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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8호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수능에선 선택할 수 없었던 <경제> 진짜 내 전공이 된 이유




이달의 주제
나의 전공 이야기



나는 고등학교 때 수능에서 <경제>를 선택하지 않았다. 등급 따기에 불리하단 판단에서다. 하지만 평소에도 경제와 시사 부분에 관심이 많아 경제학을 수능 스타일로 공부하는 게 아니라 학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다. 항상 멀게만 느껴지는 경제학이지만 경제학은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 있다. 나는 문과생이긴 하지만, 수학 공부에 별로 부담이 없어서 경제학과를 선택하는 데 큰 문제가 없었다.


수리적인 부분이 강조되는 에라스무스대 경제학과
내가 다니는 에라스무스대는 경제학 분야 중 특히 수리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1학년 때부터 기초 수학과 기초 통계를 필수 과목으로 배정한다. 1학년과 2학년 때 총 20과목을 수강하면서 경제와 역사 과목을 제외하면 수학이 안 들어간 시험이 없다. 수학적인 부분을 덜 강조해도 괜찮을 것 같은 과목에서조차 시험에서는 꼭 수학적인 풀이 방법을 묻는 경우가 많다.
물론 대부분의 경제학과에서 수학적인 사고를 강조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라스무스대에서 특히 수리적인 학풍이 불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최초의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우리 대학의 얀 틴베르헨 교수 때문이다. 그는 거시 경제 이론을 통계적 방법으로 설명한 계량 경제학의 선구자다. 아무래도 경제학의 통계학적인 부분으로 유명한 교수님이 우리 학교 출신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학적인 부분이 강조된 것 아닐까 한다.


교양 과목 없이 모든 학점은 전공 과목으로만 취득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 1학년 때부터 본인이 수강하고 싶은 전공·교양 과목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대학에서는 첫 2년간은 학교가 짠 시간표에 따라 수업이 진행된다. 1년이 5학기로 이뤄져 있는데, 학기당 2개의 전공 과목을 배운다.
주로 수학과 경제학 관련 과목들이다. 수학 관련 과목에는 4학점씩, 경제학 관련 과목에는 8학점씩 배정돼 있다. 이 과목들을 모두 이수한 후 3학년이 돼서야 본인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 신청할 수 있다.
아쉬운 점은 과목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나는 역사 과목이나 인문·예술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교양 과목으로 공부해보고 싶었지만 에라스무스대에는 교양 과목이라는 것이 없다. 교양 과목 없이 부전공과 주전공으로만 학점을 채워야 한다. 나는 빅데이터와 물류 관련 과목을 부전공으로 하고, 주전공은 산업 역학 이론에 대해 공부할 계획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잘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서 경제학 공부를 마치고 졸업한 뒤에는 물류나 무역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
이곳에서 공부하면서 주변의 조언을 통해 로테르담이 유럽의 항구로서 무역·물류 분야에 유망한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 또 다가오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가치인 블록체인 기술에는 빅데이터와 관련한 지식이 필수적이다. 때문에 이 분야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 이 과목을 선택했다.


학점 압박이 적은 네덜란드 대학 그리고 현지 취업의 기회
우리 학교는 4주에 한 번씩 시험이 있다. 기본적으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가 있고 과목에 따라 조별 논문 과제도 있다.
몇몇 과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객관식 시험인데 40문제 중에서 27문제를 맞혀야 과목 이수 통과 점수인 5.5점을 받을 수 있다. 얼핏 보면 쉬워 보이지만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고득점은커녕 통과 점수를 받기도 힘들다. 기본적으로 절대평가이긴 하지만, 과목별 이수 통과 점수를 받기가 상대적으로 까다로워서 한국의 대학에 비해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의 많은 대학생이 학점을 잘 받으려는 이유는 아마 취업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네덜란드 기업에서는 학점을 그렇게 중요하게 보지 않으며 과목 통과 여부만 따진다. 네덜란드의 대학생 대부분은 학사 과정을 마친 뒤 석사 과정도 밟기 때문에 학사 시기의 학점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금융·투자 분야 기업에 들어가려면 높은 학점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네덜란드 기업은 직무에 대한 경험과 관심도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작년에 나도 이러한 정보를 토대로 인턴십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학교 수업과 학점도 중요하지만, 실제 업무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인턴십 경험이 있어야 취업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운 좋게도 삼성 SDS에서 약 1년간 인턴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네덜란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외국인 채용이 열려 있기 때문에 졸업 후 네덜란드에서 현지 취업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빅데이터와 물류 관련 과목, 산업역학 이론 등 선택한 과목의 학업을 충실히 수행해 앞으로 내가 원하는 무역과 물류 분야의 일꾼이 되고 싶다.







시험 기간 동안 도서관은 언제나 북적인다. 조용한 구역과 그렇지 않은 구역으로 나뉘어 있는데 조용한 구역은 인기가 많아 아침 일찍 가야만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통계학에서 다루는 교과서다. 그동안 배운 모든 과목의 교과서를 다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이 교과서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보았다.



에라스무스대 경제학과에서 배우는 교과서들.
무사히 공부를 마친 뒤에는 네덜란드에서 물류와 무역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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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현(에라스무스대 경제학) spdlqj3663@naver.com
  • EDUCATION 유학생 해외통신원 (2019년 05월 29일 9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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