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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호

새로 보는 전공 적합書 | 언어학과

언어의 깊이 이해하는 책 읽기

취재 김지영 리포터 janekim@naeil.com
도움말 전종호 교수(서울대학교 언어학과)·권재일 교수(서울대학교 언어학과 명예교수·한글학회 회장)



지금 언어학과는? 첨단 기술과 결합한 인공지능의 주역


인간은 생각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사회를 이루며 사는 동물이다. 언어학은 이렇듯 인간이 갖는 고유한 특징으로 정의되는 ‘언어’와 관련한 현상들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언어학은 소리가 어떻게 발생하고 전달되는지 연구하는 음성학과 음운론, 의미를 가진 최소 단위의 형태를 분석하는 형태론, 문장의 의미를 배우는 통사론, 역사비교언어학 등 전통적 핵심 분야뿐만 아니라 컴퓨터언어학, 사회언어학, 심리언어학 같은 분야도 포함한다. 또 세계 다양한 어족의 언어를 연구해 언어의 보편적인 구조와 본질을 배운다.

특히 최근엔 컴퓨터 기술을 활용해 음성인식, 음성합성 등 첨단 분야에서 큰 성과를 내며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언어에 관심이 있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좋아한다면 도전해보면 좋겠다. 졸업 후에는 연구기관이나 행정기관에서 종사하고 공무원, 언론인 등으로 활약하며, 최근 컴퓨터 언어학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IT 기업으로 많이 진출한다.


대학이 말하는 언어학과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남, 언어학


언어학은 인간의 언어를 연구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인문학의 한 분야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와는 다르게 정밀하고 명시적인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면서 과학성을 추구합니다. 즉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만나는 지점에 언어학이 있습니다. 언어학 이론은 소쉬르, 촘스키 같은 세계적인 석학들에 의해 발전돼 왔지만 많은 응용 분야들을 포함합니다.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좋은 발음을 낼 수 있을지를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해 발음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합니다. 사람의 자연스러운 언어 구사 능력을 연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델링한 것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가 인간과 같은 언어구사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언어처리 연구 분야도 있습니다. 의학 분야에서는 언어치료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핸드폰 음성인식 등도 폭넓게 활용되므로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갈 여지가 굉장히 큰 학문입니다.
_ 서울대 언어학과 전종호 교수


ONE PICK! 전공으로 가는 북 내비게이션


언어학의 기초 소양 쌓아줄 대표 개론서


세계 언어의 이모저모
지은이 권재일
펴낸곳 도서출판 박이정


언어학은 뭘까? 언어학과에 다니면 여러 나라의 언어를 잘할 수 있을까?

언어는 가치를 논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지만, 일상성에 묻혀 정작 학문적으로는 생소하게 느껴진다. 언어와 언어학에 관심이 있다면 개론적 성격을 갖고 언어학의 각 분야에 대해서 쉽게 소개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책을 지은 서울대 언어학과 권재일 명예교수는 학문을 이해하는 데 있어 ‘무엇을(연구 대상)’ ‘어떻게(연구 방법)’ 연구하는지를 이해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하면서 책의 주요 내용을 설명한다.

권 교수는 “언어학에 관심 있는 학생이라면 7장 ‘언어학이란?’에서 언어학의 개념을 먼저 읽고 1장 ‘언어란 무엇인가?’에서 언어의 본질을 이해하면 좋겠다. 2장 ‘언어의 세계’에서는 언어의 주요 구조인 말소리, 문법, 어휘를 다룬다. 다른 장도 중요하지만 특히 6장 ‘삶과 언어’를 강조하고 싶다. 인문학은 다소 이론적인 학문이며 이에 속한 언어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론이 연구실 밖으로 나와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더욱 가치가 있다. 따라서 우리 삶에서 언어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다룬 이 부분을 유의해서 읽었으면 한다”고 설명한다.

사고와 언어는 깊이 연관되어 있다. 한 사람의 언어는 사고방식을 결정지을 뿐만 아니라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도 결정짓는다. 한 민족이 사용하는 어휘도 그들의 삶을 특징적으로 표현한다. 언어를 탐구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대목이다. 권 교수는 “7장에서 잠시 언급한 컴퓨터와 언어 부분은 현재 각광받는 연구 분야다. 최근 몇 년간 서울대 인문대학에 입학해 전공을 배정할 때 언어학과에 가장 많은 학생들이 지원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언어와 컴퓨터가 지배하는 사회가 되면서 전공을 살려 IT 분야에 취업할 수 있다는 강점 때문인 듯하다. 책을 통해 언어학의 기본을 이해한다면 자신에게 맞는 학과를 선택할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네 꿈을 응원해! 선배의 독서와 진로 이야기


"언어학의 의미 되새기는 <사라져 가는
알타이언어를 찾아서> <음식의 언어>”


김유빈
서울대 언어학과 1학년


Q. 언어학과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 고려인 친구와 친해지려고 러시아어를 배웠어요. 단어에 성별도 있고 동사도 복잡하더군요.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언어를 배우는 즐거움을 느끼게 됐어요. 이때의 경험으로 색다른 언어를 찾아서 배우는 게 하나의 취미가 됐죠. <반지의 제왕>의 작가 톨킨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은 새로운 와인을 즐기는 것과 같다’고 말한 것처럼, 제겐 색다른 언어를 발음하고 알아듣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일본어 중국어 한문 프랑스어 아랍어 그리스어…. <반지의 제왕> 속 요정어, <아바타> 속 나비어 등을 수집하듯 탐구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도 언어 그 자체를 탐구하고 싶어서 언어학과에 지원했어요.


Q. 언어학과 진로와 관련해 책 읽기 팁이나 준비 방법이 있다면?

언어학은 범용성이 넓어요. 최근엔 전통적인 인문학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학 심리학 신경과학 컴퓨터과학 등과 학제 간 교류도 활발해지고 있죠. 따라서 폭넓은 독서를 통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쌓고, 언어학이 실제 연구에서 해당 분야와 어떻게 접목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인문학 외에도 파이썬, R(알)과 같은 컴퓨터공학, 통계학 공부도 많이 해둬야 해요.

다양한 언어를 접해보고 아주 특이한 언어를 골라서 공부해보는 것도 추천해요. 저는 영화 <남한산성>에 나오는 사멸 위기 언어 ‘만주어’를 고교 시절 내내 공부했어요. 언어학 지식을 낯선 언어에 적용하며 지식을 다질 수 있었고 만주어와 관련된 책을 교과와 연계해 읽으며 고교 생활의 자양분으로 삼았어요.


사라져가는 언어, 보존해야 할 이유를 알려준 책

사라져 가는 알타이언어를 찾아서
지은이 김주원 외
펴낸곳 태학사


“저희 학과 교수님들이 진행하신 사멸 위기 언어 보존 연구를 다룬 책이에요. 벽지에서 소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어서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언어학자가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다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던 와중에, 하나의 해답이 되어준 책이죠. 소멸 위기 언어의 데이터베이스화 등 언어학 연구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도 알 수 있었어요.”


언어학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일깨워준 책

음식의 언어
지은이 댄 주래프스키
옮긴이 김병화
펴낸곳 어크로스


“음식이라는 주제를 여러 언어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풀어냈어요. 음식명의 어원을 문헌적으로 풀어낸 부분도 흥미로웠지만, 음식과 관련된 단어와 감정에 관련된 단어를 빅데이터상에서 통계적으로 풀어내는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어요. 언어학의 또 다른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스스로 통계학, 데이터과학 분야를 찾아보는 계기가 됐어요. 그러면서 평소에 내가 가졌던 인문학적 호기심을 과학적 방법으로 풀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게 됐지요. 현대의 언어학자는 어떤 연구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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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S & DREAM | 꿈과 흥미, 대입과 通하다 (2021년 06월 23일 10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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