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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64호

대기업 입사 대신 창업 택한 올마이티캠퍼스 여호원 원장

“수학 영재의 이색 행보? 오래 다져온 ‘꿈’의 시작!”

지역 과고 영재교육원-전국 단위 선발 고교-서울대 경영학 전공-대기업 인턴. 성적이나 학교가 전부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학부모가 원하는 자녀의 성장 과정 아닐까. 이를 그대로 밟아온 청년이 대학을 졸업하고 창업을 택했다. 교육특구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수학 학원을 연 것. 사업가라는 어린 시절의 장래 희망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해 조금씩 꿈을 구체화한 결과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돕고, 자신 또한 함께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올마이티캠퍼스 여호원 원장을 만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진로 설계·공부법을 들어봤다.

취재 정나래 기자 lena@naeil.com 사진 이의종






청년 창업이 많아졌지만, 재학한 대학·전공에서 학원 창업은 드물지 않나?

오랜 꿈을 구체화해 나가다 보니 여기에 이르렀다. 어릴 때부터 장래 희망이 사업가였다. 노력해서 무언가를 얻고, 키워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게임도 놀이동산을 운영하는 ‘롤러코스터 타이쿤’을 즐겼고, 현대그룹 창업자의 자서전을 유독 여러 번 읽으면서 자연스레 사업가가 돼야 겠다고 생각했다.

교육에 대한 관심도 컸다. 학창 시절 친구들에게 수학을 가르쳐주고, 또래 상담을 하며 아는 걸 나누기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중학교 때 수학 선생님도 영향을 미쳤다. 경시대회를 준비하던 학생들을 위해 방과 후, 주말까지 함께해주셨다. 선생님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전해져 학습 의지가 강해졌다. 좋은 멘토의 영향력을 체감해 나도 막연히 비슷한 일을 하고 싶었다.

고2 때 처음으로 교육 분야 사업을 마음먹었고, 다이어리에 사업 기획을 적어두기도 했다. 최종 목표나 과정은 지금과 차이가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로 사업을 시작하겠다는 출발점은 지금 현실이 됐다.


진로를 빨리 결정했는데, 중간에 흔들림은 없었나?

많았다.(웃음) 2011학년 입학생인데 올해 2월 졸업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 방황, 창업 준비로 졸업이 늦어졌다. 대학에 오니 선택지가 너무 많아지더라. 밴드·골프 같은 예체능부터 홍보대사·청소년 멘토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즐기다 군에 입대하고 다시 미래를 돌아보게 됐다.

처음부터 교육 사업이 떠올랐지만 학원 창업에 대한 부모님의 반대가 강경했다. 다른 분야를 모색했지만 원하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남들처럼 취업 스펙도 쌓고 대기업 입사, 공인회계사(CPA) 시험, 로스쿨 입학도 준비했지만 파고들수록 내가 원한 행복한 삶과의 거리만 확인했다. 어느 순간 지금 하려는 것들은 타인의 시선·인정을 좇은 결과구나’ 싶었다.

돌고 돌아 창업 의지를 굳혔다. 마침 교내에 ‘벤처 경영학’ 수업이 신설되고 창업 동아리 지원도 늘어, 적극 참여했다. 교육 사업을 해볼 기회도 생겼다. 어머니가 자식들의 입시를 끝내고 재취업한 학원에서 인수를 제안했다. 조건이 유리했고 꿈꿨던 일을 해볼 기회라는 생각에 부모님을 설득해 휴학을 한 후 1년간 직접 프로그램을 짜고 수업도 진행했다.

학생들이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성적이 향상되며 성취감을 얻는 것을 보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꼈다. 학원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동시에 운영에 있어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느꼈다.

때문에 복학 후 실제 기업들과 계약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영컨설팅 학회에 가입했다. 활동하다 클라이언트였던 대기업으로부터 신사업 분야 인턴을 제안받아 1년 6개월간 스타트업 업무를 진행했다. 정규직 전환도 제안받았지만, 창업 역량을 높이려 시작한 일이고 내 사업에 대한 생각이 커 고사했다. 1년간 창업을 준비해 지금의 장소를 만들었다.


교육 분야도 다양한데, 학원으로 창업 의지를 굳힌 이유는?

학생들 가까이에서, 직접 도움을 주고 싶었다. 청소년들에게 수학 수업과 멘토링을 하면서 결심이 굳어졌다. 학교 시험에서 8점을 받는 학생, 교육특구 대형 학원의 특별반 학생에게서 똑같은 현상을 발견했다. 의존성과 수동성이다.

어느 때보다 질 좋은 자료와 강의 등 사교육 서비스를 쉽게 누릴 수 있는 환경인데, 학생들이 이에 너무 의존한다. 시험 준비도 짜준 대로 하니, 스스로 계획을 세우라고 하면 어쩔 줄 몰라 했다.

학원에 다니는 이유, 성적 향상에 필요한 것과 학원이 내게 줄 수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학교 공부도 같다. 학교를 다니는 지금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는 원하는 삶을 그려보고, 미래를 설계하며 역량을 갖춰나갈 동력인 ‘주체적인 생각과 행동’과도 맞닿아 있다.

혼자선 쉽지 않다. 노력과 의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하려 한다. 학습 의지나 태도를 바로잡고, 진로에 대한 고민을 응원하는 멘토가 되고 싶다. 작은 학원이지만 자습실을 따로 두고, 소규모 중심 수업을 하는 이유다. 나중에 뜻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과목·지역을 확대하고, 교육 문화 전반을 변화시키고 싶다.


진로를 구체화해나간 과정이 인상적이다. 진로 고민이 큰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관심이 가고, 좋아하는 것을 중심에 두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에 창업을 한 사람이 많았는데, 성공과 실패를 가른 잣대가 ‘애정’과 ‘열정’이었다.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젊은 리더 30에 든 부동산 스타트업 ‘집토스’의 대표가 같은 학교 선배다. 집·건물을 넘어 주거 문화에 관심이 컸고, 관련 정책·시장을 파고들면서 앱 서비스를 출시해 현재에 이르렀다.

또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나 변수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들을 고민하면서 방법을 찾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인다. 내 경우 경영학과 진학을 희망했지만, 수학을 좋아해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했다.

이과에서 경영학을 전공할 방법을 찾다 자유전공학부와 교차 지원 제도를 알게 됐고, 결국 자유전공학부에 입학해 경영학을 전공했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원하는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관련 활동을 하다 보면, 대입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남들이 말하는 유망 학과를 선택해 그럴듯하게 비교과를 꾸민 경우와 비교했을 때 학습·활동 과정에 녹아든 진정성이 남달라 눈에 띈다.


학창 시절 사교육이나 선행학습 없이 계속 좋은 성적을 거둔 비법은?

뻔하지만 계획과 실천이다. 계획이 없으면 잘하거나 좋아하는 과목의 문제집을 몇 권씩 풀거나, 취약한 과목에 무한정 시간만 투자하는 등 학습 균형이 무너지기 쉽다. 반면 계획을 세우면 언제 어떤 노력을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파악하기 쉽다.

처음부터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엇을 언제 할지 정리하길 추천한다. 시험을 앞두고 과목별 할 일을 종이 한 장에 쓰고, 언제 할지 달력에 적은 뒤 매일 점검하는 식이다.

실천은 공부 체력과 습관이 전제 조건이다. 5시간을 공부해도 괜찮은 학생과 1시간 책상에 앉아 있어도 지치는 학생의 차이는 습관으로 형성해온 정신적인 체력인 경우가 많다. 공부할 장소·시간을 고정해 습관을 들이길 추천한다. 처음이 어렵지, 조금씩 늘려나가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의지를 북돋울 친구나 선생님과 함께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원인과 해법을 제시한다면?

원인은 여럿이지만, 적절한 선행학습과 확실한 오답 해결을 강조하고 싶다. 두 가지가 미흡하면, 성실한 학생도 킬러 문항이나 준킬러 문항의 벽을 넘지 못해 중위권은 상위권으로, 상위권은 최상위권으로 올라서지 못한다.

선행학습에 대해 ‘고교 입학 전에 <미적분>을 N회 돌려야 한다’는 식의 균일화된 지침이 학원가에서 흔하다. 제 학년 수학도 깊게 이해하지 못한 학생이 두세 학년 뒤의 과정을 의미 있게 학습할 가능성은 낮다. 개별 수준을 고려한 단계별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수학은 자신감이 중요하다. 적당히 도전적이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교재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행히 수학 교재들은 난도별로 세분화돼 있다. 스스로 풀었을 때 정답률 70% 안팎인 교재로 학습 상황을 점검하고, 실력을 쌓아나가길 권한다.

오답에 대한 피드백도 매우 중요하다. 오답 노트를 많이 만들지만, 상당수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계산 과정만 보기 때문이다. 수학 문제는 수학적 발상을 통해 필요한 원리(개념)를 풀이에 적용해 답을 찾는다. 문제에 따라 풀이가 여러 단계로 나뉘고, 복수의 발상·원리가 쓰이기도 한다.

각각의 ‘연결고리’가 어떻게 맞물리는지, 내가 어디서 오류를 범했는지 찾아내야 진짜 실력을 키울 수 있다. 오답 노트나 풀이 노트에 풀이 과정을 쓸 때, 본인이 몰랐거나 틀린 부분을 색깔 펜으로 표시해두면 정확하게 오답을 분석할 수 있다. 취약점을 보완하고 수학적 사고력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학생들이 자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이 많았으면 한다. 스스로 생각할 줄 알아야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진로가 중요하다고 수없이 강조하지만, 남이 제시한 방법을 생각 없이 따르는 학생이 많다. 같은 맥락에서 학원을 똑똑하게 이용했으면 한다.

시키는 대로 하고 성적이 안 나오면 갈아탈 것이 아니라 학원의 자료가 나의 수준과 필요에 맞는지, 숙제의 양은 적절한지, 피드백은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따져보고 판단해야 한다. 자신의 상황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 익숙지 않겠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점차 길러나가야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학습 방법을 찾고, 자신에게 맞는 적성과 진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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