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고등

1083호

진로 찾고, 취업난 돌파할 기회?

재학생들이 말하는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전공과 대학을 선택할 때, 취업 경쟁력도 기준 중 하나다. 무섭게 발전하는 인공지능,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사회 구조로 인해 취업난이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그렇다 보니 기업과 협약을 맺은 ‘계약학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중위권 대학, 지역 대학에서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가 확산되고 있다. 대학의 특성화 분야와 지역 내 중견·강소기업들이 함께 학생을 선발, 2학년 때부터 학업과 근로를 병행하는 제도다. 연구보다 취업에 관심이 많거나, 경력을 우대하는 분야를 진로로 꿈꾼다면 한 번쯤 눈여겨볼 만하다. 다만, 어떻게 공부하고 어떤 기업에 취업해 일하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교생들의 흥미가 높은 게임·식품·뷰티 관련 학과에 진학, 일과 학습을 병행 중인 대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뜯어보기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2018년 도입돼 현재 15개 대학 58개 학과가 참여한다(표). 신입생 선발 과정부터 대학과 협약 기업이 함께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모집하며, 면접을 실시한다.

입학 후 일반대학은 6학기, 전문대학은 3학기를 공부해 각각 학사, 전문학사 학위를 받는다. 교육 기간이 짧아 방학에도 수업을 진행하며, 2학년부터는 주중 저녁과 주말에 온라인·등교 수업에 참여하며 일과 학습을 병행한다.

학비 혜택이 상당하다. 1학년 땐 정부가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통해 전액을, 2학년 이후는 지자체와 기업이 50% 이상 지원한다. 다만 졸업 때까지 계약 기업에서 일해야 하며,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받으면 졸업 후 일정 기간 재직 의무도 있다. 개인 사유로 퇴직 시 제적 처리 등의 제재를 받는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협약을 맺은 기업들이 주로 중소·중견기업이라 학생들에게는 낯설다. 대학별 협약 기업이 공개돼 있고, 지원 시 학생이 협약 기업까지 택하고 면접도 기업과 대학이 함께 보는 만큼 기업의 재정 건전성이나 장래성을 면밀히 살펴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MINI INTERVIEW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학교 팀플로 깨우친 적성·소통법,
개발자와 ‘통’하는 기획자 밑거름됐죠”


양유림
가천대 게임영상학과 3학년
주식회사 룩슨 재직 중


Q.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어릴 때부터 게임 개발자를 꿈꿨어요. 관련 학과를 찾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제도를 알게 됐어요. 개인 실력·경력을 우선하는 IT 업계에서 이점이 있겠다 싶었거든요. 게임 회사들이 서울에 밀집한 점도 고려해 가천대 게임영상학과 진학을 결심했죠.


Q. 가천대 게임영상학과를 소개한다면?

1학년 때는 게임과 영상을 함께 배우고, 2학년 때는 게임 개발, 영상 아트, 게임 기획 등 세부 전공에 맞춰 공부해요. 저는 입학 후 팀 프로젝트를 하며 기획에 더 흥미를 느꼈어요. 코드를 짜는 것보다 시나리오 등 콘텐츠 구상을 많이 맡으면서 게임 기획으로 방향을 틀었죠.
돌이켜보니 학교 팀플을 통해 직접 관련 업무를 경험케 함으로써 적성이나 소질을 스스로 깨우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또 팀플을 통해 어떻게 소통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 각자 입장에서 고충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기획자들은 대게 ‘더 빨리 달리게 해달라’고 주문하는데, 개발자들은 ‘몇 초 정도 당겨달라’고 정확하게 말해줘야 작업이 수월해요. 취업 전 팀플로 알게 돼서 일할 때 큰 도움이 됐어요.


Q. 재직 중인 회사와 맡은 업무를 설명해준다면?

VR 게임을 주로 개발하는 주식회사 룩슨에서 게임 기획자로 재직하며 게임 콘텐츠 기획, 시나리오와 게임 규칙 설정 등을 맡고 있어요. 제가 참여한 <아처리 랜드>가 지난해 출시됐죠. 넓은 대지를 향해 활을 겨누어 타격감을 즐기는 VR 슈팅 게임인데요. 개발 과정에서 수도 없이 전면 수정이 이뤄졌어요.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전부를 바꾸나’ 싶을 때도 많았는데, 결과물의 차이가 크더군요. 게임 제작에 임하는 자세·철학을 다듬게 됐죠. VR은 성장성이 큰 분야라 계속 파고들 예정입니다.


Q.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장단점은?

학교에서 배우고, 바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아요. QA 수업에서 QA 시트 작성법을 배웠는데, 바로 회사 업무에 써먹었죠. 3학년 2학기 때 VR 기획 수업이 있어 기대가 커요. 무엇보다 교수님도, 회사 분들도 업계 선배라 1:1 멘토링을 받는 것처럼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어요. 직장인이기도 해 경제적으로 여유롭고요. 어려운 점은 자유 시간이 없다는 거죠. 하하. 게임 업계라 야근이 종종 있고, 일반 학과보다 1년 일찍 졸업해야 해 학점 관리도 신경 써야 하니 시간이 정말 빠듯해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많이 도전해보길 바라요. 저는 실패해본 경험이 많지 않아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를 알고 고민이 컸어요. 일반적인 대학 루트가 아니어서요. 하지만 그때만 할 수 있는 선택이라 도전했죠. 입사하고 1년이 지났는데 후회하지 않아요. 특히 일하면서 공부하니, 커뮤니케이션 역량도 높아지고 더 성숙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학교 공부만 했다면 배울 수 없는 값진 경험이죠.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걸 가지려면 해본 적 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처럼,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보길 추천합니다.


★QA(Quality Assurance):게임 업계에서는 게임이 일정 수준의 품질을 갖도록, 제품 출시 이전에 각종 테스트 및 검수하는 것을 말한다.




“취업 대신 선택한 대학,
학교-기업 오가며 전문성 갖춘 식품인으로 성장 중 입니다”


조민영
경일대 스마트푸드테크학과 3학년
주식회사 미정 재직 중


Q.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에 진학한 계기는?

마이스터고에 다닐 때, 지금 학과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어요. 식품 관리 전문 지식, 관련 진로와 함께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제도까지 알려주셨죠. 막연히 취업을 고민하던 차에, 더 공부하며 실무 경력도 쌓을 기회 같아 지원을 결심했어요. 사실 운동을 하다 고교 진학 직전에 부상을 입고 새롭게 찾은 길이 식품이었어요. 소비자는 결국 가공된 식품을 제공받는다는 생각에, 식재료·식품 가공 과정이 궁금해졌거든요. 그 결과 경기도 오산에서 경북 영천의 식품마이스터고에 진학했죠. 그때처럼 대입 직전 새로운 비전을 찾아 다시 도전한 셈이죠.


Q. 경일대 스마트푸드테크학과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식품 관리를 포함해 식품 회사에서 일할 때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쪽으로 커리큘럼이 특화된 전공이에요. 식품 전반을 다루는 일반 식품공학과와는 달리 크게 해썹(HACCP), 식품 관련 미생물 연구 및 이화학 분석 등 식품인에게 필요한 내용 위주로 배우고요. 흔히 식품 하면 조리나 제과제빵, 혹은 외식경영만 떠올리는데, 실제 식품 산업은 식재료나 식품 가공법 개발, 식재료가 되는 농산물의 종자 개량, 식품 생산·관리 등 다양한 분야가 맞물려 돌아가요. 특히 생산 관리는 식품 업체에서 빼놓을 수 없어요.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식품을 생산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관리해 회사의 이익을 높일 수 있는 일이니까요.


Q. 재직 중인 회사와 맡은 업무를 설명한다면?

주식회사 미정의 생산 관리 부서에서 근무 중입니다. 미정은 떡, 소스, HMR(즉석간편식) 등을 생산해 CJ, 이마트, 샘표 등에 납품하는 회사예요. 저는 원재료 투입 대비 제품화 규모를 보는 생산 실적과 현장 작업자들이 발견한 잠재 클레임 요소를 관리해요. 생산에 필요한 소모품도 발주하고요. 현장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업무라 향후 품질 관리·개발 등 더 까다로운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앞으로 회사 내에서 다양한 영역을 접해보며, 실력 있는 식품인으로 성장하고 싶어요.


Q.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장단점은?

일정이 빡빡하지만, 공부하면서 급여를 받고 경력도 쌓을 수 있어요. 특히 학습과 일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면서, 이론·실무 역량이 빠르게 성장하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현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바로 체감하고, 어려운 점은 교수님과 상사분 들께 여쭤보면서 실무 역량도 키우고 있거든요. 또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과 학교에서 배운 이론적 원리·배경을 조합하니, 더 쉽게 이해하고 깊이도 깊어지더라고요. 급여 만족도도 높고요.


Q. 후배들에게 조언한다면?

후회 없는 길을 택하면 좋겠어요. 남들의 조언도 좋지만 하고 싶은 일을 골라 도전하는 게 가장 큰 경험 같아요. 특히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더 빨리 업무 전문성을 키울 수 있고, 고등학교까지 몰랐던 적성이나 장점을 발견할 기회라고 생각해요. 지원할 때 회사·업계에 대한 정보까지 접하면서 보다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죠. 다만, 공부하면서 일한다는 것이 마냥 쉽진 않으니, 어느 정도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해썹(HACCP): 식품·축산물의 원료 생산에서부터 최종 소비자가 섭취하기 전까지 각 단계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 요소가 해당 식품에 혼입되거나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위생 관리 시스템을 말한다.




“탄탄한 이론에 기업별 맞춤형 교육까지,
한발 앞선 미용 경력 디딤돌 돼줬죠”


송예리
동의과학대 스마트뷰티케어과 2학년
팰리아헤어 재직 중


Q.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에 진학한 계기는?
줄곧 헤어 디자이너가 목표였어요. 일반고 재학 중 미용사 국가자격증도 취득했죠. 대입을 앞두고 한 설명회에서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제도를 알게 됐어요. 1학년은 전액 장학금 혜택에, 입학할 때 원하는 미용 업체와 매칭해 전문 교육을 받더라고요. 대학 학위도 취득하면서 경력을 쌓아 조기 취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특히 동의과학대의 협력 기업 중, 유명한 미용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꽤 있었어요. 관심 있는 업체가 있어 지원을 결심했고요. 성적이 우수한 편이라 일반대학 진학을 권유받았지만, 꿈이 확고해 부모님도 제 선택을 지지해주셨죠.


Q. 동의과학대 스마트뷰티케어과를 간단히 소개한다면?

헤어디자인과 관련된 모든 걸 배우는 학과예요. 커트, 염색 등 헤어 스타일링 이론·실기는 기본이고, 기업·개인 PR, SNS 뷰티마케팅 등 경영·홍보·마케팅·서비스 역량까지 키울 수 있죠. 최근 미용 업계는 서비스 정신이 강조되는데, 저흰 학생들끼리 고객-디자이너 등 역할을 부여해 다양한 상황에서 대응력을 높이는 ‘고객 응대 서비스’ 과목이 있어요. 팀 프로젝트로 과제를 해결하거나, VR 기기를 이용해 샴푸 연습도 하죠. 무엇보다 입학할 때 매칭 기업에 맞춰 수업이 이뤄져요. 해당 브랜드만의 스타일을 배우고 현장에 나갈 수 있어 큰 도움이 돼요.


Q. 재직 중인 회사와 맡은 업무를 설명한다면?

올 3월부터 팰리아헤어에서 일하고 있어요. 부산 지역 백화점에 입점한 프리미엄 브랜드 미용실이에요. 지역에서는 인지도가 높고, 자체 아카데미도 있을 정도로 체계적인 교육 훈련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요. 1학년 때 학기중에는 주 1일, 방학 때는 계절학기 외 집중 이수 기간에 아카데미를 찾아 브랜드 맞춤형 교육을 받았죠. 헤어디자이너는 실력·경력에 따라 인턴에서 스태프, 디자이너, 실장 순으로 직급이 올라가는데, 저는 현재 고객 응대 서비스를 주로 하며 디자이너 분들의 업무를 보조하는 스태프 단계의 일을 해요. 앞으로 고객에게 제 감성과 감각을 녹인 헤어스타일을 제안·실현할 수 있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어요.


Q.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데, 장단점은?

대학 생활을 맘껏 누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요. 하지만 그만큼 빨리 현장에 진출해 경력을 쌓을 수 있죠. 대학에서부터 기업 맞춤형 교육을 받으니 성장도 빠르고요. 일과 학습을 병행하며, 학교나 기업에 궁금증을 질문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에요. 2학년 학비도 협력 업체에서 일부 지원받고, 국가장학금 수혜도 받을 수 있어 경제적인 부담도 적어요.


Q.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 시대에 고교·대학 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늘어난 것 같아요. 저도 고민이 컸는데,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헤어디자인’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도전했고 만족하며 일과 학습을 병행하고 있어요. 후배들도 낯선 제도와 교육과정이지만, 진로에 맞는 학과가 내실 있는 기업과 협력을 맺었다면 한 번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특히 빠르게 성장해 일찍 사회에 진출하고픈 학생, 내 진로에 맞으면서 좋은 기업에 안정적으로 취업할 기회를 찾고픈 학생에게 좋은 디딤돌이 되어줄 것 같아요.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 고등 (2023년 03월 08일 1083호)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