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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55호

EDUCATION 해외통신원 | 나라별 선호 직업과 학과

자원없는 도시국가 싱가포르, 전문직 선호도 높아

560만 인구와 서울보다 약간 큰 면적을 가진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교육열이 무척 강하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노력하며 부모들은 한국만큼이나 자식 교육에 열정을 쏟는다.

싱가포르국립대, 난양공과대, 싱가포르경영대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대학에는 다양한 학과가 존재하는데, 이 학과들의 경쟁률과 선호 직업 사이에는 연관 관계가 많다. 싱가포르에서 선호도가 높은 학과는 대체로 한국과 비슷하다. 실제 대입에서도 의사, 변호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과 컴퓨터 관련 직업과 직결되는 학과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철학이나 문학 등 순수하게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한 학과로 진학하는 예도 있지만, 이들 학과는 직업과의 연관성이 떨어지며 학생들의 선호도 역시 높지 않다.


경제적 안정의 대표주자, 법학과·의예과 강세

싱가포르에서 변호사는 경제적인 안정성을 갖춰 선호도가 높은 직업이다. 법학과를 졸업해야 변호사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법학과 선호도가 높다. 법학과가 아닌 다른 학부를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대학원 과정인 JD를 거쳐야 한다. 한국의 로스쿨과 같은 개념이다.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친구는 부모님께서 어렸을 때부터 변호사가 되기를 바라셨다고 한다. 본인도 학교 토론 활동 등을 하면서 변호사가 적성에 맞는다고 생각해 진학을 결정했는데 다른 직업군과 비교했을 때도 안정적으로 고수입을 올릴 수 있어 끌렸다고 한다.

법학 전공자들에겐 대학 졸업 후 대형 로펌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싱가포르에서는 대형 로펌과 중소형 로펌 간 임금 차이가 꽤 크기 때문이다.

의대 또한 많은 학생이 선호한다. 의사는 아픈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명예로운 직업이면서 고수입도 올릴 수 있기에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의예과 진학을 희망한다.

한국에서도 모든 대학의 의예과가 경쟁률이 높듯, 싱가포르 대학의 의대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싱가포르에는 2곳의 의대와 1곳의 의학전문대학원이 있다. 의대 신입생으로 선발하는 인원이 매년 500명 정도밖에 되지 않아 경쟁률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상위권 학생들의 선호 학과, 컴퓨터공학·경영학

컴퓨터와 관련된 직업이 많아지고, 구글과 페이스북, 애플과 같은 대기업이 최고 수준의 연봉과 복지 혜택을 제공하면서 컴퓨터공학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학비 투자 대비 수익률이 최고 수준에 이르고, 취업률도 높아서 컴퓨터공학의 위상과 경쟁률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컴퓨터공학에 입학하려면 법대와 비슷한 성적이 필요하다. 실제 각 고교의 최상위권 학생들이 지원한다. 특히 싱가포르는 건설과 정보통신 신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시 형태인 스마트 시티를 2025년까지 국가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어 당분간 컴퓨터공학의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전통적으로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 역할을 해왔기에 상경 계열 학과의 인기도 높다. 실생활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인만큼 외국계 대기업이 아시아 본사를 두기에 좋은 환경이다. 또한 세금과 법인세가 낮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수익과 위험 관리가 필수인 기업으로서는 매력적인 곳이다.

싱가포르는 이런 장점을 이용해 다양한 기업을 유치해왔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금융 기업이다.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시티뱅크와 같은 많은 외국계 은행이 싱가포르에서 자리를 잡으면서 금융 및 경제 지식을 가진 인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 그 영향으로 경영학과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단일 학과로 가장 많은 학생 수를 선발한다.


전문성, 실용성을 중시하는 싱가포르

싱가포르 친구 중 한 명은 제빵에 관심이 많고, 이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했다. 그러나 부모님의 반대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관련 대학원에 진학했다. 제빵만큼은 아니더라도 전공에 흥미를 보여 다행이지만, 빵을 만들어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리는 것으로 제빵에 대한 아쉬움을 채우는 걸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싱가포르도 한국만큼이나 경제적인 안정성을 추구하는 나라다 보니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갑자기 예체능이나 공부와 관련 없는 직업에 관심을 보이면 부모와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아마 유교 문화가 깊게 자리 잡아 공부로 성공하는 것을 최고로 생각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21세기는 다양한 인재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와 소통하고 자신만의 경쟁력을 기를 수 있는 시대지만 현실에서는 여전히 여러 장애가 존재한다. 막연히 흥미를 직업으로 삼는 것도 문제일 수 있지만, 확고한 계획과 진정한 열정이 있다면 남과는 다른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천연자원이 없는 도시국가이고, 국가 경쟁력을 인적 자원을 통해 얻는 싱가포르의 특성상, 생산적이지 않은 직업은 아직 인정받지 못하는 듯하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를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싱가포르도 머지않아 자신의 열정에 따라 정말 공부하고 싶은 학과에 눈치 보지 않고 진학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양공과대의 직업박람회. 대학별로 직업박람회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한다.


싱가포르는 외국계 은행이 모여 있어 금융 허브 역할을한다.

경영학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싱가포르경영대.선호도가 높다.


싱가포르 Singapore



이한규 |싱가포르 통신원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새로운 환경에서의 경험과 외국인과의 자유로운 대화를 꿈꾸며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 미국 특유의 여유로운 개인주의 사회에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친화력과 혼자서 모든 걸 해결하는 추진력을 배웠다. 고등학교 졸업 후 예일대가 싱가포르국립대와 공동으로 설립한 Yale-NUS College에 진학해 현재는 경제학과 3학년이다. 싱가포르만의 교육 방식, 문화, 생활 등 교육과 유학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소개하고 싶다. 싱가포르 유학에 대한 궁금증은 hankyu lee95 @u.yale-nus.edu.sg로!

2020년엔 유학생 통신원과 학부모 통신원이 격주로 찾아옵니다. 7기 유학생 통신원은 캐나다와 싱가포르, 4기 학부모 통신원은 중국과 영국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유학 선호 국가이지만 중·고교의 교육 환경과 입시 제도 등 모르는 게 더 많은 4개국. 이곳에서 생활하는 유학생과 학부모의 생생한 이야기를 기대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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