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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927호

유학보다 나은 선택

인천과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공부하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학생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에서 미국의 홈캠퍼스로 온 김원겸·한아름씨.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있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는 인천 송도에서 3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홈캠퍼스에서 1년 이상 공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똑같은 교육과정이라고 하지만 나라를 바꿔서 공부를 이어가는 것에 대해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내일교육>은 10월 초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유타대에서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아시아캠퍼스에서 홈캠퍼스로 옮겨 공부를 이어가고 있는 대학생 두 명을 비롯하여 홈캠퍼스의 교직원과 교수를 만났다. 한국 3년+미국 1년이라는 교육과정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유학보다 유리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들어보자.

취재 손희승 리포터 sonti1970@naeil.com 사진 유타대학교


인천 송도에서 3년, 미국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1년

세계 100위권 대학 안에 들어가는 유타대는 인천글로벌캠퍼스에 아시아캠퍼스를 두고 있다. 아시아캠퍼스 학생들은 1년 이상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에 있는 홈캠퍼스로 가서 공부하게 된다. 유타주의 주립대인 유타대 홈캠퍼스는 로키 산맥의 일부인 와사치 산맥의 나지막한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네팔 카트만두만큼 고도가 높아 가을 단풍이 일찍 찾아온 홈캠퍼스에서 아시아캠퍼스에서 온 두 학생을 만났다. 정치학과 3학년 김원겸씨(22)와 심리학과 4 학년 한아름씨(24)다.

원겸씨는 홈캠퍼스로 오면서 전공을 바꾼 경우다. 대전 대신고를 졸업하고 해외 대학으로 유학을 알아보던 중, 학교 진로진학 상담 교사가 아시아캠퍼스에 대해 알려주었다. 1학년 때 아시아캠퍼스에서 공통 교양 과정인 블록유(BlockU)를 마쳤고, 2학년 때 홈캠퍼스로 와서 정치학과 국제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다. 원겸씨는 공부하고 싶다면 기회는 무한하게 열려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한다.

“이번 여름학기에 대한민국 국회에서 인턴십을 했어요. 유타대 학생의 정부 기관 인턴십을 지원하는 힌클리 인스티튜트(Hinckley Institute) 교육과정 덕분에 학점으로 인정받고 왕복 항공권 비용도 지원받았어요. 입학 후 지금까지 많은 액수의 장학금도 계속 받았고요. 아시아캠퍼스에서나 홈캠퍼스에서나, 공부하는 동안 시간을 헛되이 쓴 적이 없어 뿌듯해요.”

아름씨는 중학교 때 주재원으로 발령받은 아버지를 따라 인도에서 3년을 보낸 뒤 가족들은 한국으로 돌아가고 혼자 남아 공부를 계속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의 국제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에서도 해외 대학과 똑같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말에 유타대 아시아캠퍼스를 지원했다.

“마침 심리학을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지낼 수 있으면서 생활비와 학비가 해외 대학만큼 많이 들지 않으니 바로 이곳이구나 싶었어요. 아시아캠퍼스에서 3년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홈캠퍼스에서도 상당한 금액의 장학금을 받고 있어요.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어서 기뻐요.”

유타대 아시아캠퍼스에 개설된 전공은 심리학·커뮤니케이션·영상영화학·도시계획학·환경건설공학 등 모두 5개다. 100여 개가 넘는 홈캠퍼스의 전공 중에서 우수하고 경쟁력 있으며 한국 실정에 맞는 학과가 들어와 있다. 입학 계획과 실행 등 학사 관리와 대외 협력, 국제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유타대 다니엘 리드 수석부총장은 아시아캠퍼스에 더 많은 전공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시아캠퍼스 개설 5주년을 맞아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다양한 전공을 개설하고, 아시아캠퍼스의 입학 정원을 늘리고, 아시아캠퍼스를 더 활성화하는 것입니다. 학생 수가 늘어나면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홈캠퍼스의 학생들도 아시아캠퍼스에 가서 배울 기회가 늘어나고, 아시아캠퍼스의 학생들도 홈캠퍼스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공동의 목표가 있으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가치를 합쳐 더 큰 가치를 창조해내려 합니다.”

아시아캠퍼스는 유타대의 확장형 캠퍼스(extended campus) 개념으로 입학과 졸업, 학사 운영과 학칙을 홈캠퍼스에서 관리한다. 모든 수업은 홈캠퍼스와 똑같은 교육 과정으로 진행하며 동일한 학위를 받는다.


유타대 들여다 보기


▲1층은 창업 스튜디오, 2층부터 5층까지 거주 공간으로 구성된 라슨드 창업 스쿨은 미국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타대는 미국 대학 중 혁신성 면에서 30위 안에, 기업가 정신 면에서 10위 안에 꼽힌다.

✚ 라슨드 창업 스쿨(Lassonde Entrepreneur Institute)

라슨드 창업 스쿨은 1층에 창업 스튜디오, 2층부터 5층까지는 400명의 예비 창업자 학생이 숙식을 해결하며 거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어졌다.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은 다음 학생들을 불러 모았더니 그 효과는 대단했다. 라슨드 창업 스쿨 마케팅 및 대외협력팀의 사드 켈링은 “2017년 건물이 완공되면서 학생들이 만드는 스타트업 팀은 2017년 365개로 3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2019년 스타트업 팀은 521개이며,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창업 펀딩을 받은 금액은 5천억 원이 넘는다. 유타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라슨드 창업 스쿨의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아시아캠퍼스 학생도 당연히 함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창업 스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다양하지만, 창업에 진입하는 절차는 간단하다. 유타대 환경건설공학부 한다희 박사는 “기술력이 필요한 부분은 대학 안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 연구나 실험이 필요하다면 관련 학과에 의뢰하거나 함께 창업하는 추세”라며 라슨드 창업 스쿨을 통해 창업하는 것은 매우 손쉽다고 말했다.


교육과정과 강의의 질은 똑같아

아시아캠퍼스에서 공부하다가 홈캠퍼스에서 공부하게 된 학생들은 어떤 차이점을 느끼고 있을까? 강의의 질은 똑같다고 두 학생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수업은 완전히 똑같아요. 교육과정과 강의 방식, 과제 등 강의의 질은 거의 차이가 없어요. 다만 규모의 차이는 있죠. 아시아캠퍼스는 캠퍼스가 크지 않아 교수님과 친밀감이 크고 소규모 모임도 자주 열리거든요. 홈캠퍼스는 100명 이상의 대규모 강의가 많아서 질문하려면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해요. 또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홈캠퍼스는 아시아캠퍼스와 달리 과제 제출일을 두 번 세 번 다시 알려주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처음에 와서 그 때문에 과제 마감을 놓칠 뻔한 적이 있었어요. 자신이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챙겨주지 않아요. 이게 바로 문화 차이겠죠.”

또 다른 차이점은 동아리. 아시아캠퍼스에서는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동아리를 만들기 좋았고, 홈캠퍼스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동아리가 많아 참여하기에 좋았다고. 아름씨는 동아리 활동 덕분에 유타주의 광활한 자연환경을 만끽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야외 활동을 나가는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저는 운전을 안 하지만 동아리 친구들 덕분에 안 가본 곳이 없을 유타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있어요. 소금기가 매우 많은 솔트 레이크가 만들어낸 소금사막 위에서 캠핑을 한 적이 있는데요. 낮이면 싸라기눈처럼 쌓인 소금이 하얗게 반짝여서 눈이 부시고요. 밤이면 은하수가 머리 위로 쏟아졌어요. 학교로부터 30분 거리에 8개의 스키장이 있다고 하니 겨울이 되면 스키 타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유타대가 있는 솔트레이크 시티는 200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다. 2002년 동계올림픽 때 유타대 풋볼 경기장에서 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렸으며, 유타대 학생 기숙사가 올림픽 선수촌으로 쓰였다. 올림픽 시설을 흑자 경영하면서 솔트레이크 시티는 경제력과 고용 능력이 더욱 좋아졌으며,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목표 삼고 있다.

솔트레이크 시티는 안전하고 깨끗한 도시로도 손꼽힌다. 거리 폭은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의 두 배에 달할 정도로 넓고 블록 단위의 도시 구획은 미국에서 가장 크다. 아시아캠퍼스에 도시계획학이 들어온 것은 유타대가 도시 계획에 강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다른 도시에 비해 주류 판매와 음주에 관한 규제가 많으며, 사람들은 보수적이지만 친절하고 여유롭다.


유타대 들여다 보기


훌륭한 연구 시설은 유타대의 강점이다. 유타대에서 연구에만 쓸 수 있는 기금은 6천억 원이 넘으며, 학부생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유롭(UROP)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 환경건설공학부(Civil & Environmental Engineering)

2019년 봄학기부터 아시아캠퍼스에 환경건설공학부가 신설됐다. 공학 관련 학과는 충분한 기자재가 갖춰진 연구실과 실습 환경이 중요하다. 유타대 환경건설공학부 페드로 로메로 교수는 “아시아캠퍼스 학생은 3학년 가을학기와 4학년 봄학기에 홈캠퍼스로 와서 연구하고 실습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했다. 1, 2학년 때 수학·화학·물리·컴퓨터·공학·통계학·지리정보학·교통설계 등을 배우고 3학년과 4학년 때 홈캠퍼스에서 연구하고 실습한다. 송도의 스마트시티, 글로벌녹색성장기구의 수자원 관리, 대도시의 교통관제 시스템 등 한국과 미국의 연관성을 찾아 연구해볼 만한 지점들이 많다”고 안내했다.


유학보다 훨씬 유리한 선택

아시아캠퍼스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홈캠퍼스에서의 1년 이상 공부가 확정된다는 것은 큰 이점이다. 대학을 찾고 원서를 작성해 지원하고 합격·불합격을 기다리고 필요한 서류를 보내고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보통의 유학생과 비교하면 아시아캠퍼스 학생들은 여러 면에서 많은 편의를 제공받는다. 미국 시애틀 부근의 워싱턴주립대 1학년 한민수씨(20, 가명)는 유학 준비가 녹록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류를 보내고 받는 데에만 6개월 정도가 걸렸어요. 여덟 곳에 지원했는데 학교마다 필요한 조건이 달라 두 곳은 서류 실수로 놓치기도 했어요. 어느 지역으로 갈지, 장학금은 가능할지 알 수 없었으니 불확실한 상태로 기다리는 것이 가장 힘들었고요. 입학하고 나니 생활도 힘든데 강의 듣고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더 익숙하지 않아요. 여러모로 서툴고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첫 학기의 학점은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에요.”

아시아캠퍼스 학생들은 서류 준비부터 장학금 신청까지 아시아캠퍼스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한다. 아름씨는 학교에서 많은 것을 도맡아준 덕분에 대사관에서의 비자 인터뷰 정도만 신경 쓰면 됐다고 말한다.

“일찍부터 학교에서 설명회가 열려요. 학생 비자인 F1 비자 등 필요한 서류를 학교에서 체크리스트로 만들어서 알려주더라고요. 기숙사, 학생 보험, 수강 신청까지 많은 부분에서 큰 도움을 받았어요. 듣고 싶은 과목이나 이어서 하고 싶은 연구는 아시아캠퍼스의 아카데믹 어드바이저 (academic advisor)가 홈캠퍼스로 미리 알아봐줬어요. 지난 학기 홈캠퍼스에서 받은 학점은 아시아캠퍼스 못지않게 좋았어요.”

원겸씨는 일반 유학보다 더 장점이 많으며 4년을 나눠 지내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공부한다고 말한다.

“그냥 같은 학교 학생이에요. 아시아캠퍼스에 입학하는 순간 홈캠퍼스 학생이 되는 거죠. 저는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아시아캠퍼스에서 많이 공부하고 온 덕분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어요. 본인이 열심히 하면 돼요. 성적만을 위한 공부와 배워서 깨달으려고 하는 공부는 다르거든요.”

지금까지 아시아캠퍼스에서 졸업한 학생은 122명. 평균 학점은 4.0 만점에 3.62점으로 홈캠퍼스 학생의 평균 학점보다 높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토드 켄트 대표는 “한국에서 미국 교육 방식을 유지하며 더 나은 인재를 배출했다.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와 다양한 문화 이해 등 글로벌 마인드를 기르며 영어를 익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홈캠퍼스에서 졸업 후 미국에서 취업 계획

두 학생 모두 홈캠퍼스에서 졸업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원겸씨는 미국 로스쿨 진학을 생각한다고.

“정치학과 국제학을 전공하면서 토론식 수업을 많이 하다보니 로스쿨 진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이번 학기가 6학기인데 3년 만에 조기 졸업 하려 해요.” 아름씨는 심리학 전공에 더하여 인간공학과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아시아캠퍼스에 있을 때 학과와 연계된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서 인턴십을 하고 정안숙 교수님과 임상 심리를 연구했어요. 홈캠퍼스에서는 심리학과 연구실과 경영학과 연구실에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홈캠퍼스에서 졸업한 후 미국 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 학생들이 1년 동안 일할 수 있는 현장 실습 취업 프로그램(OPT)를 이용하여 일하려 해요.”

유타대 학생의 졸업 후 진로는 다양하며 든든한 동문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인 어도비의 창업자 존 워녹, 픽사와 월트 디즈니의 회장인 에드윈 캣멀, 글로벌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창업자 J. 월러드 메리어트, 노벨 생리학·의학상 수상자인 마리오 카페키 등 걸출한 인물이 유타대 동문이다.

11월 홈캠퍼스에서 글로벌오피스(Office for Global Engagement) 주관으로 첫 케이팝 콘서트가 열린다. 두 학생은 한국 노래가 울려 퍼지는 행사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홈캠퍼스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일에 기여할 예정이다.


유타대 들여다 보기


▲영상영화학부 학생이라면 언제든 빌려갈 수 있는 카메라와 촬영 장비. 실습을 위한 촬영용 스튜디오와 기자재는 영화 촬영 현장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 영상영화학부(Film & Media Arts)

권위 있는 독립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가 열리는 곳은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파크시티. 선댄스 영화제의 공동 설립자이자 영화 제작자가 유타대 교수 출신이기에 영상영화학부 학생들은 매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다. 영상영화학부는 <프린스턴 리뷰>로부터 ‘엔터테인먼트 아트와 엔지니어링(EAE)’ 부문에서 1위로 선정됐다. 영상영화학부 앤드류 넬슨 학과장은 “영화 산업뿐만 아니라 비주얼 아트, 가상현실(VR) 등 뉴미디어 아트와 산업으로도 경계선 없이 학문의 깊이를 넓혀가고 있다. 다양성과 가능성, 열려 있는 기회와 유연성을 기본 정신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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