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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7호

EDU ACTIVITY | 예·알·못 위한 pre-도슨트

한 장에 담은 거대한 무게 사진, 역사가 되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빅피쉬씨엔엠


<퓰리처상 사진전 앵콜전시>展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기간  2월 28일까지
문의 070-4107-7278



사수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나는 셔터를 눌렀다

생생한 보도 사진을 보는 순간 당시의 상황이 머릿속에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사진 속 인물들의 아픔과 기쁨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화려하고 긴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전하는 메시지가 더 크고 깊은 울림을 줄 때가 있다. 언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퓰리처상’을 기념하는 사진전이 다시 열렸다. 지난해 여름, 사회적 거리 두기로 관람하지 못한 이들을 위한 앵콜전이다. 1942년 이후 수상한 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는 2019년 한국인 최초 사진 부문을 수상한 김경훈 기자의 작품이 포함돼 특별함을 더한다.


사진기가 탄생했고 미술은 달라졌다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미술사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을 꼽는다면 ‘사진기의 발명’이다. 인류가 그림을 그린 순간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세월동안 미술은 다양한 형태로 변해왔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미술은 ‘기록’이 목적인 회화였고, 때문에 사실주의적 표현 기법이 오랜 기간 미술사를 지배했다.

사진기가 세상에 나오자 화가들은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와 자신만의 개성을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그림을 넘어선 장르와 작품들도 쏟아져 나왔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술의 포문이 열린 것이다.


아는 만큼 ‘더’ 보인다

두 얼굴을 지닌 신문왕, 조지프 퓰리처



헝가리에서 태어나 1864년 미국으로 이주해 남북전쟁 참전, 짐꾼, 웨이터, 노새몰이꾼까지 전전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1868년 세인트루이스에서 독일 이민자를 위한 신문 <베스틀리헤포스트>의 기자로 발탁, 뛰어난 문장력과 탁월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아 미주리 주의회 의원으로 정계에 진출하기에 이른다. 퓰리처는 ‘그 어떤 경우에도 언론은 독립적이어야 하며,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대 저널리즘의 기준을 세웠다.

그는 1878년 파산 직전의 <세인트루이스 디스패치>를 사들여<이브닝 포스트>와 합병, <포스트 디스패치>를 창간해 성공과 부를 거머쥔다. 1883년에는 <뉴욕 월드>를 매수해 전미 최고의 발행부수를 기록했으나 후발주자 허스트의 <모닝 저널>의 맹렬한 경쟁으로 인한 센세이셔널리즘은 후세에 ‘옐로저널리즘’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두 매체의 구독자 확보를 위한 진흙탕 싸움은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양산해냈고 결국 미국-스페인 전쟁을 조장하는 신문까지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1890년경 건강이 악화돼 시력을 잃었다. 1903년 언론인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컬럼비아대에 신문학과를 창설했고 세상을 떠난 1911년에는 그의 유언에 따라 5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 매년 특종 보도를 한 미국 언론인에게 주는 ‘퓰리처상’이 제정됐다.


주목! 미술관 강추 작품 3


<장벽에 막히다>


2019년 수상작.
로이터통신 소속 김경훈 기자의 <장벽에 막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이 사진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 짐작했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최루탄을 피해 도망치는 엄마와 아이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카라반(중남미 이민자)을 갱단으로 묘사하며 이주민 수용을 완강히 거부했다. 그러나 김경훈 기자가 본 현실은 달랐다. 카라반의 참혹한 실상을 알린 이 사진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결국 이 가족은 미국 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베트남-전쟁의 테러>


1973년 수상작.
AP통신 소속 후잉 콩 닉 우트 기자의 <베트남-전쟁의 테러>.


“그녀는 울고 있었고, 나는 물을 부었습니다”

미군이 투하한 네이팜탄에 모든 것이 타버려 옷을 버리고 뛰어야만 했던 소녀. 전쟁이 무엇인지조차 생경했던 어린 아이가 참혹한 참상에 말려든 모습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반전 운동이 일어났다. 닉 우트 기자는 소녀를 바로 병원에 데려갔다. 판 타이 킴 푸크라는 이름의 소녀는 살아남았고, 유네스코 평화문제친선대사를 역임했다.


<생명을 불어넣다>


1989년 수상작.
아마추어 사진작가 론 올슈웽거의 작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세인트루이스의 가구 도매업자 론 올슈웽거는 퇴근 후 집으로 돌아가다 화재 현장을 목격했다. 소방관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녔고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다. 소방관 아담 롱이 아기를 안고 나왔다. 그는 헬멧을 뒤로 젖히더니 인공호흡을 시작했다. 이 날은 아기의 두 번째 생일이었다. 화재경보기 설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준 아기는 끝내 사망했다.



공간까지 즐긴다! 오감만족 감상 꿀팁

또 하나의 전시, <안야 니드링하우스 특별전>을 놓치지 말자. 퓰리처상 사진전 티켓으로 입장 가능하다. 니드링하우스는 분쟁 지역 취재 중 사망한 마지막 서방 기자다. 전쟁의 최전선과 힘겹게 살아남은 민간인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담아내고자 애쓴 그녀의 고군분투가 사진에서 생생히 전달된다.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줄, 양질의 전시·공연과 친해져볼까요? 가보고 싶지만 잘 알지 못한다며 멈칫했던 분들, 좀 더 깊게 예술을 즐기고 싶은 분들을 위해 <내일교육>이 배경지식부터 현장에서 직접 체감한 감상 꿀팁까지 안내합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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