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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12호

학생 자치 단체 대한학생회

“우리는 대한민국의 민주시민입니다”

‘대한학생회’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는 단체의 성격이 그려지지 않았다. ‘전국의 전·현임 학생회장들’이라는 구성원을 보고 든 생각은 ‘그들만의 리그로군’이라는 선입견. 좀 더 살펴보니 대한학생회는 2002년 ‘대한민국고등학교총학생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해 17년 동안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었다. 열일곱 해를 이끌어온 단체라면 그 이유와 목적이 분명할 터.
‘대한학생회’의 2019년 연간 행사 활동 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회의가 있던 날. 올해 5월 새로 선출된 17기, 신임 회장단과 16기, 전임 회장단을 만나 대한학생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사진 전호성 자료 대한학생회






학생들의 회의를 보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이 떠올랐다. 학생들은 이미 훌륭한 민주시민이었다.

민주주의를 만나다
대한학생회 임원들을 만난 날은 지난 6월 8일 토요일이었다. 오후 2시 고등학생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100여 명의 대한학생회 회원들이 속속 회의실로 들어섰다. 이날 회의의 주요 안건은 ‘대한학생회의 연간 행사 선정’. 출석을 확인하고 회의 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을 미리 밝힌 뒤 ‘내부 행사 VS 외부 행사’ ‘채택된 행사에 대한 내부 논의’ ‘앞으로의 행사 일정’ 등 결정해야 할 내용들에 대한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진행자는 발언자의 권리를 존중하고 발언자는 진행자의 권위를 인정하며 사전에 공지한 규칙대로 진행하는 회의의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회의를 보며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던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광장이 떠올랐다. 학생들은 이미 훌륭한 민주시민이었다.
연간 행사로 외부 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하고 세부 내용은 결정하지 못한 채 회의를 마쳤다. 이날 회의의 진행을 맡은 16기 회장 김정현씨는 “오늘 미처 정하지 못한 내용은 온라인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대한학생회의 모든 의사 결정은 정해진 규칙에 의해 진행된다. 그러고 보니 대한학생회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인터뷰 매체와 인터뷰 성격, 누가 인터뷰에 참여할 것인지까지 회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 “회원들 모두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모아 모두가 공감하는 결론을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정현씨는 덧붙였다.

대한학생회가 궁금해
대한학생회는 2002년 ‘대한민국고등학교총학생회’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1기 회장 최재민씨(현재 정당인)가 고등학교 2학년때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전국의 고등학교 학생회장들과 연락하며 학생회 정보 공유, 리더십 계발, 청소년 문화(특히 동아리 활동) 발전 등을 이야기하면서 단체를 만든 것이 그 시작.
재민씨는 “처음 시작했을 때는 작은 동아리 같은 느낌이었는데 17년의 시간 동안 교육사업, 복지사업, 문화사업, 사회적 협동조합 활동 등 처음 생각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키웠다”며 후배들을 칭찬했다.

학생에 의한, 학생을 위한, 학생의
16기 회장단 정현·승우씨는 물론 올해 선출된 누리·성훈 학생의 공통점은 학생 자치에 대한 관심이 많다는 것.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학생들의 문제는 학생들의 힘으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의지다. 학생회장이 된 것도 학생 자치를 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저희들뿐 아니라 대한학생회의 모든 회원들이 같은 마음일 거예요.”
대한학생회는 모든 회원이 복지·문화·교육·교류 각각의 분과에 소속되어 있고 모든 행사는 학생들의 힘으로 만들어간다. ‘경술국치 100년 그 이름을 되새기다’ ‘도전하여 되찾을 우리 문화유산’ ‘전국고교학생회 토론회 및 리더십 연수’ ‘청소년 문화 교류 프로그램 참여’ 등 청소년들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행사 기획과 진행은 물론 모금·장소 섭외까지 모두 학생들의 힘으로 준비하고 진행한다. 행사를 마친 뒤에는 꼼꼼한 피드백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하고 모든 과정과 결과를 자료로 남겨 공유한다. 올해는 회의 진행과 선거와 행사 등을 효율적으로 개편하기 위해 공청회도 열었다.
대한학생회를 알아가며 든 생각은 책임과 자유로움의 공존이다. 대한학생회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2년 동안 활동한다. 올해 새로 뽑힌 17기와 16기가 함께 일하는 구조. 특히 회장단은 2년 활동이 의무 규정이다. 규정을 지키기 위해 남학생은 군입대 시기도 조절한다. 16기 부회장 승우씨는 “재수하는 친구들도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며 “신입 회장단과 회원들이 대한학생회를 이해하고 잘 이끌 수 있도록 돕는 게 선배의 역할이고 대한 학생회의 전통”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5월이면 대한학생회는 모든 회원이 모여 해오름식을 치르며 민주적 학생 자치로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꾼다. 그들이 스스로 정한 ‘민주적 의사 결정’은 더디고 결과는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든든한 자양분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건강한 생각과 움직임이 씨앗이 되어 나무로 자라고 숲을 이루기를 응원한다.



대한학생회가 말하는 대한학생회

김정현 16기 회장(인하대 행정학과 1학년)
“도전적인 성격이어서 고등학생 때도 학생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를 건의하는 학생회장을 맡았어요. 대한학생회 활동을 하며 다양한 시각과 의견이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는 과정, 생각지도 못했던 결과를 이루어내는 경험을 합니다.”

홍승우 16기 부회장(중부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
“경험해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싶었죠. 사회 여러 곳에서 소수자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는 사회활동을 하고 싶은데 대한 학생회에서 그 기초를 다지고 있습니다.”

이누리 17기 회장(전북 완주고 3학년)
“‘학생인권의 날’을 기획주최할 만큼 학생인권과 자치에 관심이 많았어요. 고1 때 대한학생회를 찾아 무조건 들어가겠다 결심하고 ‘자격(?)’을 얻었죠. 세계의 자치단체들을 돌아보며 우리 나라에 최적화된 시스템을 연구하는 정책연구원이 되고 싶어요.”

하성훈 17기 부회장(경기 상동고 3학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 학생회장에 도전했었고 같은 이유로 대한학생회 활동을 결심했어요. 간호학과 진학을 준비 중인데 어느 시스템에서든 바른 소리가 필요할 때 그 소리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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