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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

1020호

지능화·고도화되는 범죄

미래 경찰·공무원 교육하는 경찰행정학과

강력 범죄는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컴퓨터 기술을 악용한 신종 범죄는 기승을 부린다. 통신을 활용한 피싱이나 스미싱 사기, 사이버 공간과 연계된 마약·성 범죄가 대표적이다. 범죄가 지능화·고도화되는 경향도 크다. 전문 지식을 갖춘 경찰 인력 확보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다. 디지털 포렌식 개론, 사물인터넷과 범죄 등 진화한 범죄에 발맞춘 교육과정으로 미래 경찰·공무원을 교육하는 경찰행정학과의 특징, 졸업 후 진로 등을 알아봤다.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
도움말 이창배 교수(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부 학부장)
자료 각 대학 학과 홈페이지·대입 정보 포털 어디가·한국고용정보원 워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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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와 보안, 조직화된 범죄를 책임질 경찰 인재 양성

경찰행정학은 경찰 업무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하도록 돕는 학문이다. 학과명은 경찰 활동을 행정의 일부로 보는 것에서 유래됐다. 경찰행정학과에서는 범죄 현상의 원인·대책, 경찰학, 규범학 등 각종 이론와 함께 무술, 체포술과 같은 무도 기술을 교육한다. 경찰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무도 기술이 교육과정에 포함되지만 경찰행정학과 입학 요건에 체력검정이나 신체검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증가하는 사이버 범죄, 특수 범죄 등을 포함해 고도로 조직화된 범죄에 대한 대처 능력을 지닌 인재 양성을 위해 전문적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경찰행정학은 범죄자가 사회에 다시 적응해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재사회화와 새로운 범죄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어 법학, 교정학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주요 교육과정으로는 경찰학개론 범죄학개론 교정학 경찰수사론 체포술 범죄심리학 형사소송법 등이 있다. 경찰학은 경찰의 조직·인사·예산을 비롯해 각국 경찰 제도 등 경찰행정과 관련된 학문이며 범죄학은 범죄의 원인·현상·대책 등을 다룬다. 경찰행정학과 졸업생의 상당수는 경찰로 진출한다.


경찰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 등 공공 안전 분야로 진출

경기대는 공공안전학부로 203명을 선발한다. 경찰행정 법학 사회복지 범죄교정 청소년전공, 총 5개 전공을 포함하며 2학년 진학 시 1학년 성적에 따라 세부 전공을 결정한다. 순천향대는 중국 절강경찰대학과 교환학생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원광대는 경찰학 범죄학 법학의 체계적 교육과 더불어 학과 전용 유도관을 개관해 무술, 체포술의 실기 수업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최초로 경찰행정학과를 개설한 동국대는 2016년에 경찰행정학과를 경찰사법대학으로 승격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이창배 교수는 “경찰사법대학 내에 경찰학 범죄과학 교정학 산업보안학 총 4개의 전공이 개설돼 있으며 복수전공이 필수조건이다. 경찰을 희망하는 학생은 물론 대통령 경호처와 감사원 교정직 국정원 민간경비 검찰사무직 소방간부 등 사회 안전 분야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을 위한 교과 과정을 포함하며 졸업생들은 경찰 외에도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연 평균 취업률은 75%이며, 그중 80%는 공공 안전 분야에 취업한다. 또한 경찰사법대학 내에 고시반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학생들의 수험생활을 돕는다”고 설명한다.


학과 공부가 경찰채용시험으로 이어져

경찰이 되는 방법은 크게 4가지다. 공개경쟁채용시험, 경력경쟁채용시험, 경찰대학생 선발시험, 간부후보생 선발시험으로 나뉘며 시험별로 채용 기관이 다르다. 경찰대는 경찰대 자체 시험과 체력검정, 수능 등을 통해 50명을 선발하며 졸업 후 경위로 임용된다. 경찰관이 되는 가장 대표적인 길인 공개경쟁채용시험은 순경공채시험에 해당한다. 공개경쟁채용시험에 합격하면 현장 실무를 배우는 중앙경찰학교에서 4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중앙경찰학교 과정을 마치면 실습 4개월간 시·도 경찰청,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경력경쟁채용시험은 특정 지식이나 경력·자격이 있는 사람이 응시 가능하다. 분야에 따라 응시 자격과 모집 기준이 각각 다르고 계급 또한 다르다. 변호사 경찰특공대 정보화장비 과학수사 지능범죄 외사 분야 등의 경력 채용이 있다. 간부후보생 선발시험은 1년에 50명을 선발하며 합격하면 1년간 후보생 신분으로 교육을 받는다. 교육을 마치면 경찰대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경위 계급으로 임용된다. 경찰행정학과에서 배우는 학과 공부 자체가 경찰시험 준비가 된다고 할 수 있으며 상위권 대학일수록 간부후보생 선발시험에 도전하는 인원이 많다.


경찰행정학과 졸업생은 특별채용과 일반공개채용 중 선택해 응시 가능

군사학과 등 군 계약학과는 졸업과 동시에 군인으로 임관할 수 있다. 장기 복무 자체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비 지원을 받고 졸업 후 군인이 된다. 반면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한다고 해서 바로 경찰이 되는 것은 아니다. 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이 교수는 “경찰 관련 학과 졸업생은 군의 자동 임관 대신 ‘경찰행정 경력경쟁 채용’이라는 특별채용 지원이 가능하다. 본인의 여건에 맞춰 특별채용과 일반공개채용을 비교해서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동국대 경찰행정학부에서는 해마다 10여 명의 경찰간부후보생이 배출되고 있다. 물론 준비생은 계속적으로 축적되지만 대략적인 합격률을 확인할 수 있다. 매년 경찰간부후보생 선발시험의 합격자 정원이 50명이며 이 중 일반직이 40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다. 지난 2020년에는 대학원 졸업생 10명이 동시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올해는 6명의 대학원 졸업생이 경찰청 프로파일러로 임관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한다.





MINI INTERVIEW

“나의 판단이 틀릴 수 있다는 유연함 필요해”


김승혜 경감
경찰청 교육정책담당관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졸업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소개한다면?

경찰청 교육정책담당관실(교육과)에서 근무하고 있다. 담당하는 업무는 중앙경찰학교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일이다. 중앙경찰학교는 경사 이하 계급으로 입직하는 신임경찰관을 교육하는 기관이다. ‘젊은 경찰관이여! 조국은 그대를 믿노라!’라는 슬로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경찰행정학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고등학생 때 학교 근처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계기가 됐다.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으로 불리는 살인사건 중 하나였는데, 범죄가 지역사회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실감했다. 당시에는 경찰관이라는 직업보다 범죄라는 사회 현상에 더 관심이 있었다. 경찰행정학과에서는 경찰학 외에도 범죄과학 산업보안 교정학 등 다양한 세부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진학하게 됐다. 경찰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고 경찰관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의 범인 정남규가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본 이후다.


현직에 나와서도 도움이 되는 전공 과목이 있다면?

형법 수업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형법은 인간의 어떤 행동이 범죄가 되는지, 그 범죄에 대한 형벌은 어떤 것인지 정해둔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다. ‘형법 총론’ ‘형법 각론’ 같은 이름만 들어서는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은 ‘상한 김밥을 먹고 배탈이 나면 상해죄가 될까?’ ‘간식 내기 가위바위보도 도박죄가 될까?’와 같은 질문의 답을 고민하게 만드는 엉뚱한 과목이기도 하다. 경찰 채용시험에도 포함된 과목이라 미리 공부해두었기에 시험 준비에 도움이 됐고, 지구대와 수사과에서 일했을 때는 공부한 내용을 직접 활용해서 사건을 처리했다.


경찰로 일하면서 예상했던 어려운 점이 있다면?

각양각색의 사람과 상황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렵다. 열 건의 사건을 처리하려면 최소한 열 명의 사람을 만나야 한다. 어린 사람, 나이 든 사람, 내국인, 외국인, 범죄자, 피해자, 참고인, 부상자, 생존자, 사망자 등. 사람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에 도움을 청하게 되는데, 어떤 경우도 같은 상황이 없으므로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방법은 매번 다르다.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대응할 수는 없기에 항상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경찰 업무에 필요한 역량과 적성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가장 필요한 첫 번째는 ‘멈추지 않고 공부하는 끈기’라고 생각한다. 경찰의 업무는 한 번 노하우를 익혔다고 해서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과 사회가 계속 변하기에 경찰관은 개정된 법이나 새로운 범죄 수법을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두 번째는 ‘스스로 정한 답이 틀릴 수 있다고 인정하는 열린 마음’이다. 경찰은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선입견이나 편견을 버리고 여러 상황을 헤아려 신중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경찰을 꿈꾸는 고등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경찰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가 궁금하다면 <혼자를 지키는 삶>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내가 쓴 책이라 쑥스럽지만, 지구대와 경찰서 수사과 그리고 여성청소년과에서 겪은 ‘경찰로서 하는 일’과 함께 ‘경찰로 일하는 사람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에서 그려지는 인물은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인공보다는 덜 멋지고 더 궁상맞을지 모르지만, 미래에 경찰관으로 근무하는 여러분의 모습과 훨씬 더 닮아 있을 것이다.



“범죄 데이터 분석 위해 통계 배워요”


박아현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4학년


경찰행정학부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엔 막연한 동경에서 경찰을 꿈꿨다. 누군가를 돕고, 상처를 보듬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분들에 대한 존경심일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가지를 고려하게 됐다. 개인적으로는 ‘성장할 수 있는 일’ 사회적으로는 ‘세상을 지키는 일’이다. 성장할 수 있는 일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하기 나름이겠지만, 세상을 지키는 일은 경찰행정학과에서 이룰 수 있겠다고 느꼈다.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세상엔 모두 필요하지만 사람들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 생각했고 경찰행정학부를 선택했다.


가장 좋았던 전공 과목을 소개한다면?

‘디지털포렌식 개론’ 수업을 재미있게 들었다. 4학년 때 배운 수업이었는데, 처음 가졌던 우려와 달리 쉽게 가르쳐주셨고 여러 실습들을 통해 디지털 증거에 대한 탐구심을 갖게 됐다. 그림 파일에 숨겨진 정보를 찾아내는 실습이 있었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면서 친구들과 토의를 통해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재밌었다.


동국대 경찰행정학부를 소개한다면?

지·덕·체를 모두 단련할 수 있는 곳이다. 우선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온 친구들이 많아서 수업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열정적이다. 타 학과 학생들과 함께 듣는 교양 수업에서도 단연 눈에 띌 정도의 열의를 보이고, 시험 기간 도서관에서 같이 밤을 새는 동기들이 많다. 또한 다양한 학과 행사로 유대감을 키울 수 있다. 행사에 대한 참여도가 높아 많은 교류가 가능하다. 공인 7단 교수님께서 지도해주시는 유도 수업은 수강 신청이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것도 자랑하고 싶다.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도, 공부를 좋아하는 학생도, 사람들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학생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곳이다.


입학 전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운 점이 있다면?

컴퓨터나 데이터 관련 수업이 많다는 점이 어려웠는데 특히 통계를 배울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범죄 데이터 분석을 위해 통계를 배웠다. 사회과학 분야는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고 정책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디지털 기기의 보편화·다양화로 범죄 수사에서 디지털 증거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이와 관련한 실습 수업들이 있는데 처음에는 낯설었다.


대학 졸업 후 진로 계획은?

아직 진로를 선택하지 못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어떤 진로를 선택하는 것이 ‘성장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삶의 목표와 맞는지 고민 중이기 때문이다. 고민하는 시간 동안 빨리 가진 못하겠지만, 대학생활 중에 교환학생, 학생회, 동아리 등 다양한 활동을 했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다 좋았으니 이런 다양한 경험 또한 진로를 위한 준비라고 생각한다.


경찰행정학부를 희망하는 고등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입학 전 경찰행정학부라는 이름이 주는 약간의 긴장감 같은 것이 있었다. ‘아 내가 저기 가서 적응 못하면 어떡하지’ ‘뭔가 무서울 것 같은데 미운털 박히면 어쩌지’ 같은 고민들을 했었다. 하지만 입학해보니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있었고 이런 이유로 진학을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행정학’과 관련 있는 학문인 만큼 창의성을 보일 기회나 성과에 대해 인정받을 기회는 많지 않다. 경찰정책론, 경찰인사행정, 교정복지와 상담, 형법 등의 수업이 본인에게 맞을지 한 번쯤 고민해보고 진학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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