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가 좋았던 고3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성적은 부담이 됐다. 스스로는 실력보다 잘 나온 성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실력이라고 생각했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이후 불안감이 지속됐고 9월 모의고사에서는 성적이 하락했다. 더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공부했다.
하루에 끝낼 분량을 나눠 학습 계획을 짰고 계획에 따라 실천하면 안도감과 성취감을 느꼈다.
이는 수험 생활의 큰 원동력이 됐다. 성균관대 약학과 합격의 비결을 철저한 계획과 실천으로 꼽는 현석씨의 고3 수험기를 들어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사진 이의종
오현석 | 성균관대 약학과 1학년(경기 유신고등학교)
고2 겨울방학, 정시 진학으로 목표 재설정
모의고사 성적은 좋았지만 2학년 때까지 정시를 염두에 두진 않았다. N수생도 많은 현실에서 고1, 2 모의고사 성적만 보고 정시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정시를 고려하기 시작한 건 2학년 2학기부터였는데,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목표로 했던 약대 진학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고2 겨울방학에 컨설팅을 받았어요. 3학년 1학기엔 수시 준비를 최소화하고 수능 공부에 매진하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수시 파이터’였는데요. 컨설팅 이후 수시를 보험으로 생각하고 정시로 대학에 진학해야겠다는 목표를 정했습니다. 겨울방학부터 수능 준비를 철저히 하고, 고3 올라가서도 수시보다 정시에 집중했어요. 제게 맞는 전략이었다고 생각해요.”
끝낼 수 있는 계획 수립과 실천으로 만족감 느껴
고2 12월, 관리형 독서실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관리형 독서실은 전체 이용자의 공부와 휴식 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생각보다 공부 시간이 길어서 당황했고, 시간을 온전히 활용하려면 계획을 철저히 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관리형 독서실에 들어간 첫 주엔 시간을 재면서, 주어진 시간 동안 과목별로 어느 정도 공부할 수 있는지 측정했어요. 이후 퍼즐을 맞추듯 전체 자습시간에 제가 소화할 수 있는 공부들을 넣기 시작했고요. ‘무조건 다 끝낼 수 있는 계획’을 세우는 데 신경 썼죠. 무리하게 계획을 세워 다 끝내지 못한 상황이 생기는 건 너무 싫었거든요. 이렇게 계획을 세우니 공부량을 예측하기도 쉬웠고, 계획도 차질 없이 모두 달성할 수 있었어요. 계획보다 더 많이 공부한 날도 있었어요. 이 부분이 수험 생활을 견디게 해준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계획을 모두 달성하고, 추가적으로 공부를 했을 때 생기는 만족감이 엄청났거든요. 정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공부 속도를 알고, 그에 맞는 계획을 먼저 세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공부법? 모든 과목을 매일 하는 것
특별한 과목별 공부법은 없었다. 그냥 모든 과목을 매일 공부했다.
“특히 언어 과목인 국어, 영어와 지엽적 암기가 많은 지구과학은 매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실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요. 하루 공부의 시작은 국어, 영어, 지구과학의 ‘주간지’ 하루 분량을 끝내는 것이었어요. ‘주간지’는 수능 때까지 필요한 부분을 매일 공부할 수 있도록 잘 쪼개둔 교재라 활용하기 좋았어요. 계획을 세우는 데 필요한 시간도 줄여줬어요.”
국어는 어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단어 공부에 신경을 많이 썼다. 수능 국어 강의를 선택할 때도 어휘 교재를 사용하는지가 주요 기준일 정도였다.
“영어에서 단어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아는 학생은 많지만, 국어는 우리말이라 그런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학생들이 대다수더라고요. 우리 글을 읽어나갈 때도 무엇보다 어휘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고전문학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시, 그리고 비문학까지. 어휘력은 국어 실력의 토대를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고2 때 학교에선 <지구과학Ⅰ>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표준점수와 응시자 수를 고려해 수능 과목으로 <지구과학Ⅰ>을 선택했다.
“학교에선 <물리Ⅰ> <화학Ⅰ> <생명과학Ⅰ>을, 수능 과목으론 <생명과학Ⅰ> <지구과학Ⅰ>을 선택했어요. 영재학교·과학고 준비를 한 적이 있어서 지구과학을 접한 적은 있지만, 완전히 새롭게 탐구 과목을 공부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스러웠어요. <지구과학Ⅰ>은 다른 탐구 과목과는 다르게 개념의 양이 방대하고, 문제에 지엽적인 개념이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많은 개념을 빠르게 암기하고, 또 수능 때까지 유지하는 방법은 매일 지구과학을 공부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실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학기중 수능 공부 시간 확보 어려워
학교에서 정시 공부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고3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은 수능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3월 개학 이후에는 겨울방학만큼 수능 공부에 매진할 수 없었어요. 대신 아침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서 필요한 공부를 했어요. 물론 공부 시간이 줄어서 겨울방학 때처럼 모든 과목을 매일 하지는 못했어요. 특히 국어 수학 영어를 차례로 끝내고 나면 집에 가기 전에 생명과학과 지구과학 중 하나를 선택해서 공부해야 했어요. 이때 항상 지구과학을 선택하다 보니 생명과학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죠. 시간이 부족해 균형있게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과 좋았던 6월 모의고사 성적에 불안감 느끼고
실망스러웠던 9월 모의고사 성적에 공부량 늘려
6월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왔다. 전체 4개를 틀려 ‘인 서울’ 의대 진학이 가능한 정도였지만 예상보다 잘 나온 성적에 부담을 느꼈다.
“직감적으로 제 점수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6월 모의고사 점수가 제겐 오히려 독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고, 그 부담은 수험생활 내내 제 발목을 잡았죠. 불안이 원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6월 모의고사 이후 그 어느 때보다도 열심히 준비했던 9월 모의고사에서 그다지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9월 성적은 명백하게 실력 부족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전보다 공부에 매진했어요. 덕분에 수능에서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었어요.”
의대 합격권의 성적이었지만, 흔들림 없이 약대에 지원했다.
“만약 의대를 목표로 했다면 가군에서 영남대 의대나 건양대 의대를 썼을 거예요. 진학사나 다른 예측 사이트에서도 합격으로 전망했어요. 피를 잘 못 봐 의대가 적성이 아닌 데다가 성균관대 약대가 제 최종 목표였기 때문에 가군에서 성균관대 약대를 썼어요. 나·다군은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고요. 다만 제가 설마하다가 영어를 2등급을 받았는데요. 영어 비중이 높은 대학도 있으니 후배들은 영어 등급도 꼭 신경 쓰길 바랍니다.”
<과목별 공부법과 교재>
<국어>
매일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하루 분량의 주간지를 끝내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단어 공부에 신경 썼고 현장 강의도 어휘 교재를 사용하는 선생님을 선택했다. 어휘 공부를 통해 글 읽는 속도도, 이해도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고3 올라가는 12월부터 격주로 모의고사를 풀었다.
교재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신영균 강사 어휘 교재·주간지, 강민철 FEED 100, 인강민철, 실전 모의고사
<수학>
고3 올라가는 12월부터 매주 모의고사를 풀었다. 미적분까지 개념은 어느 정도 완성이 된 상태라 실전 감각을 기르겠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조금씩 풀었다. 덕분에 킬러 문항을 일찍 접하고 도구 정리 강의에서 배웠던 스킬을 사용하면서 체화할 수 있었다. 현우진 선생님 강의만 따라가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교재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현우진 강사 교재, 류동원 강사 교재, 실전 모의고사
<영어>
고3 올라가는 12월부터 매주 모의고사를 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어 단어는 열심히 공부하면서 영어 단어에 소홀했고 수능에서 2등급을 받았다.
교재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하지웅 강사 교재, 이명학 강사 교재
<생명과학Ⅰ>
윤도영 선생님의 All About을 듣고, 예제를 풀면서 체화하고, N제와 실전 모의고사를 풀면서 시간을 관리하는 연습을 했다. 강의 중 <생명과학Ⅰ> 20문제를 30분 안에 모두 풀어서 만점을 받으려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럴 시간에 수학 공부하라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 만점보다는 1등급을 목표로 했다.
교재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윤도영 강사 교재, DCAF 실전 모의고사
<지구과학Ⅰ>
전 단원을 조금씩 매일 풀면서 익힌 개념을 유지했다. 1학기에는 <수능특강>과 기출문제를 풀면서 공부를 했는데 계획 짜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힘들었다. 주간지를 받아오면 철저하게 계획을 짜지 않아도 실천할 수 있어서 현장 강의를 다니게 된 이후로는 매일 주간지를 풀면서 공부했다. 문제에 지엽적인 내용의 선지가 나오면 따로 노트에 적었다. 사설 모의고사를 풀다보면 교과서에 명시되지 않은 개념들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선지들도 있어서 이를 따로 노트에 적어 시간날 때마다 읽었다.
교재 EBS 수능특강·수능완성, 함석진 강사 교재, 이훈식 강사 교재
<나의 수험 생활>
▒ 고2 12월~고3 2월
12월부터 관리형 독서실에 들어가면서 수능 공부를 시작했다. 고2 때 공부하지 않은 <지구과학Ⅰ>을 수능 과목으로 선택하면서 지구과학 공부에 공을 많이 들였다.
▒ 3월~6월
개학 후에는 수능 공부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균형 있게 공부하기 힘들었다. 학교 수업 시간에는 수능과 관계없어도 수업을 들었고 대신 아침이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필요한 공부를 했다.
▒ 6월~9월
<지구과학Ⅰ>에 집중하면서 소홀했던 <생명과학Ⅰ>은 여름방학부터 열심히 공부했다. 사설 모의고사에서 절망적인 성적이 나와서 <생명과학Ⅰ>의 기본기부터 갖춰야겠다는 생각으로 개념 강의부터 다시 들었다. 국어 고난도 지문을 공부하기 위해 강민철 선생님의 FEED 100 N제를 풀기 시작했다.
▒ 9월~수능
9월 모의고사 이후부터는 1학기 동안 풀지 않고 쌓아둔 과학탐구 과목 실전 모의고사 풀이에 집중했다. 수능 2주 전부터는 수능 시간에 맞춰 전 과목 실전 모의고사를 풀었다. 쉬는 시간을 이용해 오답을 정리하고 오후 5시부터 과목별로 그날 시험을 정리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공부를 했다.
▒ 수능 전날
국어 수학 영어 모의고사를 풀고 가장 불안했던 국어만 채점한 후 기출 분석 강의를 들었다. 국어 채점 결과 80점 초반이 나와서 상당히 충격을 받았고, 멘탈에 나쁜 영향을 준 것 같다. 수능 전날에는 감을 잃지 않을 정도로 공부만 하고 채점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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