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는 지난 9일 대학 중 가장 빨리 고3 학생들이 입시에서 겪을 어려움을 고려한 대책을 내놨다.
학생부 비교과 활동 중 3학년 1학기에 한해 수상 경력, 창의적 체험 활동, 봉사 활동 실적을 평가에 반영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유불리 등에 대한 수험생의 우려와 입시 공정성 측면을 고려해 졸업생의 3학년 1, 2학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내일교육>이 실시한 독자 대상 설문조사에서 학부모들이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크게 부담을 느끼는 부분은 ‘대면 수업 축소로 인해 학생부 기록이 가능한 교내 활동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세대는 “수시 모집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수험생들의 혼란과 불안 요소를 줄이려면 비교과 활동 반영 최소화라는 좀 더 분명한 방침을 ‘골든타임’이 지나기 전에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 취지를 연세대 입학처 박정선 수석입학사정관과 김진일 입학팀장으로부터 들어봤다.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정애선 기자
비교과 영역 중에서도 수상 경력·창의적 체험 활동·봉사 활동 실적만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이유는?
코로나19는 단체 활동에서 감염 위험성이 더 높다. 고등학교가 주관해 여러 명이 모이는 활동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 고민이 컸다. 등교 개학이 계속 늦춰지면서 이 문제를 일찍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독서 활동은 이와 같은 맥락에서 평가에 그대로 반영한다.
고3 학생들에게 지금 가장 부담스러운 것은 무엇일까? 수능일 것이다. 연세대는 올해 모든 수시 전형에서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이 없지만 수험생들이 연세대만 지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능과 교과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비교과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물론 학생부 종합 전형은 학생의 재학 당시 학습 환경을 충분히 고려해 평가하기에 현재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지만, 전례 없는 사태인 만큼 학교가 처한 상황과 수험생들의 불안 등을 고려해 좀 더 분명하고 현실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도 있었다.
서류 평가에서 반영하지 않겠다고 한 영역들은 평가자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학생부의 4번 수상 경력, 7번 창의적 체험 활동의 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 날짜·시간·장소·활동 내용이 나오는 봉사 활동 실적은 반영하지 않는다.
평가 요소가 줄어든 데 따른 우려는 없나?
이제까지 누적된 평가 경험에 비춰보면 연세대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고교 3년 동안의 교과 성적이나 비교과 활동에 있어 큰 변동성은 없는 편이었다. 올해에 한해 3학년 1학기 비교과 영역 중 일부 기록이 없더라도 전체적인 평가에 큰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연세대는 3학년의 비교과 활동은 1, 2학년 때 해왔던 활동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선이면 된다고 봤다. 입시를 앞둔 3학년 때 학생들이 실질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뿐더러, 학업 역량을 좀 더 충실히 쌓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평가 경험에 비춰보면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은 1, 2학년 때 많은 부분이 완성되는 편이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활동을 열심히 했다면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 기재하는 것이 가능하다. 1, 2학년의 기록에 비춰봤을 때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학생부 기록을 통해 교차 검증하지 못하더라도 평가에서 고려할 수 있다. 단, 공정성 강화 방안에 따라 허위로 기재한 내용은 오롯이 지원자의 책임이다. 하지 않은 일을 쓰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비교과 반영이 최소화되면 교과 성적의 비중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종합 전형의 평가 방식에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연세대는 올해 ‘종합 평가Ⅰ’과 ‘종합 평가Ⅱ’로 평가 요소를 분리했다. 종합 평가Ⅰ은 학업에서의 성취 및 발전 역량, 전공 기초 소양과 발전 가능성으로 70%의 비중을 둔다. 종합 평가Ⅱ는 자기 주도적 실천 역량과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실천 역량으로 30%의 비중을 둔다. 창의적 체험 활동·봉사 활동 실적은 종합 평가Ⅱ에서 주로 평가한다. 교과 성적을 포함한 학업 역량은 종합 평가Ⅰ에서 평가하며 70%의 비중은 그대로 유지하니, 교과 성적이 특별히 더 중요해진다는 것은 오해다. 비교과 반영 축소 방침에 따라 올해 입시 결과가 달라지는 현상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졸업생은 작년의 학교 환경이 올해와 다르니 올해 고3과 졸업생의 학생부를 동일한 선상에서 평가하지 않는다. 재학 당시 상황과 환경에 맞춰 평가한다는 원칙은 그대로다. 재학생들이 졸업생에 비해 불리하다는 사회적 우려가 계속 확산되고 있는 것과 입시 공정성을 고려해 졸업생 역시 3학년 1, 2학기의 수상 경력·창의적 체험 활동·봉사 활동 실적은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올해 첫 시행되는 블라인드 평가를 연세대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출신 고교가 드러나지 않는 블라인드 평가는 예고된 대로 엄격하게 시행할 것이다. 학생들이 처한 교육 환경이 각자 다른데 블라인드 평가로 인해 이를 알 수 없어 평가가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고심 중이다. 어려운 교육 환경에서도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때이다.
코로나19 이후 학교마다 원격 수업과 평가에 대처하는 모습이 다르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자기 주도적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간 학생이라면 평가자의 눈에 뜨일 것이다. 종합 전형은 ‘학교’가 아닌 ‘학생’을 평가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힘겹게 학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고1, 2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이번 발표에서 “고1, 2 학생들의 학생부에 대해서도 해당 학년 입시가 진행되는 시기에 현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현재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어 사회 전체가 봉쇄(shut down)되거나, 2차 대유행(second wave)과 같은 극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올해 고3처럼 고1, 2 학생들의 비교과 활동 반영을 최소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해하면 안 된다.
지난 3, 4월 두 달 동안 교육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다. 여전히 산발적으로 확진자가 나와 긴장을 늦출 수는 없지만, 이제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학교 역시 현 상황에 따른 매뉴얼을 갖춰가고 있다. 학생이 주도적인 학업 역량과 탐구 역량을 키워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다만, 고1과 고2는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미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는 수상 경력과 자율동아리 등이 축소되는 학년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안착되어가고 있고 공동 교육과정 등을 활용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학생들은 진로선택 과목을 비롯해 대학에서 필요한 공부를 하며 학업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고1과 고2도 어려운 상황인데 유독 고3에게만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는?
고3과 고1, 2는 처한 상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시간적으로 볼 때 고3은 수능이라는 큰 장벽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학업과 활동 등의 시간 배분에 있어 수능 준비와 중간·기말고사, 모의평가 등 여러 가지를 고민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에 고1과 고2는 시간적으로 고3이 처한 상황과는 다르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코로나19라는 긴박한 상황에 대한 사회적 대처가 정립돼가고 있다. 학교 시스템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번 발표를 반영해 이미 나온 올해 수시 모집 요강을 변경할 계획이 있나?
그럴 계획은 없다. 비교과 활동 평가 최소화는 내부 평가 방법이 변경된 것이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심의 사항은 아니다.
올해 연세대에 지원할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시적인 비교과 활동 평가 축소가 종합 전형의 취지나 성격을 바꾼 것은 아니다. 전례 없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연세대가 학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줘야 할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했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활동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덜어주고 싶었다. 남은 시간 학업에 집중하면서 무엇보다 건강에 유념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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