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은 5살짜리 꼬마에게 비단 50필을 내렸다. 단, 조건이 있었다. 혼자 힘으로 가져갈 것! 아이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비단을 풀어 끝과 끝을 엮었다. 그런 다음 허리에 앞 끝을 둘러메고 집으로 갔다. 세종대왕과 더불어 ‘5세 신동’이라 불렸던 김시습의 일화다. 만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신동의 삶은 평온하지 못했다. 잇따른 불행과 불의는 그를 좌절시켰고 결국엔 평생 동안 아웃사이더로 남았다. 명분과 예법 따윈 댕댕이나 주라는 듯 거침없는 언행을 일삼던 김시습을 향해 당시 권력자들은 ‘미치광이’라며 야유했다. 현실의 고통에서 몸부림치던 그가 비현실의 세계에서나마 자신의 영혼을 찾으려 노력한 결과물이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다. 후대인들에게 ‘꿈꾸다 죽은 늙은이’로 불리길 바랐던, 천재로 태어나 희대의 풍운아로 살다 간 김시습을 만나보자.
글 김한나 ybbnni@naeil.com
참고 <매월당 김시습> <나는 김시습이다>
사진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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