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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4호

EU LIFE
몸싸움보다 ‘언어’가 문제

사례로 본 2019 학교폭력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자녀가 “학교폭력에 휘말렸다”는 예기치 않은 학교의 연락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 늘 주의를 주고, 학교에서 예방 교육도 자주 이뤄지지만, 학교폭력은 증가하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 발현 양상이 예전과 다르고, 처벌 수위도 높아져 학부모들은 더 곤혹스럽다. 최근 자주 발생하는 학교폭력 양상을 사례로 살펴보고 적절한 대응책을 알아봤다.
취재 박민아 리포터 minapark@nail.com 참고 김화영 변호사(서울시교육청 사안처리지원단 변호사 위원) 전수민 변호사(법무법인 현재·전 서울시교육청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 최희영 청소년사업부 센터장(푸른나무 청예단) 황한이 센터장(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학교폭력 줄지 않는 이유? 모르기 때문!
학교폭력(학폭)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예방 교육을 꾸준히 실시하고, 가정과 언론에서도 늘 주지시키고 있지만, 학폭 에 휘말리는 학생이 줄지 않고 있다. 전 서울시교육청 학교폭력 전담 변호사였던 법무법인현재 전수민 변호사는 “학생들도 학 폭을 행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자신의 행위가 학폭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지적한다. 실제 최근 학폭은 신체폭력 같은 명백한 폭력보다는 장난과 괴롭힘의 경계에 있거나 또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인한 것 이 많다. 2018년 2차 학폭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폭의 발생 원인으로 ‘단순한 장난’(30.8%), ‘특별한 이유 없이’(20.6%), ‘피 해 학생의 말과 행동, 외모가 이상해서’(15.9%)가 1~3위를 차지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근 학생들에게 빈번히 일어나는 학폭 사례들을 알려,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해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한편, 피해 학생 주변에서도 해당 행위가 ‘폭력’임을 인지하고, 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CASE 1 장난으로 친구 놀리는 아이들
남고에 재학 중인 학생 A. 같은 반 친구들은 계속 이름 대신 별명을 불렀다. A는 기분이 나빠 친구들에게 별명으로 부르지 말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A학생의 요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친해서 편하게 부르는 게 뭐 어때?” “너도 나 별명으로 불러” “이름보다 귀여운데 왜 싫어해?”라며 계속 별명으로 불렀다. 결국 참지 못한 A 학생은 반 학생 대부분을 신고, 학폭 피해를 인정받았다.

전문가의 ADVICE
“정도를 넘어선 장난은 힘의 우위의 결과”
친하고 편한 친구 사이에서 한 장난이라도 상대방이 신체·정신적 피 해를 입고 고통을 호소했다면 학폭에 해당합니다.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의 관계가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가해 학생이 힘의 우위에 있는 관계라고 간주되기 때문이죠. 특히나 지속적으로 그만하라고 했는데도 무시했다면요. 친구 사이에선 흔한 일이라고요? 만약 피해 학생의 힘이 더 강했다면 가해 학생들 이 함부로 놀릴 수 있었을까요? 학생들이 장난이라고 여기는 행위도 학폭이 될 수 있음을 꼭 명심하세요! 최희영 청소년사업부 센터장(푸른나무 청예단)

CASE 2 헛소문을 낸 학생에게 사과 요구
중학생 B는 C·D학생들에 대해 흉을 보면서,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소문냈다. 이에 소문의 당사자들이 B를 불러 소문을 낸 것이 맞느냐고 확인하고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 학생은 심한 말도 했다. B는 이 학생들을 협박, 강요, 감금 등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신고했다. 상대 학생들은 B가 원인을 제공했고, 사실을 확인해 오해를 풀려고 한 것이라 항변했다. 하지만 C·D학생의 행위는 학폭으로 판단받았다.

전문가의 ADVICE
“잘못한 상대를 직접 벌할 권한 없어”
이 사례를 들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C·D학생의 억울함에 동조합니다. 하지만 법치주의 국가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직접 처벌할 수 없음 을 알아야 해요. 적법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B의 잘못을 검증하고, 정 해진 ‘룰’에 따라 제재해야 하죠. 직접적인 가해 의도가 없다고 해도 피 해 학생 입장에서 폭력으로 느낄 수 있고, 외형적으로 가해 행위가 있 다면 학폭으로 인정돼요. 학생들 사이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담임 교사나 학폭 책임 교사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전수민 변호사(법무법인 현재)

CASE 3 남자가 문제” VS “여자들이란”
공학에 재학 중인 여학생 E·F는 ‘남성’에 대한 비하 발언을 교실 안팎은 물론 SNS 채팅 방에서도 수시로 했다. 특히 비속어로 한 남학생을 비난하는 일이 반복돼 이에 불쾌함을 느낀 남학생 G가 역차별을 호소, 언어·성폭력으로 두 학생을 신고했다.

전문가의 ADVICE
“성적 비하 발언 양성 모두에게 상처 될 수 있어”
최근 미투 등 성차별 이슈가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교내에서 남 녀 학생 간의 대립이 격화되는 추세입니다. 성적인 말과 행동에 상대방 이 굴욕감, 수치감을 느낀다면 성폭력에 해당해요. 남성은 물론 여성도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또래 문화에 휩쓸리기 쉬운 청소년들은 인터넷이나 게임 등에서 뜻을 정확히 모른 채 상대의 성을 비하하는 은어나 비속어를 쓰는 경우가 많아요. 자녀가 건전한 언어 습관과 올바 른 양성 평등 의식을 체화할 수 있도록 가정에서도 지도해주세요. 김화영 변호사(법률사무소 온)

CASE 4 가해 학생이 된 피해 학생
학생 K는 학생 H·I·J를 학폭 가해 학생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자자 세 가해 학생은 K를 SNS 채팅 방에 초대했다. 그리고 고의로 K를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참지 못한 K는 거친 언어로 대응했다. 가해 학생들은 이 대화를 캡쳐, 증거로 제출하며 일방적인 학 폭이 아니라 ‘쌍방폭력’이라고 주장했고,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전문가의 ADVICE
“전문가의 중재가 아닌 개인적인 접촉은 피해야”
학폭을 신고했거나, 조사가 진행 중일 때 학교나 전문가 등 확실한 중재자가 없다면 가해 학생과의 개인적인 접촉을 피하세요. 피해를 키우거나 위 사례처럼 피·가해 학생이 뒤바뀌는 경우가 허다하거든요. 특히 학폭은 친한 친구들 사이에서도 자주 발생하는데요. 아직 미성숙해 또래 집단에서 힘의 우위에 의해 변질되는 사례가 많아요. 학폭 문제가 있을 때는 학교나 학폭 관련 단체에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황한이 센터장(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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