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학과를 결정하는 데 있어 취업 경쟁력은 주된 선택 기준 중 하나입니다. 코로나19 여파까지 겹쳐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그래서인지 최근 언론에서도 ‘계약학과’를 다룬 기사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중소기업 계약학과’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 ‘고숙련 일학습 병행 계약학과’ 등 얼핏 눈에 띄는 생소한 용어만도 여럿입니다. ‘계약학과’를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정확히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을 잡기 어렵습니다. 대학별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기업 중 누구나 알 만한 대기업도 있지만, 낯선 기업들의 경우 건전성을 확보한 곳인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연구보다 취업에 더 매력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계약학과는 분명 고려해볼 법한 선택지입니다. 수시 지원을 앞둔 학생들에게 계약학과의 전망과 협약 기업의 건전성을 객관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현장 교사와 기업 인사(HR) 전문가들이 뭉쳤습니다. 계약학과를 판단할 때 어떤 관점과 접근법이 필요한지, 차근차근 알아볼까요.
진행 정애선 기자 asjung@naeil.com
CHECK POINT 01
계약학과란?
계약학과는 교육부의 국책 사업 중 하나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 제8조를 근거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산업체의 요구에 따라 맞춤식 직업 교육 체제를 대학의 교육과정에 도입해 실용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계약학과는 크게 ‘재교육형’과 ‘채용 조건형’으로 나뉜다. 재교육형은 산업체가 소속 직원의 재교육 등을 위해 경비를 부담하며 대학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의뢰하는 유형이다. 채용 조건형은 산업체가 고교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필요 경비의 50% 이상을 부담하며 맞춤형 교육과정을 요구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하면 졸업 후 취업이 보장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채용 조건형은 다시 기업체 취업형, 조기 취업형, 군 의무복무형으로 세분화된다.
이 중 고등학생들이 주로 고려할 만한 계약학과는 채용 조건형 중 기업체 취업형, 조기 취업형이다. 군 의무복무형의 경우 ‘전문적 지식과 덕성을 겸비한 육·해·공군의 기술 장교 육성’이라는 선발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체 취업형과 조기 취업형을 중심으로 계약학과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TYPE 1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
대기업이 주는 채용 보장 매력, 지원 혜택도 다양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는 대학과 기업 간의 업무 협약을 통해 학과를 졸업하면 해당 기업체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만든 전형이다. 경북대 고려대 서경대 성균관대 연세대 한세대에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서경대와 한세대를 제외하면 모두 반도체, 모바일 계열의 핵심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설치됐으며, 국내의 대표적인 대기업들과 협약을 맺고 있다(표 1).
입학 경쟁도 수시, 정시 모두 치열한 편이다. 현재 대학별 입학처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를 토대로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의 경우 2020학년 수시 모집 학생부 종합 전형 등록자의 47%가 1~1.99등급(내신 평균 등급)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성적을 보인다. 이들 대학은 정시 모집에서도 주로 수능 백분위 평균 95% 이상이 합격하는 등 입학을 위해 요구되는 성적이 상당히 높다. 높은 연봉과 복지를 보장하는 대기업 취업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이들 기업 중 삼성전자 DS(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 국내에서 손꼽히는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과 각각 계약을 맺고 있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를 중심으로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의 성격을 알아보자. 먼저 이들 기업의 일반적인 입사 과정과 비교해보면 기업체 취업형 계약학과의 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 삼성전자 DS(반도체) 3급 신입 채용 전형 VS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삼성전자는 신입 사원을 상반기, 하반기 연 2회에 나눠 채용하며, 공개 채용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채용 시기에 변화가 있었지만, 이전처럼 기업 운영이 정상화된다면 매년 3, 9월에 채용이 시작된다고 보면 된다.
삼성전자의 일반적인 3급 신입 채용 전형은 총 3단계를 거쳐야 한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졸업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무적합성평가를 위해 대학에서 반도체 관련 전공 과목을 이수하는 등 삼성전자 DS(반도체)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개별적으로 노력해 개발해야 한다. 또 2단계 직무적성검사를 위해 GSAT(삼성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직무적성검사)와 SW 역량 테스트도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반면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삼성전자 장학생으로 선발되는 경우 삼성전자 연구 개발직으로 입사가 보장된다. 삼성전자 장학생은 2학년 2학기 재학 중 장학생 선발 채용 절차를 통해 선발된다(불합격 시, 매 학기 재응시 가능). 또 삼성전자 장학생에 한해 4학년 2학기 재학 중 삼성전자가 실시하는 기술 면접을 통과하는 경우 석사 연계 진학도 가능하다(등록금 전액 및 생활비 지원). 장학금 외에도 해외 산업체 견학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지원된다.
▶ SK하이닉스 대졸 신입 채용 VS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SK하이닉스의 대졸 신입 채용 전형도 삼성전자의 채용 전형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2021년부터 ‘공채’가 아닌 ‘수시 채용’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이때 서류 전형은 지원서를 바탕으로 학력 사항, 어학 능력, 모집 분야와의 연관성, 인재상, 핵심 가치와의 부합 등을 기준으로 검증한다. 이후 필기 전형인 SKCT(SK종합역량검사)에서는 지원자의 인지 역량, 실행 역량, 심층 역량을 측정한다. 면접 전형은 전공 면접(PT)과 인성 면접으로 진행되며, 최종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면접 합격자에게 설명회를 진행한다.
반면 고려대 반도체공학과에 합격한 학생은 학업에 열중하기만 하면 SK하이닉스 취업을 보장받을 수 있다. 본인의 희망에 따라 학부 졸업 후 SK하이닉스에 취업하거나 석사 또는 석·박사 통합 과정에 지원할 수 있다. 대학원 연계 과정을 선택할 경우 등록금과 보조금을 계속 지원받을 수 있으며, 졸업 후에는 SK하이닉스에 바로 취업할 수 있다.
TYPE 2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대기업에 준하는 매력 갖춘 강소기업 찾기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교육부의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 선도대학 육성사업’으로 2018년부터 시작돼 현재 8개 대학 28개 학과가 참여하고 있다. 해당 학과로 진학하면 3년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데, 4년의 교육과정을 3년 이내에 이수해야 해 방학 중에도 학기가 진행된다. 졸업 시까지 고용 계약을 체결한 기업과 고용 계약을 유지해야 하며, 본인의 사유로 퇴직하면 대학에서 제적 처리가 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1학년은 대학에서 전일제 수업을 통해 전공 기초 능력을 키우고, 현장 실무 기본 교육을 받는다. 이때 학비는 정부가 희망사다리 장학금을 통해 전액 지급한다. 2~3학년에는 협약한 기업에 근무하면서 재직자 신분으로 해당 산업체의 직무에 필요한 맞춤형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는데, 수업은 야간과 주말에 진행된다.
이때 학비는 해당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서 50% 이상을 지급하며, 나머지 금액만 본인이 부담한다. 그러나 2학년 때부터 산업체에 고용돼 소정의 임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실제 체감하는 경제적 부담은 적은 편이다. 물론 졸업 후에는 대졸자 신분으로 다시 임금 재계약을 맺는다.
대부분 수시 모집으로 선발하며, 학생부 위주(종합) 전형 형태로 실시되지만, 한국산업기술대의 경우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학생을 선발한다. 협약을 맺고 있는 기업들이 주로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기업)이어서 경쟁률이 크게 높은 편은 아니다. 다만 한양대(ERICA)의 경우 최소 4:1에서 최대 10:1을 상회하는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는 모두 면접을 실시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중도 높은 편이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기업체는 원만한 업무 수행을 위한 공동체 의식, 성실한 업무 태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에 진학하려는 수험생들은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의 장점은 4년제 대학의 학사 학위를 취득하는 동시에 일찌감치 취업을 확정 짓고 직무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들과 협약을 맺고 있는 기업 중에는 대기업 수준의 연봉과 안정성을 보이는 곳도 있다. 다만 이들 기업을 판단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기업들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동일한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여러 기업 내에서도 재무 건전성 등의 지표는 제각각이다. 기업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기본 정보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막연히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라는 이유만으로 지원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채용 확약 후 최종 합격된 학생에 대해 기업 변심에 따른 채용 취소가 발생할 수 있다. 1학년 말에 학생과 이미 약정된 기업이 채용을 거부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경우에도 2학년 진학 후 2개월 이내에 추가 발굴 기업 또는 타 기업과 근로 계약을 체결하면 학생 신분을 유지할 수 있지만, 입학 시 본인이 목표로 한 기업에서 일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기업들의 목록은 변동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각 대학의 모집 요강에도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에 지원할 때는 해당 학과와 협약을 맺고 있는 기업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
그렇다면 기업 정보는 어떻게 분석할까. 학생들 입장에서는 낯선 영역이기 때문에 전문가의 길잡이가 필요하다. 기업을 선별하는 몇 가지 기준과 그에 해당하는 예시 기업을 뽑아봤다. 이를 토대로 자신에게 맞는 중소·중견기업을 선별하는 안목을 키워보자.
CHECK POINT 02
기업 정보 분석, 어떻게?
Tip 1 기업의 기본 정보 담은 워크넷 활용하기
기업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는 데는 워크넷(www.work.go.kr)이 가장 유용하다. 가령 워크넷 사이트에 접속해 검색창에 한국산업기술대 계약학과의 참여 기업 중 하나인 쎄믹스를 검색해보자.
검색 결과를 클릭해 살펴보면 해당 기업의 기본 정보뿐 아니라 재무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항목은 최근 3년 내 매출 성장률이다. 다른 정보도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하지만, 기업의 성장을 이해하는 데는 기본적으로 매출 정보가 유용하다.
Tip 2 연봉 정보・임직원 규모 담은 크레딧잡 활용하기
기업의 기본 정보를 파악한 후에는 크레딧잡(kreditjob.com)을 통해 연봉 정보와 임직원 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잣대이기 때문이다. 크레딧잡에서 쎄믹스를 검색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를 볼 수 있다.
크레딧잡의 연봉 정보는 국민연금 및 금융감독원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하기에 타 사이트에 비해 신뢰도가 높다. 이때 단순히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만 조회하기보다, 대졸자 신입으로 채용됐을 때 받을 수 있는 연봉 정보(올해 입사자 평균 연봉)와 평균 연봉을 비교 분석하면서 미래 자신의 연봉 성장 곡선을 예측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할 때는 매출 그래프도 눈여겨봐야 하지만, 임직원 수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시한 항목을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쎄믹스는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다만 퇴사율은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잡코리아가 진행한 ‘2020년 직원 퇴사율 분석’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평균 퇴사율은 14.9%였다. 쎄믹스의 퇴사율은 17%로 그에 비해 다소 높은 수치다.
Tip 3 기업 정보를 분석할 수 있는 추가 사이트 활용하기
이외에도 기업 정보를 분석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이트들이 있다. 캐치(www.catch.co.kr)는 기업 정보를 인포그래픽으로 설명하고, 테마 기업을 통해 기업을 쉽고 폭넓게 설명한다. 검색 난도는 낮은 편이다. 전자공시시스템(newdart.fss.or.kr)은 상장 기업이나 자산 규모가 큰 기업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검색 난도는 높은 편이다.
Tip 4 기업 선별 기준에 따른 4개 유형별 예시 기업
지금까지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기업 정보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본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봤다. 앞서 살펴본 내용 외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은 더 많다. 해당 기업이 중소기업인지 중견기업인지도 체크할 필요가 있고, 미래 사회에서 고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의 기업인지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물론 정답은 없다. 모든 판단은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상대적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에게는 평균 연봉 5천만 원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일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평균 연봉 7천만 원도 불만족스러운 수준일 수 있다. 연봉이 낮아도 안정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는 반면, 연봉이 높은 직장이 최우선 기준일 수도 있다. 기업 규모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전도유망한 직종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중견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라면 취업할 이유가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이어서 소개할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기업에 대한 판단도 마찬가지다. 다만 이 기업들을 예로 든 것은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이나 추후 발전 가능성을 판단하는 연습을 돕기 위해서다. 예시 기업들은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볼 때 일정 수준 이상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각각의 유형을 설명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판단된 곳들이다. 매출과 임직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기업, 안정성을 갖추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기업, 연봉이 높은 기업, 미래 유망 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 등 총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CHECK POINT 03
나의 상황 고려해 최적의 선택으로!
지금까지 계약학과 중 기업체 취업형과 조기 취업형을 중심으로 선택 시 유의할 점을 살펴봤다. 계약학과 지원 시 해당 기업의 운영 실태를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기 취업형 계약학과와 협약을 맺은 기업들 중 미래가 불투명한 곳도 포함된 것이 사실이다. 반면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과 직원들이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중소기업, 중견기업이 존재한다는 것도 살펴봤다.
결국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고교 성적과 수능 모의고사 성적, 학생부 기재 충실도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은 일반 학과에 지원할 때와 동일하다. 현재 성적을 토대로 지원할 수 있는 일반 학과의 비전, 취업률과 비교 조사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일반 학과와 계약학과를 비교해보면 계약학과로 진학할 때 얻을 수 있는 실익이 무엇인지도 구체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적성과 관심사 역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존재한다. 최적의 선택을 위해 기회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 계약학과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계약학과의 최대 장점인 실용성과 효율성을 취하려면 기업에 대한 사전 분석과 자신이 처한 상황 분석을 통해 선택에 따른 위험 요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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