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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호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빈부 차로 응시 기회 불공평한 SAT·ACT 성적 제출 의무화 폐지

이달의 주제 미국의 대입 제도 변화

빈부 차로 응시 기회 불공평한 SAT·ACT 성적 제출 의무화 폐지


미국은 공식적으로 실시하는 대학 입학시험이나 우리나라의 수능 같은 시험이 없다. 대신 SAT와 ACT라는 시험이 있는데, 교육청이나 공공기관에서 주관하는 게 아니라 칼리지 보드(College Board)와 특정 민간기업(ACT Inc.)에서 관리하고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ACT와 SAT 중 하나를 골라 시험을 보거나 두가지를 다 치른 다음, 성적이 더 잘 나온 쪽을 골라 대입 원서를 쓴다. 횟수 제한은 없으며 SAT를 볼 기회는 두 달에 한번 꼴로 매년 7번이고, ACT도 같은 방식 으로 운영돼 총 14번의 시험이 전 세계적 으로 치러진다. 미국의 학생들은 이 시험을 11학년이나 12학년 초반에 많이 보는데, 2~3번 정도 시험을 치르고 난 뒤가장 잘 나온 성적을 대학에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SAT는 1천600점 만점, ACT는 36점 만점으로 두 시험 모두 상대평가여서 만점자는 극히 드물다.


대입 시험 없이 진학 가능한 미국

웬만한 미국 대학에서는 SAT와 ACT 를 인정하며 대학 입학 지원 학생에게둘 중 하나의 성적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학교마다 원서 조건이 다른데, SAT나 ACT 대신 고등학교 AP 혹은 IB 프로그램의 시험 성적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가 하면, 고등학교 학점이나 석차가 일정 기준 이상 우수 하다면 시험 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대학도 있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한술 더 떠 시험 성적을 아예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선언했는데, 대입 시험 성적을 제출하지 않은 학생의 지원서를 검토할 때는 대입 시험 성적 외의 다른 부분에 한해 공정하게 평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제도를 ‘테스트 플렉시 블(Test-flexible)’ 혹은 ‘테스트 옵셔널 (Test-optional)’이라고 하는데 뉴욕대를 비롯해 시카고주립대, 텍사스주립 대, 해밀턴대, 브랜다이즈대 등 수십여 곳의 공립·사립대학이 시행한다.


SAT·ACT 성적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대학 매년 늘어

이처럼 SAT와 ACT를 필수로 요구하지 않는 학교들은 매년 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대입 시스템은 원래부터 대입 시험 성적에 큰 비중을 두는 방식이 아니었고, 특례 입학의 비중도 적지 않으며 원한다면 1년에 20번 가까이 대입 시험을 치를 수 있다. 그래서인지 SAT나 ACT 규정 등 미국의 대입 방식 변화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미국에서 SAT와 ACT는 11, 12학년 학생들만 걱정하면 되는 시험으로 통하 고, 두어 번 시험을 치르고 난 뒤에는 깨끗이 잊는 분위기다. 학교 커리큘럼을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측정하는 시험인 만큼 수년간 시험을 준비하며 공부하는 학생도 거의 없다. 시험 규정 변화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이 별로 크지 않은 이유 다. 현재 SAT와 ACT를 제외한 다른 평가 방법을 반영하지 않는 대학들을 상대로 소송 협박이 들어오는 상황이지 만, 내 주변의 미국인 대학생들 역시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더이상 자기와 관련된 일이 아니기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수능 날에는 소음 때문에 비행기의 이· 착륙조차 조심스러운 한국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학교 교육과 별개인 사고력·문제 해결력 측정


SAT와 ACT는 학교에서 배운 정보에 대한 암기력보다는 본인의 타고난 문제 해결력과 사고력을 평가한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대입 시험의 수학 영역에서는 놀랍게도 계산기 사용이 허용된다.


SAT와 ACT 모두 한국의 수능과 마찬가지로 OMR 형식의 답안지를 사용한다. 시험을 치르는 데는 약 4시간이 소요된다.


시험 준비를 제대로 하고 싶다면, 값비싼 문제집을 사거나 큰돈을 들여 과외나 학원을 비롯한 사교육에 투자를 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공정성을 위해 SAT와 ACT를 대입에 반영하지 말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미국의 대학 입학 시스템에 변화가 찾아온 이유는 빈부격차에 따라 성적 차이가 벌어지는 문제 때문이다. SAT와 ACT는 시험을 한 번 치르는데 드는 수험료가 각 100달러가 넘을 만큼 비싸 저소득층의 학생이 원하는 성적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치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SAT와 ACT 모두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는 별개로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측정하기 때문에 자신의 시험 성적에 만족하지 않는다면 시간을 투자해 스스로 준비해야 하지만, SAT 와 ACT 기출문제집이나 학원, 과외 역시 사교육비가 투자돼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결국 사교육을 통해 미리 연습한 뒤 만족스러운 성적이 나올 때까지 계속 수험료를 내가며 시험을 치를 수있는 부유한 학생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이미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내신이나 석차, 동아리 활동과 에세이 등 지원 자의 시험 성적 이외의 항목 평가에도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SAT와 ACT를 대학 입시에 반영한 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불공정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고, 많은 대학이 이들 시험 성적을 제출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형 형식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미국 고등학생 들은 본인의 시험 성적이 고교 내신이나 동아리 활동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극히 일부의 경우가 아니라면, SAT와 ACT 성적을 제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AT와 ACT의 시험을 선택제로 바꾼다 해도 성적을 제출한 학생에 비해 제출하지 않은 학생이 행여 불리한 것 아닐까 하는 우려도 있다.

대학 입시 제도와 대입 시험에 대한 태도는 많이 다르지만, 평가의 공정함과 제도 변화에 대한 고민은 미국도 우리 나라와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최근 몇년 새 많은 변화가 일어난 입시 환경인 만큼 미국에서의 SAT와 ACT 관련 제도가 앞으로도 어떻게 변화하며 적용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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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린 뉴욕대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 victoria.kim@nyu.edu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9년 11월 20일 9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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