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4학년부터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된다. 이에 대비해 2022 대입부터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는 대학이 증가했다. 지금까지 자기소개서 없이 학생부 종합 전형을 운영했던 한양대 외에도 올해는 고려대 서강대 한국외대 한양대(ERICA) 단국대, 전국 교대 등이 자기소개서를 폐지했다. 자기소개서 문항도 공통 3문항에서 2문항으로 축소됐고, 글자 수 역시 줄었다. 종합 전형을 준비하는 수험생이라면 자기소개서 축소, 폐지 분위기 속에서 학생부 관리에 대한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고2까지는 자기소개서 폐지 대학과 운영 대학이 혼재해 있고, 고1은 전면 폐지되는 상황에서 학생부 평가 방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아봤다.
취재 민경순 리포터 hellela@naeil.com
도움말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서강대학교 입학처)·김용진 교사(서울 동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여자고등학교)
오원경 교사(경기 홍천고등학교)·이성준 대입지원관(부산시교육청)
전천석 소장(삼선대학입시연구소)·최미정 책임입학사정관(고려대학교 인재발굴처)
2024 자기소개서 전면 폐지, 앞당겨 폐지한 대학 증가
2024학년에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된다. 고려대와 서강대 등 일부 대학들은 시기를 앞당겨 올해부터 폐지했다. 보통 자기소개서 초안부터 완성까지 여름방학 전부터 수십 번을 쓰고 고치기를 거듭하며 공을 들이기에 자기소개서 폐지는 수시를 준비하는 수험생에겐 부담을 더는 소식일 것이다.
다만, 2022~2023학년에는 자기소개서를 폐지한 대학과 반영하는 대학이 섞여 있어 수시 6회 중 한 대학이라도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는 종합 전형에 지원한다면 작성해야 한다. 한편으론 자기소개서가 학생부 기록을 보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에 폐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경기 홍천고 오원경 교사는 “자기소개서는 학생부에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 학생의 관심과 구체적인 활동 등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서류로, 교사가 아닌 자신의 관점에서 고교 3년간의 활동의 의미를 설명하는 수단이었다. 학생 입장에서는 작성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했던 활동의 의의를 드러낼 수 있어 의미 있었다. 학교생활을 열심히 한 학생들에겐 자기소개서 축소 폐지가 아쉬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2022 대입에서 자기소개서를 폐지한 서울권 대학은 고려대 서강대 상명대 한국외대 등이며, 경기 지역에선 한양대(ERICA)와 단국대가 합류했다. 전국의 10개 교대와 초등교육학과를 운영하는 제주대, 한국교원대도 자기소개서를 폐지했다.
2022학년부터는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도 줄어 수험생의 부담이 낮아졌다(표 1). 특히 자기소개서 축소·폐지와 함께 서울 주요 대학의 학생부 교과 전형이 확대되면서 2022 대입은 자기소개서 제출 여부에 따라 지원 양상도 달라졌다. 예를 들어 상위권에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고려대 서강대 한양대를 중심으로 두고, 교과 전형을 함께 지원하거나 교과 또는 논술 전형을 지원해 수시 6회를 채우는 패턴이다.
자기소개서 축소·폐지에 대비한 학생부 관리
고2는 자기소개서가 완전히 폐지된 것이 아니기에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한다. 의미 있는 학습 경험과 교내 활동, 대학별 자율 문항인 지원 동기와 진로 계획 등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고교 활동을 하면서 배우고 느낀 점, 본인에게 미친 영향, 추후 심화 학습 등을 그때그때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고1의 경우 자기소개서가 전면 폐지되기 때문에 학생부에서 모든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서울 동대부여고 김용진 교사는 “자기소개서가 폐지된다고 해서 학생들이 학생부를 관리할 특별한 방법은 없다. 일단 학교 활동을 열심히 해야 한다. 교사들도 학생들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도록 수업 변화가 시급하다. 강의식 수업과 자료 조사형 발표 수업으로는 학생부에서 기록을 개별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학생들도 전공 적합성의 시각에서 조금은 벗어나 각 교과의 기본 역량을 쌓는 데 충실할 필요가 있다. 겉핥기식 활동이나 억지로 교과와 끼워맞춘 자료 조사 형태의 발표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2024학년부터 대입 미반영 항목 늘어, 세특 영향력 강화될 듯
종합 전형은 학생부를 통해 학생의 학업 역량과 전공 적합성, 발전 가능성 등을 두루 평가한다. 특히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은 과목별 역량, 태도, 지적 호기심, 탐구 활동 등 수업 참여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항목이다.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으로 구성된 ‘창의적 체험 활동 상황’에선 학생들의 진로나 관심 분야 등을 확인할 수 있다(표 2).
다만, 현 고1이 대입을 치르는 2024학년에는 수상 경력, 봉사 활동 상황, 독서 활동 상황, 자율동아리 등 대입에 미반영되는 요소가 많아져 세특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표 3). 고1은 수상 경력이 기재되지 않으면서 문제를 푸는 결과 중심의 대회는 축소되고, 과정 중심의 평가가 가능한 발표 형태의 프로젝트 활동이 증가하는 분위기다. 이런 활동이 창체 시간이나 수업 시간에 발표로 마무리되는데, 진로와 연관성이 높다면 창의적 체험 활동의 자율 활동이나 진로 활동에, 교과와 연관성이 높다면 교과 학습 발달 상황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에 기재된다.
삼선대학입시연구소 전천석 소장은 “교과 세특은 교사가 직접 관찰, 평가한 내용을 근거로 입력한다. 교사들도 자기소개서가 축소 및 폐지되면서 학생이 직접 작성한 동료 평가서, 자기 평가서, 수행평가 결과물을 포함한 수업 산출물, 소감문, 독후감 등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자료들은 자기 생각이나 활동 동기, 과정, 결과 등을 설명할 수 있으므로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서강대 입학처 강경진 책임입학사정관도 “학생들이 학생부에서 강점을 갖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해야 하니까 하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이 수업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이 궁금한가를 자기 주도적으로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런 과정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 자기 주도성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의미 있는 학생부 기록은 주제 선정 고민에서 시작
학생부가 중요해지면서 고교나 교사에 따라 학생부의 기재 깊이 차이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교사의 기록이 평이하거나 학생의 모습이 제대로 담겨 있지 않다면 누구의 책임일까? 무조건 교사를 탓하기보다 학생의 수업 태도나 발표 준비 정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교과 단원과 학생의 진로를 연계해 발표나 보고서 작성을 추가로 하게 하는 경우가 늘었다.
전 소장은 “학생 중심 수업이 증가하고 있고, 발표 기회도 많아졌다. 그러나 학생들 발표를 들어보면 네이버 블로그, 위키피디아 등의 SNS 짜깁기 수준이거나 신문 기사를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주제 선정이나 과정에서의 열정, 고민의 흔적이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교사 역시 조언할 말을 찾기 어렵다”고 전한다.
김 교사는 “물론 모든 교사가 학생의 모습을 제대로 기록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성의 없는 교사도 분명 있다. 그러나 교사가 기록할 만한 내용을 만드는 것은 학생의 몫이기도 하다. 즉, 학생부가 빈약하거나 유의미한 기재가 부족하다면 그만큼 인상 깊은 활동을 하지 못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그동안 일본어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 일본 애니메이션과 문화에 관해 조사하고 발표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일본 시 두 편을 스스로 번역해 발표했는데 신선하게 다가왔다. 번역한 시가 어렵거나 길진 않았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로 알려진, 한두 행에 불과한 시였지만, 개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관심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수단에 대한 고민이 느껴졌기에 학생부에도 차별화된 기록을 남길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어진 고교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여야
학생부 기록 축소로 정량적인 평가, 즉 내신 성적이 더 의미 있게 평가될 거라는 인식도 많다. 물론 대학은 기본적인 학업 역량을 갖춘 학생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혀 틀린 말은 아니지만, 단순히 정량 평가의 의미가 더 커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고려대 인재발굴처 최미정 책임입학사정관은 “블라인드 평가로 학교 환경을 파악할 수 없고, 2015 개정 교육과정으로 선택 과목이 확대되면서 학생부의 정량적인 평가가 강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학은 학생들이 주어진 학교 환경에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고, 어떻게 들었는지를 관심 있게 들여다본다. 현재 대학은 블라인드 평가로 고교 환경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 지원자 중 동일 고교는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 간 과목 선택 현황을 비교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에게 필요한 과목들을 적극적으로 선택해서 듣는 것이 학생부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한다.
진로 연계성에 대한 부담 벗어나야!
주제 선정 시 학생들의 고민은 진로와의 연계성이다. 종합 전형의 평가 요소 중 전공 적합성 항목 때문인지 진로를 일찍부터 찾고, 그 진로와 연계해 세특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게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대입 원서를 쓸 때 지원할 수 있는 전공이 제한적이거나 진로와 관련된 내용은 많은데 내실이 없는 학생부도 많다.
이 대입지원관은 “학생부는 진로에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세특에서 각 과목의 역량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 억지로 끼워맞춘 듯한 진로 중심의 세특은 활동의 수가 많아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전 소장도 “학생들이 모든 활동을 진로를 맞춰 할 필요는 없다. 특히 교과 세특은 교과 성격에 맞춰 충실하게 준비하면서 한 학기에 1~2개 정도만 진로와 연계해 깊이 있게 탐구한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면 충분하다. 또한, 교과 시간에 발표한 주제나 평소 궁금한 것들을 교사에게 자주 드러내는 모습도 필요하다. 관련 자료나 책을 찾을 때 교사에게 추천받거나 중간의 준비 과정을 공유해 방향성을 점검하거나 피드백을 받는 것도 학생부의 내실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라고 전한다.
최 책임입학사정관도 “학생부 기재 사항이 줄어들면서 평가에서 학생의 모습을 읽어내는 데 예전보다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다. 학생들은 학생부에 전공 적합성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들을 많이 보이고 집중하지만, 대학은 학생부를 평가할 때 대학에 와서 이 학생이 얼마나 끈기 있게 전공을 탐색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느냐를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교과에 대한 탐구 역량, 지적 호기심을 읽을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고민한 흔적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단순히 진로 관련 보고서를 얼마나 작성했느냐보다는 어떤 이유로 어떤 주제를 어떻게 접근했는지 등 내실이 중요하다. 교사들은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주면 좋겠다”고 설명한다.
강 책임입학사정관도 “학생들은 학교 활동의 유불리를 따지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활동에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활동은 아니었더라도, 활동을 통해 얼마든지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으로 만들 수 있다. 또한, 교사들은 담백하게 학생의 모습을 담아주면 대학에서 그 의미를 잘 이해하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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