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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5호

서울 대치도서관 유순덕 관장이 전하는 책 이야기

아득한 꿈 찾기_꼬리 물기 독서로 시작하라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앨런 머스크 등 세계인의 생활을 바꿔놓은 리더들의 공통점, 바로 ‘지독한 독서광’이라는 것이다. 책은 왜 읽어야 할까. 사실 책은 읽은 후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별로 없다. 그저 ‘읽었다’는 사실만 남을 뿐이다. 같은 시간을 투자해 읽어도좀 더 기억에 남는, 유의미한 독서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서울 대치도서관 유순덕 관장은 “계속 읽기”가 답이라고 말한다. 단, 남들이 좋다는 어려운 책을 많이 읽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관심이 가는 짧은 분량의 책, 혹은 책 한 권의 일부분을 보고, 그와 관련된 내용을 다룬 다른 글이나 책을 “이어 읽어나가라”는 조언이다. 그러다 보면 감동과 지식이 차곡차곡 쌓이고, 어느새 더 나은 삶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를 만나게 된다. 유 관장을 만나 청소년기에 더 중요한, 하지만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독서법과 독서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취재 이의종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라 불리는 서울 강남 대치동의 도서관장이신데, 그 지역 청소년들의 독서 문화가 궁금합니다.


손꼽히는 교육특구라지만, 이곳 학생들도 책 읽기를 꺼려하는 건 크게 다르지 않아요. 거기다 책 읽을 여유 시간은 어느 지역 청소년보다 부족할 거예요. 학교와 학원을 오가고 숙제를 하는 것만으로 하루가 휙 지나가니까요. 학교 숙제인 ‘추천 도서 목록’에 있는 책을 읽는 정도가 1년 독서의 전부인 아이들도 적지 않아요. 학부모들도 당장의 학업 부분을 보충하는 것을 우선시하고요. 모두가 독서의 중요성은 알면서도 걱정만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에요.






추천 도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청소년들은 숙제로 하는 한두 권의 독서도 버거워해요. 왜일까요?


안 맞는 책을 읽으니까요. 독서는 개인 차가 있어요. 연령별 권장 도서가 나에겐 맞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양심, 표현, 사상의 자유를 주장한 <자유론>의 저자 존 스튜어트 밀은 8살에 플라톤을 읽었다지만 저는 13살에 문학에 빠졌고, 49살에 처음으로 철학서를 읽었어요. 사람마다 개성이 다르고, 지능이 다르고, 감성과 이성의 온도 차가 달라요. 책을 읽을 때 이를 인정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그래야 다른 이와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책’을 고를 수 있고, 즐겁게 읽는 경험을 맛볼 수 있어요.


또 하나, 가정이나 학교가 책을 읽을 환경인지 돌아봐야 해요. 부모가 읽는 모습을 보여 주고, 학교에서 책을 읽고 독후 활동까지 하도록 시간을 충분히 줘야 아이들이 책을 읽는 첫발을 잘 뗄 수 있어요. 처음 양치질을 가르칠 때처럼 부모가 함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읽는다면, 글이 아니더라도 읽은 후 머리와 마음에 남은 것들을 표현하는 자유 시간이 반복된다면, 학생들이 지금보다 책을 덜 버거워하지 않을까요?






자칫 가벼운 즐거움만 좇거나, 편향된 책 읽기만 할 것 같은 우려도 드는데?


그럴 수 있어요. 시작은 즐거운 경험을 통해 ‘책’과 ‘책 읽기’에 대한 청소년들의 막연한 두려움을 해소하는 게 중요해요. 적당히 즐거움을 누렸다면, 머무르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요. 학생들은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것조차 어려워하기도 해요. 어른들이 각각의 단계에서 계기를 마련해주면 좋아요.


특히 흥미로워하는 분야와 관련된 다른 책이나 글을 접하게 해, 확장해나가길 권해요. 이른바 꼬리 물기 독서법이죠. 특히 청소년 시기 이런 독서를 하게 되면 흥미가 지식으로 쌓이고, 진로를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요. 화려함과 부(富)가 삶의 최종 목표가 아닌,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꿈을 찾는 안내서를 독서로 찾는 거예요.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독서 교육에 대해 조언하신다면?


자녀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거나, 적절한 단계를 파악해 다음 단계의 책을 찾아주는 건 학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아요. <꼬리물기 독서법>이나 <일독일행 독서법> 같은 독서법 서적을 읽고 자녀에게 적용해보는 방법을 추천해요. 또 학교의 사서 교사나 인근 도서관의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받는 것도 좋아요. 특히 이들은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독서 프로 그램도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독서 효과를 높일 수 있어요.


제가 관장으로 있는 대치도서관을 예로 들면, 다양한 도서를 접하게 해주고 싶은데 그냥 소개만 하면 효과가 없을 것 같아 강남서초교육지원청과 손잡고 강남서초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강남구 인문독서논술 공모전’을 진행해요. 공모전이지만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제출된 원고를 모음집으로 만들어 참여한 모든 학교와 학생들에게 배부하고요. 자신의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니 학생들이 많이 기뻐하더라고요. 학부모들도 자녀가 책을 읽거나 글쓰는 능력이 향상됐다며 인사를 전하시고요.





꼬리 물기 독서법

지은이 유순덕

펴낸곳 리스컴


한 권의 책을 읽은 후 그 책과 관련된 또 다른 책을 읽어가는 ‘꼬리 물기 독서법’을 담았다. 꼬리 물기 독서를 시작할 때 읽으면 좋은 책들을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철학, 역사, 문학 등으로 구분해 다양하게 소개 한다. 연결성 있는 책 읽기로 자신의 꿈을 실현한 청소년들의 실제 사례도 풍부하게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주신다면?


매일 아침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수만 명의 멘토’가 저를 반겨준다는 기분이 들어 요. 수천 년에 걸쳐 현자(賢者)들이 찾은 답이 그 안에 담겨 있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인생을 개척해나가야 할 청소년들에게 세상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도, 경험을 시켜줄 수도 없는 현실에서 독서보다 힘이 센 게 있을까요?


한 권 한 권 읽다 보면 시나브로 지식과 지혜가 쌓이고, 사고가 깊어지며, 창의력이 자라 죠. 그것들이 모여 결국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가치를 찾아줄 것입니다. 청소년들도 위대한 독서의 힘을 누리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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