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김지영 리포터 janekim@naeil.com
도움말 천광훈 교수(가천대학교 약학과)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커리어넷
지금 약학과는? 다양한 진로 선택 가능한 약학 전문가
약학과에서는 의약품과 약물 치료에 대한 이론을 바탕으로 약품의 개발, 생산, 관리 등을 공부한다. 타 전공으로 입학해 2년간 기초소양교육을 이수한 뒤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PEET)을 통해 편입하는 2+4학제였지만, 2022학년 신입생부터 학부에서 선발했다.
약학은 ‘약’이라는 화합물 또는 단백질 등을 이용해서 생명을 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 생명과학 관련 분야의 역량이 필요하며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이 강조된다.
졸업 후에는 약사 자격증 국가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병원, 지역 약국, 보건 의료 관련 공기관, 제약 및 생명공학 기업, 보험공단, 다양한 연구기관 등으로 진출한다. 약물 복용과 관련된 업무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약품 등록, 컨설팅, 마케팅, 약가 설계, 약물 심의 등 진출 경로가 다양한 전문직이라는 것이 강점이다.
대학이 말하는 약학과 신기술 접목한 신약 개발 기대
“인류는 수많은 질병과 감염체로부터 끊임없이 생존의 위협을 받아왔습니다. 20세기에 이르러서야 백신과 항생제 등 약물과 의료 기술의 진보를 통해 지금과 같은 번영에 이르렀습니다.
약학대학에서는 질환과 약물의 작용 원리, 개발 방법론, 사용법을 배웁니다. 약물의 이해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총체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약학은 타 전공과 매우 차별됩니다. 생물·물리·화학에 대한 지식을 기본적으로 배양하며, 이에 덧붙여 통계·경제·사회·법규를 비롯한 다양한 지식을 가르칩니다. 이를 종합해 임상에 필요한 약물치료학과 약물 개발 기술도 다룹니다.
특히 약물 개발 기술은 최근 들어 급속도로 발전 중입니다. 요구하는 지식도 폭넓고 깊습니다. 과거엔 화합물과 천연물 기반 치료제가 주류였다면, 최근엔 항체, 뉴클레오티드, 단백질, 줄기세포 치료제, 그리고 유전자 치료법과 같은 ‘바이올로직스’의 발전이 눈부십니다.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약물 개발도 활발합니다. 약학대학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인재를 양성합니다.”
_ 가천대 약학과 천광훈 교수
.ONE PICK! 전공으로 가는 북 내비게이션.
생명에 대한 간절함과 호기심이 빚은 약의 역사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
지은이 정진호
펴낸곳 푸른숲
인간이라면 누구나 병에 걸리지 않고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고픈 욕망이 있다. 건강이 행복의 기준 중 하나인 이유다. 질병과 죽음을 막으려는 간절한 바람에서 미신이나 근거 없는 소문을 따르기도 했다.
이 책은 약이 없어 고통받던 시절부터 평균 수명 80세를 바라보는 현재까지, 죽음과 질병에 맞서 싸워온 인간의 열망이 ‘약’으로 진화한 이야기를 과학자의 시각에서 풀어냈다. 마취제, 백신, 항생제, 소독제 등 ‘인류를 구한 위대한 탄생’이라고 평가받는 약뿐만 아니라 아편, 탈리도마이드, 가습기 살균제와 같이 생명을 위협한 약까지, 건강과 죽음, 고통과 행복을 가른 ‘약’들이 어떻게 약이 되고 어떻게 독이 되었는지를 살펴본다.
천 교수는 “일반적으로 약물은 질환을 치료하는 이로운 물질이라고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약물은 다른 한편으로는 독으로 작용하기도 하는 양날의 검과 같다. 약 전문가는 이러한 약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그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독성학 연구자인 정진호 교수가 약과 관련된 시대적 상황들을 곁들어 약의 특성에 대해 풀어쓴 안내서다. 비전공자들도 약의 양면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쓰였다. 약물에 대한 오해들, 치료 활성과 독성의 양면성, 인류를 구원한 위대한 약물들의 개발 배경, 약물 개발의 미래상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준다. 신뢰도가 높은 학술자료들을 수집하고, 역사적 배경지식까지 더해 내용이 매우 충실하다. 약학도를 꿈꾸는 이들에게 약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여줄 책”이라며 추천했다.

.네 꿈을 응원해! 선배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약의 기원과 현주소 보여주는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손에 잡히는 바이오 토크>”
박혜빈
강원대 약학과 1학년
약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원래 컴퓨터공학자를 꿈꿨어요. 그래서 관련 동아리도 가입하고, 정보 수업도 열심히 들었는데, 교내 진로 멘토링의 컴퓨터공학과 교수님 강연에서 ‘의공학’ 분야를 접했어요. 교수님이 언급한 ‘약 자판기’가 궁금하더군요. 약 자판기 위치 선정을 주제로 약 보관 방법 및 특성과 연계해 조사하고, ‘아두이노’를 사용해 프로그래밍했죠. 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약 자판기를 만들고 발표회에도 참가했어요. 그러면서 프로그래밍보다 약에 더 흥미가 생겼어요.
바이오의약품 중 하나인 ‘세포치료제’는 효과가 좋지만 비싸요. 환자 몸에서 세포를 분리해 따로 조작한 후 다시 주입하는 과정 때문이죠. 비싸서 아픈데도 치료를 못 받는다는 기사를 읽고, 값싼 세포치료제를 개발해 질병 없는 사회 건설에 기여하겠다는 꿈이 생겼어요. 평소 깊게 파고들어서 이해하는 공부 방식을 좋아했고, 쉽게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라 연구를 잘해나갈 것 같아 약학과에 지원했어요.
약학과에 도움이 될 책 읽기에 대한 조언이 있다면?
약대 수시 입시 정보가 없어 힘들었어요. 막막했지만 ‘남들도 같은 상황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하자’라고 생각했죠. 약학과에 진학하겠다고 하면 ‘약’이나 ‘약사’가 들어간 제목의 책만 찾기 쉬운데, 그 밖에 직업윤리나 바이오 분야에 관한 책, 또는 역사, 철학 등 아예 다른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추천해요. ‘약학과’라는 키워드에만 집중하면 지식의 폭이 좁아져요. 저는 2학년 2학기부터 <과학이 말하는 윤리> <페스트> <아인슈타인이 괴델과 함께 걸을 때> 등 다양한 책들을 많이 읽었어요. 덕분에 독서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았죠. 이 부분이 면접을 준비할 때도 도움이 됐고, 진로에 확신을 갖는 기회도 됐다고 생각해요.
약에 대한 호기심에 해답이 되어준 책
질병이 바꾼 세계의 역사
지은이 로날트 D. 게르슈테
옮긴이 강희진
펴낸곳 미래의 창
진로 결정에 가장 도움을 준 책입니다. 약학과 진학을 고2 2학기에 늦게 정했어요. 약에 흥미가 생겼지만, 질병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약과 관련해 찾아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였죠. 그래서 질병에 대해 알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어요. 페스트, 천연두, 통풍, 콜레라, 독감, 결핵, 건강염려증, 상상임신, 호르몬 질환, 에이즈 등 다양한 질병이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쉽게 설명하고 있었거든요. 질병이 세계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어떻게 치료되었는지에 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약이 궁금한데 기본 지식이 부족하다면 읽어보길 권해요.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꿈꾸게 한 책
이 책은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기술과 사례, 숨은 원리, 미래에 바이오 분야가 나아갈 방향을 담았어요. 특히 미역이 ‘AHL 저해제’ 물질을 만들어 미생물들이 달라붙지 못하게 하는 사실에서 착안해, 슈퍼 내성균에 대항하는 차세대 항생제를 개발 중이라는 내용이 가장 인상적이었죠. 바다 미생물이 생성하는 AHL 물질은 서로의 존재와 위치를 확인하는 상호 연락망 역할을 하는데, 미역 표면에 달라붙어 바이오필름을 형성하면 미역의 광합성이 불가능해 에너지를 얻지 못해요. 따라서 미역은 미생물들이 서로 통신하지 못하도록 AHL 저해제를 만들고 바이오필름을 형성하지 못하게 막죠. 이 원리를 항생제 개발에 차용한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친숙한 생물을 활용해 질병 치료에 기여하는 바이오의약품을 내 손으로 개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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