희토류 사용을 줄일 수 있음을 제시함
/3학년/
<기하> 벡터 단원에서 원의 방정식을 이해하고 원 밖의 한 점과 다양한 점으로 이뤄진 벡터의 연산을 묻는 참신한 문제를 작성함 <지구과학Ⅱ> 대기 오염과 스모그 현상에 대해 배운 후, 미래 모빌리티공학과 접목시켜 도시 교통 체계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과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개선 방안을 탐구함
//의미 있었던 선택 과목//
▒ <물리Ⅱ>_ 모빌리티의 원리가 되는 돌림힘과 유변학(4D 프린팅)이 재미있었고, <물리Ⅰ>보다 <물리Ⅱ>에 실생활에 적용되는 개념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나의 진로와 관련한 탐구를 많이 하고 보고서를 쓸 수 있어서 좋았다.
▒ <문학>_ 평소 글쓰기를 좋아하는데 직접 시를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황순원의 소설 <너와 나만의 시간>을 시로 재구성했던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
/교사의 눈으로 본 수시 합격생/
성실과 문예의 아이콘
재원이는 늘 생각하는 학생이에요. 자아성찰부터 미래에 대한 고민까지 생각이 다방면으로 뻗어나갔죠. 다양한 사고의 방향을 기록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수학여행 학급 장기자랑에서는 정말 열심히 연습해서 성실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어요. 누구보다 치열했던 재원이의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_ 경기 동탄고 문지희 교사(국어 담당)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