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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6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7 검찰과 기소권

법의 수호자 혹은 무소불위 권력 검찰은 왜 개혁 대상이 됐나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화두는 ‘검찰 개혁’이다. 거대한 권력을 가진 검찰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의 안전과 보호를 위한 법의 집행자 중 검찰과 자주 비교되는 경찰과는 어떤 점이 다르고 각기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 또 민주주의와 법치가 확립된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검찰의 힘이 어느 정도이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에 대해 고등학교 <정치와 법>에서 알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TV 뉴스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45·사법연수원 30기)가 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경찰청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했다. 임 부장검사는 권력에 영합한 검찰권 오남용을 지적하고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검사는 이날 ‘국민들은 검찰이 ‘검찰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수사권을 오남용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는다고 본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를 비롯한 검찰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출처 KBS _ <경향신문> 임은정 검사 “검찰 없어져도 할 말 없을 만큼 난장판” (2019. 10. 4) 기사 중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검찰만의 고유 권한, 기소 독점주의

요즘 서울 광화문과 서초동이 시끄러워. 대규모 집회에 여러 이슈가 가려졌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이야. 사실 지금 상황은 이 문제에서 출발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너, 검찰과 경찰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니? 일터가 다르다고 할 생각은 아니지? 일단 이름부터 살펴보자! 먼저 검찰은 ‘단속하다, 금제하다(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다)’의 검(檢)과 ‘조사하다’ 의 찰(察)을 합해 만든 단어야. 즉 ‘조사해서 엄하게 단속시킨다’ 라는 무시무시한 의미를 담고 있지. 경찰은 ‘주의하다, 경계하다’의 경(警)과 검찰과 똑같은 찰(察)이 합해진 ‘조사해서 경계시킨다’ 는 뜻이지. 이름부터 뭔가 심장 떨리게 하는 위력이 느껴진다고? 사실 이 두 명칭은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이야. 아~또 일본, 눈치도 없이 구석구석에서 나오네….

자, 이제 <정치와 법> 5단원 ‘사회생활과법’ 을 열어봐. 평생 너와는 상관없길 바라는 단어가 나열돼 있을 거야. 수사 형법 공소제기 기소 공판 구속…. 그 중 한편에 있는 ‘기소 독점주의’와 ‘기소 편의주의’라는 단어가 보이니?

일단, 기소란 검사가 폭력·절도 등 사회 질서를 어지럽힌 형사 사건의 범인에 대해 법원에 심판을 요구하는 일이야. 우리나라에선 기소권은 검사만 가져. 범죄의 증거를 찾고 수집할 수 있는 수사권도 있지. 그래서 검사의 재량에 따라 재판 청구를 하지 않을 수도 있고, 수사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 수도 있어. 국가 치안을 유지하는 큰 축인 두 권한을, 퇴임할 때까지 제약 없이 휘두를 수 있는 셈이야.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처럼 선출직도 아닌데 너무 큰 권력이 집중됐지. 현재 대한민국의 많은 이들이 외치는 ‘검찰 개혁’도 이 권력을 분산하는 게 핵심이야.





다시 읽는 검찰과 수사권



검찰과 경찰의 역할

우리나라에선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했지? 경찰은 검사의 수사를 보조하고 수사와 관련해 검사의 지휘를 받게 돼. 물론 경찰의 역할은 다양해. 방범이나 교통경찰 등 범죄수사 이외의 것들도 중요한 임무거든.

그럼 범죄 사건이 벌어졌을 때 경찰은 수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나 싶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은 아직 진행 중이야. 지금도 상당수 사건은 검사가 직접 관여하지 않고 경찰의 의견대로 진행되기도 하지만, 경찰에서 조사한 후 검찰에서 다시 조사하는 일이 많아. 그래서 경찰은 사소한 범죄는 경찰의 수사만으로도 끝낼 수 있게 하자고 주장하고 있어.

그러나 검찰의 생각은 조금 달라. 경찰의 단독 수사 진행은 불가하대. 특히 중대한 사건이나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부분은 검찰이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야. 검찰과 경찰의 의견이 다 맞는 것 같아서 어느 쪽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지금부터 몇 가지 사건을 살펴보자.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수사권과 기소권 남용의 문제점



수사와 기소라는 권한을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검찰은 죄 없는 사람을 수사하거나 기소해서 괴로움을 준 일이 많아. 200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네르바 사건’을 들어봤니? 초등학교도 입학 안 했을 때 일이라고? 이런 사건을 예로 든 내 잘못이지. 하지만 이 사건은 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공권력이 국민 개인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대표적인 사건이니 꼭 알아두길 바라.

당시 포털사이트 다음은 ‘아고라’라는 토론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곳에 2008년 7월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세계 금융위기의 심각성과 대한민국 경제추이를 예견한 글이 차례로 올라왔어. 특히 리먼 브라더스의 위기를 예측했지. 2008년 뉴욕 증시 붕괴,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온 그 리먼 말이야~. 글이 올라온 보름 뒤 리먼사는 파산했고, 환율 폭등 등
예측이 맞아 들어가면서 미네르바는 주목을 받게 돼. 검찰은 이 미네르바를 찾아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체포·구금했어.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찾기 어려웠지만 기소했고, 그가 ‘고졸’이라는 정보를 흘렸어. 일부 언론에선 이를 받아 ‘대학도 못 간 고졸 출신’이라며 인신공격을 했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미네르바는 몸무게가 40kg이나 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어.

무리한 기소의 이유? 미네르바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하하는 단어를 썼고, 국민들이 그의 선견지명에 탄복하면서 정부를 힐난했어. 그래서 ‘괘씸죄’ 에 걸린 것 같단 말이 많아. 진실은 검찰만 알겠지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으니 검찰이 진 거아니냐고? 죄 없는 사람을 괴롭혔으니 벌을 받아야 했을 텐데, 당시 사건 담당자들은 승진했대. 정권과 결탁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제기되는 지점이야. 게다가 이 사건 이후로 국민들은 인터넷에 댓글을 쓰면서도 자체 검열에 들어갔다는 거 아니니. ‘혹시 나도 검찰의 표적이?’하면서.

또 많은 이들이 미네르바를 질타하는 요란한 언론보도를 보며 ‘뭔 잘못을 했으니 수사 대상이 되고 기소됐겠지’ 하고 검찰을 정의의 사도로 보게 한 것도 수확이었다 할 수 있을 거야. 독재정권에서나 가능한 일이 어떻게 21세기에 일어났냐고? 그러니까 이렇게 공부를 해야 당당히 너의 권리와 자유를 주장할 수 있단 거야.


한걸음 더 생각하기

검찰, 그들만의 리그?



지금 정부는 검찰과 한판 승부를 겨루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두 달간 온갖 논란의 주인공이 된 현 법무부 장관도 ‘죽을힘을 다해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지.

경찰에게 검찰이 독점한 수사권을 일부 넘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이들은 ‘의사가 봐야 하는 진료와 수술의 권리를 간호사에게 넘기는 것과 같다’ 며 반대를 표하곤 해. 그렇다면 부실한 수사와 잘못된 기소에 대한 책임도 의사인 검찰이 져야 하는 부분 아닐까?

전 세계에 땅콩의 무서움을 알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설마 이 사건은 알고 있겠지? 그녀는 그 ‘땅콩 회항’으로 42일 동안 구치소에 있었어. 그 기간 동안 일반 면회만 124차례나 했대. 하루 평균 3번꼴로 일주일에 20번이 넘는다는 말씀. 일반 수용자는 어떠냐고? 규정은 주 1회야. 게다가 그녀는 반입 금지 화장품을 들여와 사용하기도 했어. 교정공무원들(교도관)이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줘 가능했던 일이지. 하지만 이 비리 공무원들에 대한 징계는 4년이 지난 후 솜방망이 수준으로 이뤄졌어. 왜냐고? 검찰이 이 모든 사실을 알고도 입건도 하지 않았으니까. 해당 사건을 맡은 검찰은 어떻게 됐냐고? 몰라~

책임 없이 군림하려 하는 검찰에 대한 국민감정도 악화일로야. 2017년 조사를 실시한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5개 형사사법기관(법원·검찰·경찰·교도소·보호관찰소)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지.


균형감 있고 조화로운 공권력에 대한 성찰


옆에 검찰 로고가 보이지? 대검찰청 홈페이지에 실린 로고에 대한 설명을 옮겨볼게. “대나무의 올곧음에서 모티브를 차용하고 병렬 배치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이미지를 담았습니다. 상단의 곡선으로 천칭저울의 받침 부분을, 중앙의 직선으로 칼을 형상화해 균형 있고 공평한사고와 냉철한 판단을 표현했습니다. 다섯 개의 직선은 정의·진실·인권·공정·첨렴을 뜻하며, 주색조인 청색은 합리성·이성, 좌측으로부터 각 직선은 공정·진실·정의·인권·청렴을 상징하며 중앙에 칼의 형상인 정의가, 그 좌우에 각각 진실·인권이, 다시 그 좌우에 공정성·청렴이 있는 형태입니다.”

로고에 담긴 숭고한 가치. 정의, 진실, 인권, 공정, 청렴, 이 가슴 설레는 모든 아름다운 용어들이 공권력의 핵심이 돼야할 거야.

검찰은 권력을 감시하고 부패를 통제하는 기관이야. 수사 절차에서 피의자의 기본권과 소송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법의 대변인으로서의 지위도 갖고 있지. 이러한 명예로운 책무와 지위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위계적이고 관료적인 질서의 강요가 아닌 민주적이며 자율적인 조직으로 변해야 할 거야. 검찰 활동에 대한 시민의 참여와 감시도 보장해줘야겠지. 참여와 감시가 없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니까.

국민의 다수가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 같은 국민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이념에 반한 일이지. 국민의 손으로 정권을 심판한 대한민국, 성숙한 검찰 제도를 가질 자격은 충분하다고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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