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 16 | 에세이
책은 예부터 중요하고 소중하게 다뤄져왔다. 귀한 책이 가득한 도서관 역시 ‘지식이 모여 있는 지혜의 저장소’였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이용은 힘들지만 다수의 도서관에서는 희망 도서 예약 시 대출 가능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립청담도서관 박진영 관장은 “많이들 지치고 힘든 시기다.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우리에게 용기를 내라고, 그리고 자신을 더욱 사랑하라고 말한다. 모두가 조금만 더 서로에 대한, 자신에 대한 사랑을 잃지 말고 기운 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취재·사진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추천 도서 1분 맛보기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지은이 찰리 맥커시
펴낸곳 상상의힘
“난 아주 작아.” 두더지가 말했어요.
“그러네.” 소년이 말했지요.
“그렇지만 네가 이 세상에 있고 없고는 엄청난 차이야.”
“이다음에 크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친절한 사람.” 소년이 대답했어요.
“네가 했던 말 중 가장 용감했던 말은 뭐니?” 소년이 물었어요.
“‘도와줘’라는 말.” 말이 대답했습니다.
“너 자신이 정말 강하다고 느낀 적은 언제야?” 소년이 물었습니다.
“내 약점을 대담하게 보여줄 수 있었을 때.”
“도움을 청하는 건 포기하는 게 아니야.” 말이 말했어요.
“그건 포기를 거부하는 거지.”
“가장 심각한 착각은,” 두더지가 말했습니다.
“삶이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도서관장의 솔직한 추천사
어떤 문제도 ‘가볍게’ 해결해주는 만능 비책!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데 30분도 걸리지 않는 책. 아무 데나 펼치고 읽어도 어떤 어색함도 없는 책. 8살 어린이부터 100살 어르신까지 모두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책. 세상에 그런 책이 어디 있느냐고요? 제목도 희한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이 그 ‘말도 안 되는 책’의 주인공이랍니다.
책의 내용은 너무나 단순해요. 소년이 길을 가면서 두더지를 만나고 여우를 구해서 함께 하고, 말을 만나서 또 길을 가고…. 소년, 두더지, 여우, 말, 이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의 친구들이 주고받는 짧은 대화 속엔 애틋한 사랑이 넘쳐나요. 그러면서 읽는 이에게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만들고 진정으로 삶에서 중요한 게 뭘까 곱씹어보게 하죠.
우리는 살면서 참 많은 것에 집착해요. 그런 적 없다고요? 에이~ 손에 꼭 쥔 스마트폰 내려놓고 잘 생각해보세요, 하하하! 책 속 두더지는 시종일관 ‘케이크’에 집착해요. 그러다 깨닫죠. 케이크보다 더 좋은 게 있다는 걸. 그건 바로 ‘껴안는 것!’. 포옹으로 전해지는 서로 간의 따스한 온기가 케이크의 달콤함보다 훨씬 좋다는 것, 또한 친절함이 모든 걸 압도하고 때로는 그저 일어서서 계속 나아가기만 해도 용기 있고 대단한 일임을 우리는 친구들의 대화를 통해 알게 돼요. 진정한 ‘성공’은 ‘사랑하는 것’이고,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이라는 것도요.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무기력해지기 쉬운 요즘, ‘나’를 한 번 ‘찐하게’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 책 말미에서 날지 못했던 말이 허공을 향해 놀랍게 비상하듯 몰랐던 내 능력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생각하는 힘 키워줄 권장 도서
우리는 조구만 존재야
지은이 조구만스튜디오
펴낸곳 더퀘스트
300만 살 도시 공룡의 일상 탐험
외계에서 혹은 북극이나 과거에서 온 존재가 바라본 내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쩌면 코미디일 수도 아니면 액션영화, 스릴러일 수도 있을 거예요. 책을 읽고 있노라면 ‘보통의 하루’가 조금은 달리 느껴져요. 다르게 바라보면 소소하다고 여겼던 일상이 의미 있는 시간으로 바뀌고, 내 고통과 상처가 나만 겪는 특별한 일이 아님을 알게 되며, 이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작은 즐거움과 깨달음을 발견할 수 있죠.
인생에서 너무 늦은 때란 없습니다
지은이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펴낸곳 수오서재
76세, 그림 시작하기 딱 좋은 나이!
모지스 할머니가 그림을 시작한 나이는 76세였어요. 평생 농장을 돌보며 바지런히 살다 붓을 들었죠. 모든 사람들이 늦었다고 말할 때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지금’이 제일 좋은 때라고 받아쳤던 유쾌·통쾌의 대명사 모지스 할머니는 80세에 개인전을 열고 100세에 세계적인 화가가 됐어요. 책은 92세에 출간한 할머니의 자서전과 사랑 넘치는 그림 67점을 한데 모아 엮었답니다.
박진영 관장
서울 강남구립청담도서관 관장. 도서관에 찾아오는 청소년들을 늘 격하게(!) 반기며 언제든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덕분에 도서관에선 청소년들이 주체가 된 다양한 재능기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고등학생이 초등학생을 멘토링하는 ‘스토리페인팅’ ‘멘토수학’이 진행 중이며 ‘올라 스페인어’ ‘천문학’ 강의도 2월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사이의 중학생. 다양한 책과 만나기 딱 좋을 나이지만 좋은 책을 찾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책과 관련해 둘째가라면 서러울 도서관장에게 ‘바로 지금’ ‘중학생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도서관장과 채우는 중학생 책장’을 통해 입시나 학습을 넘어 읽는 자체로 즐거운 독서를 시작해보면 어떨까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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